애플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신사옥 내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공개한 아이폰XR은 아이폰XS·XS 맥스와 달리 200달러(약 22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디스플레이를 OLED 대신 LCD로 교체하고 카메라 렌즈도 하나만 달았다.여기에 원가 절감을 위해 2015년 이후 출시된 거의 모든 아이폰에 탑재되던 3D 터치 기능도 뺐다. 단 올해 출시된 아이폰 중 이 기능이 빠진 것은 아이폰XR 뿐이다.■ 아이폰6S와 함께 등장한 3D 터치
3D 터치는 2015년 아이폰6S와 함께 출시된 기술이다. 애플워치와 맥북·맥북프로 터치패드에 적용된 포스터치와 달리 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르는 강도를 인식하고 이에 맞는 메뉴를 표시하거나 각종 기능을 실행한다.
사진 아이콘을 살짝 누르면 앱을 열지 않아도 안에 있는 내용을 미리 볼 수 있고 조금 더 강한 힘을 주면 사진 앱이 열린다. 애플 기본 앱은 모두 이 3D 터치가 적용되어 있으며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앱도 3D 터치를 활용한다.
애플은 이 기능을 실현하기 위해 화면 아래에 압력 감지 센서를 깔고 이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칩도 추가했다. 이 때문에 아이폰6S의 디스플레이 패널은 전작인 아이폰6에 비해 훨씬 더 두꺼워졌다.
당시 애플 마케팅 담당 필 쉴러 부사장은 “이 기능을 구현할 하드웨어를 만드는 건 어마어마하게 힘든 작업이었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 공들여 만든 3D 터치 기능, 쓰는 사람은 적다
아이폰6S 이후 지금까지 출시된 플래그십 아이폰에는 모두 3D 터치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애플이 들인 노력에 비해 실제로 이를 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부터 3D 터치 기능이 아이폰에서 빠질 것이라는 추측이 끊이지 않았다. 대만 KGI증권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6.1인치 LCD 아이폰(아이폰XR)에서 3D 터치 기능이 빠질 것으로 내다봤고, 바클레이스의 블레인 커티스 애널리스트는 올해 모든 아이폰에서 3D 터치 기능이 빠진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12일(미국 현지시간) 공개된 아이폰 새 제품 중 3D 터치가 빠진 제품은 아이폰XR 뿐이다. 아이폰XR에 표시된 아이콘을 길게 누르고 있어도 기존 아이폰처럼 메뉴가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잠금 화면에 표시된 손전등 아이콘이나 카메라 아이콘을 길게 누르면 해당 기능이 실행된다.
■ 3D 터치 탑재 여부, 소비자 반응이 결정할 듯
3D 터치 기능은 아이폰XS·XS 맥스에 탑재되며 올해도 살아 남았다. 그러나 이 기능이 내년에도 여전히 살아 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애플은 3D 터치 기능을 빼고 싶어 할 가능성이 크다. 3D 터치를 구현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패널이 두꺼워져야 함은 물론 제조 원가 상승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 탑재한 기능을 삭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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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애플은 아이폰X을 출시하며 화면 왼쪽을 강하게 누르면 현재 실행중인 앱을 보여주는 앱 전환기 기능을 뺐다. 그러나 여기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결국 업데이트를 통해 이 기능을 되살렸다.
이 때문에 애플이 아이폰XR에 햅틱 터치를 도입한 것은 소비자의 반응을 보기 위함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소비자의 반발이 거세지 않다면 내년 출시되는 모든 아이폰에서 3D 터치가 빠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