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을 내린 세계 3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이자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인 'IFA 2018' 화두는 바로 인공지능(AI)이었다.
지난해 전시회 때도 AI는 주인공이었지만 당시 기업들은 AI 기반 음성인식 스피커 중심으로 가전이 연결되는 스마트홈의 미래를 보여주는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AI가 TV부터 의류관리기까지 다양한 생활가전에 녹아들며 생태계를 넓힌 데 이어 지금 당장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스마트홈 서비스를 선보이며 주목을 끌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집안에 들어오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적정 온도와 밝기에 맞춰 에어컨과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고 TV도 선호 채널로 틀어지는 풍경이 현실이 됐다.
냉장고가 남은 식재료를 인식해 레시피를 추천하거나 우유 같은 제품을 주문 처리할 수도 있다. 의류관리기는 옷 소재별로 최적의 관리 코스를 추천하기도 한다.
IFA 2018 현장에서 만난 IT 관계자는 “앞선 국제 전시회서는 구글, 아마존 중심으로 AI 스피커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하는 양상을 보였다면 올해 IFA는 가전 제조사까지 AI 가전을 선보이며 생태계가 확대됐다”며 “AI가 가전을 통해 일상에서 어떤 가치를 주는지 자세하게 보여줬다”고 했다.
다음 국제 전시회인 CES 2019나 IFA 2019에선 얼마나 더, 어떤 방향으로 진화된 AI가 나올지 기대된다. 글로벌 가전기업이자 AI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일렉트로룩스, 하이얼이 실마리를 제시했다.
이들 기업은 IFA 2018 개최 전날인 지난달 30일 독일 베를린에서 사물인터넷(IoT) 표준 단체인 오픈커넥티비티재단(OCF)과 함께 브랜드를 뛰어넘어 연결이 가능한 IoT 제품과 연동 기능 표준 개발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서로 연결할 수 있는 OCF 인증 제품을 오는 2019년부터 출시할 계획이다.
OCF는 해당 기업들을 포함해 400여개 글로벌 IT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르면 내년 IFA에서 삼성 AI플랫폼 '빅스비'로 LG전자 TV를 원격 제어하거나 LG전자의 AI플랫폼 'LG 씽큐'로 일렉트로룩스 로봇청소기를 조정하는 풍경을 볼 수도 있다. 소비자 편의가 극대화하는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홈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AI 연구소는 AI의 또 다른 진전을 예고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영국에 세운 케임브리지 AI센터는 사람의 표정, 몸동작 등이 나타내는 감정을 이해하는 '감정 인식'을 연구 중이다. 사람이 지시를 내리거나 본인 상태를 알아채기 전 AI가 사람을 이해하고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AI는 사람이 "우울해, 신나는 노래 틀어줘"라는 지시를 내리면 이를 이해하고 신나는 노래를 틀어주는 액션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우울한 표정을 이해하고 먼저 신나는 노래를 틀어주거나 우울증이 심해지기 전 상담소 예약을 추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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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외에도 많은 IT기업이나 연구소가 사람처럼 표정이나 언행, 주변 상황을 이해하는 AI를 연구 개발 중이다. 단순한 고갯짓이라도 문화나 국적, 성별, 나이 등에 따라 달라지는 의미, 온갖 미묘한 신체 신호, 주변 조건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AI는 쉽게 나올 수 없어 상용화 모델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머지 않은 미래에 기술이 성숙해진다면 AI는 다시 한 번 IT업계 최대 화두이자 인류가 누릴 가까운 미래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