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독일)=김승민 기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8’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홈과 빌트인 프리미엄 주방가전이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
앞서 정보기술(IT) 박람회에선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가전 자체가 다뤄졌다면 이번 IFA에선 해당 가전들이 실제 일상 생활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편의와 기능 등을 제공할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소개됐다.
또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빌트인 본고장 유럽에 빌트인 주방가전 브랜드 출사표를 던지고 유럽, 중국 등 기업들도 스마트 기능을 강화한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개막 나흘째를 맞은 'IFA 2018' 전시회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밀레, 지멘스, 보쉬, 메이지, 하이얼 등 한국과 유럽, 중국 주요 가전기업들이 스마트홈과 빌트인 주방가전 제품들을 대거 전시했다.
삼성전자는 ‘삼성 타운’ 콘셉트로 꾸민 전시장에 자체 AI플랫픔 빅스비(Bixby)와 IoT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통해 제어되는 가전들을 볼 수 있는 ‘홈IoT 존’을 마련하고 관련 제품과 스마트홈 서비스를 다양한 일상 시나리오를 통해 선보였다.
부스 안내원이 가정처럼 꾸며진 공간에 들어서자 삼성전자 에어컨이 자동으로 켜지면서 안내원이 선호하는 온도로 설정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조명과 TV도 전원이 들어오면서 밝기나 채널도 자동으로 안내원 취향에 맞게 맞춰졌다. 안내원은 부엌으로 이동해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직접 여는 대신 스마트싱스를 통해 TV에서 냉장고 내부 사진을 확인했다. 냉장고 전면 스크린에서 보관 식품과 음식 선호도를 기반으로 한 레시피를 추천받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같은 스마트홈 서비스는 미래 풍경이 아닌 삼성전자 가전과 빅스비, 스마트싱스로 현재도 구현 가능한 서비스”라며 “스마트싱스로 350개 이상 스마트 기기를 제어할 수 있으며 제어 기기 수는 앞으로 확대될 것이다. 빅스비도 향후 사람과 대화하며 레시피를 안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빅스비가 탑재된 패밀리허브는 국내 건설사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 역시 AI 가전과 스마트홈 역량을 강조하기 위해 3가지 콘셉트로 꾸린 ‘LG 씽큐 존’을 운영했다.
여행가와 요리사, 패션 디자이너 집으로 꾸며진 각 부스에서 LG전자 스마트폰과 TV, 에어컨, 오븐, 의류관리기는 LG전자 AI플랫폼 'LG 씽큐‘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집주인 특성에 따라 유용한 기능을 제공했다.
집을 자주 비우는 여행가는 AI 냉장고에서 식재료 보관기간을 확인하고 부족한 식자재도 주문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패션 디자이너 부스에선 LG 시그니처 세탁기가 빨래에 맞는 최적 세탁코스를 추천하고 LG 트롬 스타일러가 최적 코스를 제안해 효과적으로 의류를 관리했다. 집 밖에서는 잔디깎이 로봇이 자동으로 잔디를 깎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LG전자가 집 안팎에서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LG 씽큐 존에서 선보인 기술 역시 현재 구현될 수 있는 것들로 LG전자 관계자는 “고객이 실제 AI 가전을 사용하는 모습을 시연해 LG 씽큐가 제공하는 고객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며 “특히 LG전자 제품은 AI 개방 전략으로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와도 연동돼 고객들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 中, 스마트 기능도 빠르게 강화
메이디와 하이얼, 하이센스 등 중국 대표 가전기업들도 대형 전시 공간에 AI와 IoT 기반 스마트홈 기능이 강화된 제품과 솔루션을 여럿 전시하며 관람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메이디는 IFA 현장에서 퀄컴과 협력해 AI 에어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내 출시 예정이며 숲이나 호수, 임산부 등 모드를 선책하면 그에 맞춰 온도와 습도, 바람 세기 등을 조절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메이디는 아마존과도 협력해 AI플랫폼 ‘알렉사’와 스마트홈 기능을 연동했다. 부스 안내원이 “알렉사, 거실 불 켜줘”라고 말하자 거실로 꾸려진 공간 조명이 꺼졌다. 이외에도 부스에 전시된 메이디 냉장고는 열고 닫은 이력을 기록하고 식재료별 적정습도와 온도를 유지하는 기능이 강조됐다.
하이얼은 LG전자의 와인셀러처럼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별도 적정 온도로 보관할 수 있는 스마트 와인셀러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와인 품질을 최적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저진동 기능도 갖췄다. 하이얼은 온라인 쇼핑이 가능한 냉장고와 스마트 오븐 등도 함께 전시했다.
하이센스도 냉장고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냉장고와 스마트폰을 통해 모니터링과 제어가 가능한 가정 센서 솔루션 ‘센서 월(sensor wall)’을 선보였다. 센서 솔루션은 온도와 습도 센서, 미세먼지 센서, 조명 센서, 가스 센서 등으로 구성됐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전 품질이나 기술력이 중국 제품보다 여전히 앞선 상황이지만 (중국이)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삼성-LG, 빌트인 본고장 유럽 출사표
올해 IFA에선 빌트인 주방가전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 가전전시회 IFA를 무대로 빌트인 본고장 유럽에 적극 진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밀레, 지멘스, 보쉬 등 유럽 가전기업들도 빌트인 주방가전 전시에 힘을 실었다. 편의성 강화를 위해 AI와 IoT 등 스마트 기능도 탑재하며 후발주자들을 견제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빌트인 가전시장 규모는 450억 달러(약 50조원)에 달한다. 이중 유럽시장 규모는 약 40%인 180억 달러(약 20조원)로 가전업계에선 결코 놓칠 수 없는 큰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인수한 빌트인 브랜드 '데이코'의 럭셔리 빌트인 라인업을 부스에 배치했다. 뒤늦게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명품 가구사들과의 협력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에 맞춰 명품 주방가구사 독일 놀테(Nolte), 이태리 루베(Lube) 등과 협업한 최고급 빌트인 가전 전시존도 마련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 사장은 “유럽 프리미엄 가전시장은 밀레, 보쉬 등 역사가 긴 기존 브랜드들이 강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해당 시장은) 가구사들이 주도한다. 제품을 잘 만들어도 가구와 맞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 한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초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단독 브랜드관으로 마련하며 IFA의 또 다른 볼거리로 내세웠다. 신속한 브랜드 구축을 위해 유렵 명품 가구사 발쿠치네(Valcucine), 아클리니아(Arclinea)와 손을 잡았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경쟁력을 위해 무선인터넷이 탑재, 스마트폰이나 LG전자 가정용 로봇 LG 클로이 홈봇, 구글 홈, 아마존 에코 등 AI스피커로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앞으로 AI, 스마트 기능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앞선 경쟁사인 밀레를 비롯해 지멘스, 보쉬는 IT 역량이 강한 기업들을 견제하듯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가전 제어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멘스는 특히 스마트 기능을 강조한 커넥티드 라이프 공간을 크게 마련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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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메이디, 하이얼 역시 빌트인 주방가전 전시하며 프리미엄 시장 진입을 꾀했다. 공간 효율과 심플함을 선호하는 유럽시장 수요에 맞춰 핸들을 없앤 제품들을 상당수 전시했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생각보다 빨리 진전된 스마트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구글 또는 아마존 진영을 선택해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도 밀레, 가게나우 등이 속한 초프리미엄 수준은 아니지만 빌트인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