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적인 서비스들을 사용해본 상당수 젊은층 이용자들은 “이전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과는 차원이 다르게 편리해졌다”는 평가를 한다.
이용자들은 ▲기존 모바일·인터넷 환경에서 골치를 썩이던 공인인증서 방식에서 벗어나 사설 인증을 도입해 절차를 단순화 점 ▲여러 금융 앱을 사용할 필요 없이 사용자 직관적으로 서비스를 설계한 점 ▲또 케이뱅크의 경우 24시간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한 점에 합격점을 준다.
그런데 이런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이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금융혁신, 더 나아가 혁신성장을 이어나가고자 한다면 은산분리 완화는 필수다. 인터넷 기업들이 높은 지분을 확보해 강력한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혁신을 주도해야 하는데, 현행법으로는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싶어도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은산분리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혁신 없던 기존 국내 은행가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메기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의 역습일까. 한 진보 정당이 주최한 한 토론회에선 “현행법에서도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내는데 왜 규제 완화가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이해하기 힘든 말까지 나왔다. ICT 기업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반대한 일부 여당 의원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와 현시점에서의 한계, 그리고 미래 가능성에 대한 몰이해가 가져온 결과다.
기존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공인인증 의무 사용 폐지를 천명한 뒤에야 공인인증서 고집을 내려놨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은 이전부터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비대면 거래 계좌 개설 시스템을 빠르게 갖춰 이용자를 끌어 모았다. 이 지점이 바로 혁신의 분기점이었다. 2015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비대면 실명과 본인 확인이 허용된 이후 1년 동안 은행과 금융투자회사 37곳에서 73만4천개 계좌가 개설됐다. 반면 2017년 4월과 7월에 각각 출범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의 경우 그해 8월 기준으로 각각 46만307만개의 계좌가 비대면으로 신규 개설됐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아직까지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는 각각 395억원, 120억원 순손실을 냈다. 케이뱅크의 겨우 6월말 기준 BIS 자기자본비율은 10.71%로 전년동기 대비 6.67%p 하락했다. 시중은행이 15% 내외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규제 완화를 통한 자본확충이 아닌 영업이익만으로 이들 은행이 바로 서길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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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규제 혁신 1호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8월 임시국회 문턱을 넘는데 실패했다. 여당 내,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9월 정기국회 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ICT 업계는 지난 한 달간 문 대통령이 몸소 핀테크 관련 행사들에 참여하면서 고조됐던 기대감이 한풀 꺾인 분위기다.
ICT 업계 한 관계자는 “9월 국회가 또 남아있으니 기다려 봐야겠다. 민주당 어떤 의원은 9월에 통과될 수도 있다고 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규제 때문에 혁신 서비스 고사한다는 곡소리가 맹탕 임시국회 이후 또 다시 들려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