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아이템은 필요 없다. 어린이답게(?) 슬라임, 장난감 상자 언박싱, 소풍 가기면 충분하다. 어린이 1인 창작자들이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영상으로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 공유하면서 같은 나이 대 어린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튜브에서 51만 구독자를 가진 '간니닌니 다이어리'의 김가흔(간니, 12세) 김리흔(닌니, 8세) 어린이가 그 주인공. 요즘 한창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슬라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슬라임은 투명하고 물컹거리는 반 고체의 물성을 가진 장난감으로, 주물주물 거리며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다. 슬라임 외에 몰래 라면 먹기, 간식 먹기, 개학을 앞두고 염색하기, 수영장 가기 등 소소하고 일상적인 장면도 영상에 담는다.
간니닌니의 콘텐츠는 주로 ‘아이 출연, 엄마아빠 기획’을 통해 제작된다. 부모는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것을 그대로 충분히 가지고 놀게 하면서 촬영, 영상 편집, 채널 운영 등의 후반 작업을 맡고 있다. 부모도 상대적으로 학업에 큰 부담이 없는 아이들의 초등학생 시절을 함께 즐기기 위해 일도 잠시 쉬며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
지디넷코리아는 간니닌니의 집을 방문해 어린이 1인 창작자로 성공한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집 한 쪽 벽면엔 온갖 종류의 슬라임 재료들로 들어찬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인터뷰는 간니닌니와 그들의 어머니 고은주(45세) 씨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슬라임 장난감 전도사 '간니닌니'…슬라임 카페 개업까지
어린이들 사이에서 슬라임 유행을 몰고 온 건 간니닌니의 공이 컸다. 그러나 간니닌니는 슬라임이란 아이템을 딱히 골몰해 생각해낸 것이 아닌, '그저 재밌을 것 같아서’ 갖고 놀기 시작했다고 한다. 앞서 연예인들이 슬라임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종종 SNS에 올라오자 이를 본 간니닌니도 슬라임을 갖고 놀고 싶었던 것이다.
이들은 슬라임을 일명 ‘액괴(액체 괴물)’이라고 부르며 슬라임을 제작하는 과정, 쭉 늘리며 갖고 놀기, 슬라임 숨기기 놀이 등을 영상에 담았다.
간니닌니 어머니 고은주 씨도 "일상을 찍었더니 인기를 끌게 됐다"고 말했다.
고은주 씨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면 의외로 갈만한 곳이 없어진다”며 "아이들이 주말에 갈 만한 곳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아의 경우 키즈 카페와 같은 곳이라도 있지만, 초등학생 아이들은 집 근처 놀이터나 장난감 코너가 있는 대형 마트가 아니면 주말마다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이에 간니닌니가 인터넷을 둘러보다 몇몇 가고 싶은 곳을 짚어냈고, 그전엔 많은 어린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홍대 인근 폰케이스 제작 카페, 인사동 비누 공방 등을 가게 됐다. 간니닌니가 약 1년 반 전 방문한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슬라임 카페는 최근까지도 발 디딜 틈 없이 손님이 많다고 한다.
간니닌니가 어린이 슬라임 영상의 대명사가 되자, 간니닌니 가족은 최근 그들의 모습을 브랜드화 한 슬라임 카페 ‘니블리’를 마포구에서 개업하기도 했다.
■어린이 크리에이터들, 부모님 권유에 출연 결정
어린이 1인 창작자들이 유튜브에 진출한 건 대개 부모님의 권유에서부터였다.
간나닌니의 경우에도 2년 전 그의 어머니가 넌지시 아이들에게 유튜브 활동을 추천한 케이스다. 고은주 씨는 “이건 좀 슬픈 얘기지만 엄마, 아빠가 이 다음에 하늘나라에 가면 영상에 남아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하겠니”라며 “너희 얼굴도 나오고 재밌을 거야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간니닌니의 부모는 모두 방송계 종사자여서 영상 기획, 제작, 플랫폼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는 편은 아니다. 고은주 씨는 한 콘텐츠 제작사에서 근무하다 최근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전적으로 아이들의 활동을 지원해주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아버지는 광고 제작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때문에 전문 편집인을 고용하거나 편집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었고, 방송 트렌드도 잘 알고 있다고 고 씨는 밝혔다.
간니닌니는 평일에는 영상을 촬영하지 않았다. 영상을 올리기 전 주 주말에 영상을 미리 촬영하고 평일에 편집하는 식이다. 편집한 영상은 평일이나 그 다음 주말에 게재해 매일매일 올릴 수 있도록 한다. 어린이 1인 창작자들도 여느 유명 성인 1인 창작들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연재를 강조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1인 창작자)는 장래희망 1순위로 꼽힌다. 성인 1인 창작자들은 어린이들에게 1인 유튜브 크리에이터란 꿈을 가지는 건 좋지만 학업을 놓아선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초등학생 시기는 1인 창작자들에겐 상대적으로 학업에 큰 부담이 없어 특색 있는 경험을 하기 좋은 시기라는 게 간니닌니 부모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 씨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잘 하라고는 강요하지 않고, 학업이 일상의 중심이 되도록 기울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나중에 아이들이 전문성을 기를 분야를 정하는 나이가 됐을 때 그들의 선택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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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니닌니 다이어리는?
간니와 닌니는 2015년 12월부터 유튜브에서 간니닌니 다이어리 채널을 시작했다. 다이아TV 키즈크리에이터 선발대회 1회 우수 팀 중 한 팀이다. 간니닌니는 주로 출연과 진행을 맡고 부모가 촬영과 편집을 도맡아 하고 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슬라임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들이다. 간니닌니가 다녀간 카페, 박물관, 공방 등을 따라 가보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