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서관 "겜방·먹방 마구잡이로 하다간 망한다"

[김민선 기자의 셀럽학원] "1인방송, 기획과 트렌드로 승부"

인터넷입력 :2018/07/30 17:21    수정: 2018/08/03 09:39

유튜브나 아프리카TV와 같은 1인 방송 스타들이 만만찮은 인기를 누리는 시대가 됐습니다. TV 같은 기존 미디어 인기 스타 못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젠 끼와 재능만 있으면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김민선 기자의 셀럽학원'은 인터넷 방송에서 많은 구독자와 조회수를 확보하고 있는 셀럽들에게 직접 그 비결을 듣는 코너입니다. 이들이 몸으로 체득한 현실적인 조언과 팁을 독자 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정확한 기획 없이 겜방, 먹방 이거저거 다 올리는 게 딱 망하는 스타일이다."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은 인터뷰 시작부터 돌직구를 던졌다. 1인 인터넷방송 선구자 역할을 한 그는 셀럽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으로 1인 방송을 시작했다간 백전백패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성 없이 이런 저런 콘텐츠를 마구 다루다간 제대로 눈길을 끌지도 못한 채 사라지기 십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엔 인터넷 셀럽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잘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게임방송하다 대박을 냈다는 얘기부터, 뷰티 크리에이터로 성공한 어떤 사람은 옷과 화장품을 협찬받으면서 광고비까지 '덤'으로 받는다는 모범 답안 같은 얘기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하지만 인터넷 셀렙의 길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끌 때까지 꾸준히 하는 게 생각처럼 만만치 않다. 그 뿐 아니다. 문턱이 낮아진 만큼, 제대로 된 전문성이 없는 콘텐츠론 시선을 잡는 것조차 힘들다.

셀럽학원은 1호 인터뷰 주자로 대도서관을 만나 셀럽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깬 현실적인 조언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7월 23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대도서관의 자택에서 진행됐다.

대도서관

-최근 출간한 ‘유튜브의 신’에 습작 백 번보다 습작 한 번이 낫다고 한 구절이 있다. 그러나 습작도 무턱대고 시도할 순 없다. 1인 미디어 방송 진행자가 되기 위해선 어떤 자격 조건이 필요한가? (대도서관은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유튜브의 신'이란 책을 출간했다.)

많은 유튜버들이 채널을 운영한 지 6개월 안에 사라진다. 대부분 꾸준히 올리지 못한다. 첫째로 갖춰야 하는 조건은 꾸준함이라 할 수 있겠다. 같은 콘셉트, 같은 기획의 영상을 일주일에 적어도 두 개씩은 올려야 한다. 매일이면 더 좋다. 일주일에 두 번씩 영상 올리는 걸 실제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영상 업로드 시간을 명시하는 게 좋다. 처음엔 조회 수가 없을 테지만 영상을 꾸준히 올리다보면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는 때 유입이 크게 늘기 시작한다. 구독하는 시청자도 생긴다. 그들은 구독한 채널의 영상을 모두 소비할 것이다. 일순간에 트래픽이 확 오른다. 잘되는 유튜버는 다 그렇더라.

두 번째로 처음부터 제대로 짠 기획안이 있어야 한다. 처음 시작하는 유튜버들은 거의 대부분 "나는 아직 잘 몰라.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어. 게임 방송이 인기라는데 겜방도 하고, 먹방도 하고 일단 다 해볼까?"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이게 딱 망하는 스타일이다. 어떤 분야에도 전문성을 갖지 못한다. 기획엔 내가 어떤 층에게 영상을 공급할 것인지, 그들과 진정한 소통을 나눌 마음가짐은 준비됐는지도 포함된다. 기획과 함께 스스로 진단하다보면 내가 오래할 수 있는 콘텐츠인지 답이 나온다.

- 콘텐츠 기획안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나?

어떤 아이템을 잡으면 기획안이 줄줄 따라와야 한다. 예를 들면 내가 미술을 좋아하고 남들보다는 좀 작품들을 본 거 같다는 마음에 미술 작품 큐레이션 방송을 한다고 치자. 나도 같이 미술을 공부하면서 명작이 왜 비싼지 알려주겠다는 콘셉트를 잡을 수 있다. 주 시청자 층을 20~30대로 설정하면, 그들은 바쁘니까 3분 정도의 리드미컬한 호흡의 영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이 선다.

영상 얼개도 짜야 한다. 작품명과 가격을 외치고, 이후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유래 등을 소개하는 식의 타임라인을 짠다. 인트로와 엔딩은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둬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획은 끝이다. 첫날엔 모나리자, 둘째 날엔 이삭 줍는 여인들, 셋째 날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등 아이템만 바꾸면 된다.

트렌드도 읽어야 한다. 가령 다음 달에 개봉하는 영화가 진주 귀걸이라면 이에 맞춰 방송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좋다. 모나리자가 국내에 들어온다면 때맞춰 모나리자 방송을 할 수도 있다. 할로윈 데이를 앞두고선 무서운 그림 기획을 준비할 수 있다.

유튜브 시청자들은 엄청난 기획을 바라는 게 아니다. 가볍고 친근한 기획들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유튜브 방송을 한다는 건 식당을 만드는 것과도 같다. 많은 식당 주인들이 아무 생각 없이 가게를 개업한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아무 기획도 없이 시작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틀을 짜고 정기적으로 방송을 하는 게 중요하다. 영상을 어떻게 촬영하고 편집하는지 노하우는 금방 생긴다. 전문 편집인을 고용하면 기획에 집중할 수도 있다.

대도서관 자택 내부 모습. 상단 오른쪽 사진 속 개들의 이름은 단추와 꼬맹이다. 하단 오른쪽 사진 속 책은 지난 5월 출간된 대도서관 신간 '유튜브의 신'.

- 1인 인터넷 방송에 필요한 장비들은 무엇인가?

휴대폰 카메라로도 어느 정도 커버 가능하다. 더 선명하게 찍고 싶다면 DSLR 카메라를 사용하면 된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쓰면 일명 뽀샤시 기능도 되고 인물이 예쁘게 찍힌다. 다만 DSLR은 캠코더가 아니어서 30분 정도마다 한 번씩 끊긴다. 캠코더를 이용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예쁘게 나오질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조명과 마이크를 미처 생각 못한다. 특히 뷰티 크리에이터는 조명이 핵심이다. LED 조명은 하나 당 20만 원 정도고, 이보다 싼 것도 있다. 적어도 조명은 3대가 기본이다. 또 시청자들은 화면만 예쁘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대충 찍은 영상이 잘 나가는 경우도 많은데, 소리가 조악하면 오래 시청하기 힘들다. DSLR에는 마이크를 달 수 있어 깔끔한 음질로 녹음하는 게 가능하다. 와이어리스 마이크, 윈드스크린 마이크 등을 달면 좋다.

생방송 게임 방송을 하려면 앞서 말한 것들 외에 부가적인 장비들이 더 필요하다. 일단 게임용과 송출용의 투컴(Two-Computer)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게임용 컴퓨터는 최신 게임이 모두 돌아갈 만큼 사양이 높아야 하고 인터넷도 제일 빠른 걸 선택해야 한다. 송출용 컴퓨터는 게임용만큼 사양이 높지 않아도 된다. 두 컴퓨터를 연결시킬 땐 캡처카드가 필요하다. 두 컴퓨터의 오디오를 연결하려면 오디오 인터페이스도 갖춰야 한다. 장비 마련에 500만원 정도 들어간다.

장비만 챙기다 방송 회차별 소품에 들어가는 비용을 잊으면 안 된다. 이를테면 먹방일 경우 짜장면, 치킨 비용을 감안해야 하고 장난감 방송일 경우 장난감을 사는 데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스튜디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대도서관

-활동할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수익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각 플랫폼의 특성과 장·단점은 무엇인가?

유튜브는 편집한 영상을 게재하는 플랫폼이다.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유튜브 영상 조회 수가 많으면 크리에이터가 벌어들이는 수익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지 않다. 조회 수대로 광고수익을 나눠준다고 하면 아비규환이 벌어질 것이다.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영상이 많이 올라오게 되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바라는 그림은 그게 아니었다. 광고주도 광고가 실리는 영상이 야하거나 자극적이면 끔찍하게 싫어한다.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해 올바른 영상을 통해 광고를 싣길 원한다. 조회 수가 아니라 시청시간이다. 실제 어떤 영상을 얼마나 오래 봤는지가 중요하다. 조회 수, 좋아요, 댓글 규모도 전혀 평가 척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유튜브 광고 방식은 어리석지 않다. 시청자가 일정 시간 이상 본 광고는 더 이상 뜨지 않도록 설계됐다. 다른 사이트 같은 경우 봤던 광고를 계속해서 노출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유튜브는 그렇지 않다.

나는 유튜브 광고로만 한 달에 5천만 원 수익을 올렸다. 광고 없이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레드의 수익도 1천만 원 이상이다. 유튜브 레드의 경우 시청시간으로 수익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나한텐 굉장히 유리하다. 아프리카TV 별풍선이나 트위치TV 후원으로 천만 원을 벌라고 하면 꽤 힘들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 레드로는 방송만 잘해도 안정적으로 후원받을 수 있다. 세계적인 플랫폼이므로 동영상이 해외로 뻗어나갈수록 좋다.

생방송 플랫폼으로는 아프리카TV, 트위치TV, 유튜브 라이브 등이 있다. 아프리카TV는 게임 방송보다 직접 진행자가 나와서 말을 하는 캠 방송이 많다. 그러다보니 보통 소개팅방송이나 미팅방송 등도 가능하다. 트위치는 게임 위주다. 때문에 게임을 잘하거나 방송을 재밌게 해야 한다. 외국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게임이 위주기 때문에 게임 좋아하는 남자 회원이 많다. 아프리카TV와 트위치는 시청자의 유동이 잦다. 이 방 저 방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유튜브 라이브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유튜브의 생방송 플랫폼이다. 유튜브 라이브에선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편이다. 이미 유튜브에서 기반을 다진 나의 경우 유튜브 라이브로 하루 3~4시간씩 생방송을 하면 그중 시청자들의 연속 시청시간은 30분 정도 된다. 다른 생방송 진행자는 3분도 길다고 한다. 또 유튜브 채널 구독자에게 생방송을 한다는 알림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면 조회 수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유튜브 등 여타 플랫폼과 조회수 산정 방식이 달라 스치듯 지다가도 조회 수로 기록된다. 유튜브는 대외비여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얼마간 방송을 봐야 조회 수가 올라간다. 아직까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라이브에는 시청 대가로 방송 진행자에게 돌아가는 몫에 대한 수익구조가 없다.

대도서관

-생방송은 녹화 편집 방송보다 더 출중한 입담과 재치, 순발력이 필요할 것 같다. 쉽게 도전하기 어려워 보인다.

생방송은 중요하다. 녹화 편집 방송에 이어 생방송까지 잘해버리면 화제성과 친근함을 모두 가질 수 있게 된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금전적 이익도 따라오게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생방송에 도전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생방송으로 성공하려면 매일 방송해야 한다. 최소 1주일에 5일 정도는 해야 한다. 한번 했을 때 적어도 세 시간씩 방송해야 한다. 또 그 시간 동안 오디오가 비면 안 된다. 혼자 매일 이런식으로 진행하고, 콘텐츠 매번 바꿔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직장이나 학교를 그만 둬야 할 것이다. 그러기가 어렵다. 또 새로 생방송을 하게 되면 같은 시간대의 기존 생방송 대열을 비집고 들어가는 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면서까지 생방송을 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여유가 되지 않는다면 주말을 이용해 생방송을 연마해두는 것이 좋겠다.

-크리에이터들에게 소속사 같은 역할을 해주는 MCN에 들어가면 어떤 점이 좋나?

MCN은 크리에이터틀의 영상 외적인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소속사와는 다른 개념이다. 소속사는 소속된 스타에게 스케줄을 할당하고 계약서대로 수익을 나눠 갖는다. MCN은 수천 명이나 되는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면서 소속사처럼 할 수가 없다. 크리에이터들은 어떻게 보면 일반인들이라서 영상은 어느 정도 만들 수 있겠지만 저작권이나 세금 같은 법적문제, 업체 미팅, 광고 단가 협의 시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거의 모른다.

CJ ENM의 다이아TV와 같은 대기업 계열 MCN에 들어간다면 저작권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음악, CG, TV프로그램을 일정 부분 활용할 수 있다. 마냥 가족 같은 소규모 MCN에 들어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친목 도모로 잘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대기업 MCN의 장점이 더 크다고 본다.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다보면 제안이 들어온다. 무조건 구독자 수나 조회 수가 많아야 제안이 들어오는 건 아니다. MCN에서 직접 영입할 수도 있고, 이미 유명한 크리에이터들의 추천받아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조회 수가 적지만 가능성이 큰 크리에이터에게는 제안이 갈 거라 본다.

■ 대도서관은 누구인가?

게임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대도서관은 국내에서 1인 미디어 업계를 개척한 1세대 크리에이터로 평가받는다. 대도서관은 CJ ENM 다이아 TV소속 유튜버이자 지난 2015년 설립한 엉클대도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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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서관은 2002년 세이클럽 뮤직쟈키로 데뷰해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0년부터 다음 TV팟, 아프리카TV 등 플랫폼을 거쳐 2016년부터는 유튜브로 전향했다. 유튜브 구독자 수는 179만명에 달한다.

대도서관이 한 게임으로 'GTA5', '항아리게임', '마인크래프트' 등이 유명하다. 최근엔 JTBC 예능 프로그램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에 부인 윰댕과 함께 고정 출연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콘텐츠 기획에 대한 실전 지침서 '유튜브의 신'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