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Over The Top) 등 방송업계 신(新)산업의 영향력이 급증하는 점을 감안, 향후 제정될 통합방송법에서는 이를 방송법 규제 영역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임, 지배구조 등을 재정립하고, 방송업계 공정경쟁을 위한 법규의 실효성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방송법 제정 공청회에서 '방송의 공적가치 제고 및 상생 생태계 조성을 위한 통합방송법 제정' 내용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대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부터 준비한 ‘방송법 전부개정 법률안’과 ‘한국방송공사법안’이 공개됐다. 이날 발표는 해당 개정안 내용에서 새로 도입되거나 폐지된 내용을 밝히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료방송 통합규제 필요성 커져"
현 방송법은 지난 2000년 3월 제정됐다. 이후 법 개정이 54회 가량 이뤄졌지만, 방송산업이 격변하는 것에 비해 땜질식 대응으로 법과 산업환경이 괴리됐다는 지적이 반복돼왔다.
IPTV와 OTT가 대표적 사례다. 전통 매체인 지상파, 케이블 방송(SO) 등의 시장점유율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반면 IPTV는 총 매출이 지난 2016년 케이블 방송을 넘어서는 등 급성장했다. OTT 서비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과거 세워진 방송에 대한 법적 정의로는 이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박상호 연구실장은 변화된 방송환경을 반영한 통합방송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해당 법이 방송의 공적 가치와 공정 경쟁을 꾀하는 제도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개정 내용으로는 우선 IPTV사업법,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이하 지특법)을 방송법에 통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연구실장은 "방송 역무·서비스 사업자 간의 규제 일치성과 형평성을 위해 IPTV법은 폐지하고, 주요 사항을 방송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특법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강화에 맞춰 지역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상생하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통합 이유로 꼽았다.
사업자 분류, 인허가 체계의 개선도 언급했다. 방송역무 단위에서는 방송과 공영방송, 지역방송을 구분하고, 방송사업 단위에서는 전송 플랫폼 계층인 유료방송을 세분화하자는 것.
특히 유료방송사업 내 '부가 유료방송사업자'를 규정하고, 개방형 인터넷을 통한 방송, 즉 OTT를 제공하는 사업자까지 포함하자고 말했다.
방송콘텐츠제공사업에서는 개인방송, MCN 등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를 별도로 규정하자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독립 운영권 보장...공적 가치 이행 결과 재승인에 반영
공영방송에 대해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방송 일반의 공적 책임과 구분되는 공영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되 공적 재원을 받는 만큼 공적 가치 이행 계획을 시청자와 국회에 보고하고 이행 결과를 재허가·승인 평가에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영방송은 지상파방송사업이 아닌 '공영방송사'로 분류해야 한다고 봤다. 일반 방송보다 강한 공적 책임을 고려한 조치다.
한국방송공사법 제정도 언급했다.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이 각자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한 법안이다. 구체적으로는 ▲이사회와 집행기관의 운영기준 명확화 ▲공영방송의 설명책임 강화 ▲남북관계 등을 고려한 공영방송 업무 범위 확대 ▲수신료 납부 대상 수상기 범위 보완 등이 주요 내용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방송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공정경쟁 절차·조사 주체 마련...금지행위 위반 사업자 손배 책임 명시
박상호 연구실장은 방송업계 공정경쟁을 위해 공정경쟁 촉진을 위한 별도 조항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방송사업의 경쟁상황 평가 주체는 개정안에서 방송통신위원회로 명시하고, 방통위의 관련 조사 권한을 법적으로 규정해야 실행력이 강화된다고 봤다.
공정경쟁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지행위 확인을 위한 조사 절차', '손해배상 청구' 등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금지행위 유형으로 '정당한 사유 없는 방송서비스 제공 거부', '방송서비스 제공 과정에 취득한 시청자 정보 부당 유용', '정당한 사유 없이 외주제작사에 대한 불리한 계약조건 강요 등 금지' 등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금지행위 위반 시 손해배상 책임 내용을 명시할 것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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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방송사업자 간 분쟁이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해 방송분쟁의 조정, 해결 관련 사항을 별도 규정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실장은 "통합방송법은 공영방송 등 방송의 공적 책무를 명확히 하고, 산업적 가치도 높이기 위한 후속 대책"이라며 "공영방송, 지상파, 지역방송, 유료방송, 방송콘텐츠사업자가 상생하는 법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