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화 속도에 맞춰 방송통신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정부조직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방송통신 정부조직의 진단과 개선 방안' 공동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많았다.
기존 방송 시장에 IPTV, 1인방송, 유튜브 등 각종 OTT가 빠르게 등장하면서 현재와 같은 정부 조직으로는 적시에 필한 정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규제 정책을 맡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진흥 정책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분리된 정책을 통합해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다.
■"반으로 나뉜 방통 정부조직, 규제 불확실성 초래"
'문재인 정부 방송통신 정책 1년의 경과'라는 주제로 맡은 김재영 충남대학교 교수는 현 정부 출범 이전 방송통신 환경 악화의 원인으로 생태계 급변과 공영방송의 몰락,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 방송통신 정부 조직의 이원화를 꼽았다.
최근 OTT, IPTV가 급성장하는 동시에 온라인 광고 비중이 TV방송 광고를 넘어섰고, 이로 인해 방송 시장의 경쟁의 강도는 높아지고 성장세는 둔화됐다. 김재영 교수는 이 때문에 사업자 간 갈등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유료방송(SO) 업계는 가입자 포화와 결합상품 경쟁 심화가, 홈쇼핑 등 방송채널사업자는 방송광고 시장 성장 정체에 따른 SO 수익 악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같은 시기에 KBS, MBC 등 공영방송은 2010년대 들어 공정성, 신뢰성, 유용성 항목에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방송통신 정책의 규제와 진흥을 방통위와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로 분리해 시장 악화를 촉진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규제 업무 일부만 수행하는 방통위가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되면서 산업의 혁신이 정체되고 이에 따라 경쟁력이 약화됐다"며 "사업자에게는 규제 불확실성을, 이용자에게는 정책 혼란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또 현 정부 들어 4기 방통위 출범 등 방송통신 정책 설계가 이뤄졌으나 시장 상황에 따른 시급한 규제 개선이 막막한 점 등 실효성 측면에서 부족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방송광고제도 합리화, 신 유형 융합서비스 제도 정비 등 일부 정책과제는 OTT의 성장, 방송광고 위축 등에 따라 시급한 대처가 필요하지만 마땅한 정책 수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영방송 재원 투명성 향상을 위한 수신료 산정, 징수, 배분, 평가 등 제도 개선도 추진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 새 거버넌스, 거대 부처 생성은 막아야"
이상원 경희대학교 교수는 '방송통신 정부조직 개편의 필요성과 방향' 발표를 통해 방송통신 정부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외 방송통신 정부 조직의 경우 미국과 일본은 각각 진흥과 규제 정책을 동시에 연방통신위원회, 총무성이 담당하고 있다. 반면 영국과 캐나다는 방송 진흥 정책, 통신 진흥 정책, 방송통신 규제 기능을 개별 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이상원 교수는 방송통신 진흥, 규제 기구의 통합을 주장하며 변화한 시장을 근거로 들었다. 이 교수는 "개인방송 등 다양한 OTT가 차세대 미디어로 등장하고 있는 동시에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다양한 정책과 규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조직의 문제점도 소개했다. 김재영 교수와 마찬가지로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진흥, 규제 기관의 이원화로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부처 간 이견으로 갈등이 초래되고, 사회적 합의 없는 조직 개편으로 업무와 권한이 중복돼 비효율을 야기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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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교수는 "ICT, 미디어 정책 과정에서 시민과 전문가의 참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민간과 정부가 협력하는 방송통신 정책 거버넌스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거대 부처를 만드는 통합은 지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거대 부처는 큰 사회적 비용과 장기적인 조직 재개편이 필요할 수 있다"며 "기능 조정과 중범위에서의 통합을 통해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