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심리적 저항선이던 100만원은 진작 무너졌다. 연말에 나올 아이폰 차기 모델은 120만원대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아이폰 뿐만이 아니다. 안드로이드 프리미엄 폰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스마트폰 가격은 왜 이렇게 자꾸 오르는 걸까? 그리고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지불할까?
미국 IT매체 씨넷과 경제 전문매체 더스트릿닷컴 등 외신들은 5일(현지시간) 스마트폰 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을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외신들은 최근 스마트폰 가격 상승이 성능 향상에 따른 부품가격 상승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스마트폰이 TV 못지 않은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높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좀 더 늘어난 부분 역시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 '스마트폰=1천 달러' 저항선 무너져…추가 상승 유력
애플이 지난 해 1천달러까지 아이폰X을 내놨을 때 적잖은 비판이 쏟아졌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애플에겐 오히려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애플은 지난 분기 평균판매가격 80만원 대를 유지한 덕분에 '적게 팔고도 더 많이 남기는'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애플은 오는 9월엔 아이폰X보다 더 비싼 아이폰X 플러스 스타일의 스마트폰을 내놓을 전망이다.
가격이 치솟고 있는 건 아이폰 뿐만이 아니다. 안드로이드 주요 업체들의 프리미엄 폰 역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미국에서 삼성 갤럭시폰의 가격은 지난 2년 간 15.1% 상승했다. 화웨이 P 시리즈는 33%나 치솟았다. 원플러스의 상승률도 만만치 않다. 2016년부터 미국시장에서는 32.6%, 영국 시장에서는 42.6% 올랐다.
이런 추세는 스마트폰 전체의 평균판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 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7년 313달러였던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은 올해는 345달러로 10.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는 건 고가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감이 그만큼 무뎌진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고가폰을 선뜻 구매하는 걸까?
이에 대해 외신들은 '스마트폰이 가장 중요한 생필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씨넷은 CCS 인사이트의 벤 우드 애널리스트를 인용, "스마트폰이 가장 중요한 생필품으로 떠오르면서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기꺼이 부담할 마음의 준비를 갖추게 됐다"고 분석했다.
경제 전문매체 더스트릿의 분석은 좀 더 구체적이다. 더스트릿은 "역사적으로 볼 때 한 때는 주택이 (소비자들의) 최우선 구매 대상이었다가, 우선 순위가 자동차로 넘어갔다"면서 "그런데 이젠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100만원을 웃도는 고가폰을 선뜻 구매하려든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 늘어난 교체 주기…"100만원 이상 지불 저항감 줄었다"
물론 최근의 스마트폰 가격 상승이 근거 없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롯한 주요 스마트폰업체들은 연이어 스마트폰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좀 더 빠른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카메라 기능을 대폭 향상시킬 경우엔 원가가 상승하기 마련이다. 신소재 연구나 개발의 재정적 부담도 스마트폰 가격에 반영된다. 여기에다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요인이 대폭 늘어났다.
아이폰X의 3D뎁스 센서 카메라, 화웨이 P20 프로의 트리플 카메라 등은 성능이 향상된 만큼 생산 비용도 함께 올라간다. 스마트폰 뒷면의 글래스 또는 세라믹 소재, 프레임용 항공 우주 등급 알루미늄도 마찬가지다.
다이아몬드 유리 스크린이나, 지문이 묻지 않는 새로운 타입의 강화유리 등도 마찬가지다. 커브드 글래스나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와 같이 완전히 새로운 제조공정을 구축하는 것 역시 삼성전자 같은 생산업체들에겐 적잖은 투자 비용이 요구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만으론 가격 상승을 전부 설명하긴 힘들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종전보다 더 길어진 부분도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NPD그룹은 더스트릿닷컴과 인터뷰에서 "이용자들은 평균적으로 32개월 가량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2년 남짓했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최근 들어 다소 늘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업체들은 줄어든 교체 수요를 만회하기 위해 고가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더스트릿닷컴의 분석이다.
애플이 지난 해 1천 달러짜리 아이폰X을 출시하면서 제기됐던 수요 감소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점 역시 고가 전략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많다.
IDC의 벤 우드 애널리스트는 씨넷과 인터뷰에서 "부품 및 제조 공정이 가격 상승 요인을 제공하긴 했지만 (최근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며 “오히려 포트폴리오 수익 극대화를 위해 아이폰 가격을 높이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 계속 올라가는 스마트폰 가격, 끝은 어디?
요약하면 이렇다. 스마트폰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기기'가 아니다. 거실을 점령하고 있는 TV 못지 않은 핵심 기기가 됐다. 사용 빈도는 오히려 TV보다 더 긴 편이다.
늘어난 교체 주기 역시 소비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2, 3년에 한번씩 가장 중요한 기기를 장만하는 데"란 생각에 100만원을 웃도는 거금을 선뜻 지불하는 데 큰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런 스마트폰 가격 상승세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일부에선 1천200달러 정도까지 더 상승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벤 우드 분석가는 "아이폰X플러스 가격이 1천200달러가 안 될 이유는 없다"며 "사람들은 더 비싸진 아이폰X을 구매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소셜미디어에서는 이에 대해 즉각적인 반발이 있을 것이지만, 사람들은 조용히 그것을 살 것이다"고 덧붙였다.
고가폰이 잘 팔리는 현상이 반드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란 지적도 제기됐다. 고가 전략은 줄어든 수요를 높아진 가격으로 메우려는 스마트폰업체들의 자구책이라고 더스트릿닷컴이 지적했다.
■ 중급 스마트폰은 여전히 저렴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높아지고 있지만, 모든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토로라 모토 G6, E5와 같은 중저가 스마트폰은 매년 거의 동일한 가격으로 우수한 예산 핸드셋을 내 놓으며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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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아너 시리즈도 슬림 베젤과 듀얼 카메라, 인물 모드 카메라와 같은 인기 있는 디자인과 기능에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모델이다. 샤오미, 노키아, 오포, 에이수스 등의 브랜드들도 비용에 민감한 구매자를 위한 기본적이고 저렴한 휴대폰을 출시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높은 가격대 스마트폰에 고정되어 있지만, 중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고 씨넷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