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판매가격(ASP)이 스마트폰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물론 애플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량 1% 증가로 관련매출 20% 상승이란 마법을 실현했다. 덕분에 전체 수익도 40%나 늘었다. 아이폰 평균판매가격을 작년보다 20% 향상된 724달러(약 81만원)로 유지한 덕분이다.
하지만 평균판매가격 측면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건 오히려 중국 업체들이다. 그 동안 ‘저가폰 밀어내기’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업체들이 고가 전략 쪽으로 선회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 동안 삼성전자가 독점했던 ‘고급 안드로이드폰’ 쪽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단초를 보여준 것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가 1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의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 향상을 주목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2분기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이 28% 상승했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애플보다도 훨씬 높았다. 샤오미(14%), 오포(20%), 비보(16%) 역시 10% 중반대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저가폰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카운터포인트는 “중국 업체들도 인공지능(AI), 베젤 없는 디스플레이, 듀얼카메라 같은 프리미엄 요소들을 추가한 고각 브랜드를 추가하면서 평균판매가격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업체들은 또 중간 가격대 폰도 평균판매가격 향상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저장 용량 등을 달리한 다양한 모델들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이 가능하면 더 비싼 폰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평균판매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다. 최신 프리미엄폰인 갤럭시S9이 부진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2분기 인도시장에서 약진한 것 역시 평균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2분기 인도 시장에서 샤오미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 안드로이드 프리미엄폰 전쟁, 어떻게 될까
숫자로 드러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잠시 상상력을 한번 발휘해보자.
10~15% 내외를 오가는 애플의 점유율은 당분간 불변이라고 봐야 한다. 이 시장은 안드로이드 폰 업체들이 빼앗아올 가능성이 많지 않은 수요층이다.
나머지 시장을 놓고 안드로이드 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 동안은 ‘중국폰=저가, 삼성폰=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무섭게 성장하던 중국 시장이 서서히 정체 상태에 이르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업체들이 해외 시장 쪽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도, 동남아 뿐 아니라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도 확산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허 이슈가 있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전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중국업체들이 성능 향상을 통한 고가 전략 쪽으로 눈을 돌리는 건 이런 시장 상황과도 맞물리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삼성이 오는 9일 공개할 갤럭시노트9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안드로이드 대표 프리미엄 폰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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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폰에서도 평균판매가격이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됐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줬다. 물론 평균판매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선 성능 뿐 아니라 이용편의성이나 생태계 모든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저항감을 무력화할 필요가 있다.
과연 갤럭시노트9은 그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까? 이 질문은 예상보다 빨리 뜨겁게 달아오른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