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간 경쟁 줄고 알뜰폰 경쟁력 떨어지고

번호이동시장 급변...알뜰폰만 가입자 빼앗겨

방송/통신입력 :2018/08/01 16:10    수정: 2018/08/01 17:10

이동통신 3사 간의 가입자 유치 경쟁 지표인 번호이동 건수가 지난해와 비교해 대폭 축소됐다. 3사간 경쟁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대신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의 가입자가 오히려 이통 3사 서비스로 넘어가고 있다.

경쟁 구도가 이상하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번호이동 건수는 48만7천533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63만여건과 비교하면 15만명 가량 줄었다.

번호이동은 통신사 간 가입자를 주고받는 형태의 가입방식이다. 010 신규가입이나 기기변경 등 번호이동 외 휴대폰 가입 유형 전체 건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번호이동 건수만 대폭 감소하면서 통신사 간 경쟁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체 휴대폰 가입자 중 번호이동 가입자의 비중에서도 경쟁 약화 추세가 드러난다. 지난해 7월 전체 휴대폰 신규 가입자 중 번호이동 가입자 비중은 30%를 넘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번호이동 가입자 비중이 2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세명 중 한명이 통신사를 바꿔가며 가입하던 시장 분위기가 다섯명 중 한명 꼴로 급변했다는 뜻이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 통신사에 발목 잡힌 가입자

이처럼 이통 시장 내 경쟁이 감소한 이유로는 가입자 묶어두기 방식의 결합 판매와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이 꼽힌다.

가입자를 묶어두는 판매 방식은 이통사로서 최고의 마케팅으로 꼽힌다. 통상 3년 약정 기준인 IPTV,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상품과 2년 약정의 휴대폰을 묶어 팔면 요금할인을 맛본 가입자들이 경쟁사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선뜻 다른 통신사로 갈아타기 어렵다.

최근 통신사의 IPTV 가입자가 부쩍 늘어나면서 모바일과 초고속인터넷, 방송을 결합한 TPS 상품의 판매 비중도 함께 증가했다. 때문에 결합 판매를 통한 가입자 묶어두기 효과는 향후에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25%로 오른 선택약정할인율도 가입자 묶어두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할인율의 상향은 번호이동 가입자를 감소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번호이동 가입자는 대부분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통신사와 제조사가 지급한 공시 지원금을 받아 기기값을 깎는 조건을 우선으로 여긴다. 반면 25%의 할인율에서는 월 6만원대 요금제일 때 2년간 약 40만원의 요금할인이 제공되는데, 공시 지원금 액수가 요금할인 액수를 넘어서기 어렵다.

때문에 기존 단말을 계속 사용하면서 1년 추가 약정 연장을 통해 요금할인을 받는 소비자가 늘었고, 통신사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아끼면서 기존 가입자를 그대로 묶어두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 알뜰폰마저 와르르

지난달 번호이동 통계 수치가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알뜰폰 가입자의 이탈이다.

번호이동 통계는 이통 3사와 알뜰폰이 서로 주고받은 가입자 수치와 총 건수 등으로 이뤄진다. 통신사끼리 주고받은 가입자 수치를 통해 한달 동안 어떤 통신사가 가입자가 줄었는지, 또는 늘었는지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통 3사 가운데 후발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가입자 순증을 기록해왔고, 이보다 늦게 시장에 진입한 알뜰폰은 시장에서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이통사의 가입자를 유치해왔다.

반면 7월의 경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모두 가입자 순증을 기록했다. 한달 동안 번호이동 시장에서 알뜰폰만 가입자를 잃었다는 뜻이다.

이는 알뜰폰이 번호이동 통계에 반영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SK텔레콤은 알뜰폰으로부터 3만4천201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2만92명만 내줬다. KT는 1만5천315명의 알뜰폰 가입자를 얻었고 1만4천564명을 빼앗겼다. LG유플러스는 1만5천149명의 알뜰폰 이용자를 유치하면서 단 9천288명만 알뜰폰에 넘겨줬다.

알뜰폰의 무기는 이통사처럼 통신설비를 구축하지 않고 도매대가만 제공해 이통사보다 싼 요금제를 내세울 수 있는 점이다. 하지만 보편요금제 입법 등을 통한 정부의 요금인하 압박에 이통사들이 수익을 줄여가며 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기 시작했고 알뜰폰의 요금 경쟁력이 줄어들게 됐다.

단순히 알뜰폰의 시장 경쟁력 감소로 볼 수 있지만, 시장 전체적으로는 경쟁 요소가 또 하나 사라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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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이 더 싼 요금제로 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정부가 도매대가 협상에 대신 나서줘야지만 새로운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는 구조에 있다. 문제는 요금 인하로 수익이 축소된 이통사의 도매대가를 마냥 인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적책으로 힘을 실었던 알뜰폰이 정부의 요금인하 정책에 압박을 받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도매 시장 중심으로 규제하고 경쟁 기조를 유지했던 정부가 소매 시장의 요금 규제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첫 부작용이 알뜰폰의 위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