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가 취임한 지 열흘 만에 2분기 실적이란 첫 성적표를 받았다. 물론, 전임 CEO가 남기고 간 것이지만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물이다.
LG유플러스는 2분기 실적결과(구 회계기준) 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1.0% 증가한 3조392억원, 영업수익은 1.8% 증가한 2조3천74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반면, 영업이익은 19.3% 증가한 2천481억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표지만 내용이 좋지 않다.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했음에도 영업이익은 크게 늘었다. 정체된 시장에서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까지 보태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한 수치지만 과연 이 같은 성적표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에 생각이 도달하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는 2014년 2조2천118억원을 정점으로 투자를 계속 줄여 왔다. 이듬해에는 1조4천103억원, 2016년 1조2천558억원, 지난해에는 1조1천378억원을 투자비로 썼다. 3년 새 투자비를 반토막으로 줄였다. 올 상반기에도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인 4천652억원을 썼다.
마케팅비 역시 2014년 2조962억원에서 2015년 1조9천986억원, 2016년 1조9천515억원으로 줄여 왔다. 지난해에만 전년대비 약 10% 늘어난 2조1천713억원을 썼지만 올 상반에기에는 전년대비 552억원이 줄었다.
투자비와 마케팅비를 줄여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다. 아울러, SK텔레콤·KT와 달리 LG유플러스는 3G 사업을 포기하고 4G로 바로 넘어왔다는 점과 5G로의 전환점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 같은 기조가 언제까지 통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그동안 경쟁사들과 달리 3G 전국망 구축과 유지비용을 아낄 수 있었지만 이동통신 전체 가입자 중 80% 이상이 4G로 전환된 데다, 5G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3G 사업을 포기하면서 LTE 가입자 비중에서도 경쟁사들과 비교해 가장 높은 93.5%를 기록 중이지만 가입자당 월 평균 수익(ARPU)은 줄고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하다.
3년 전인 2015년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 ARPU(서비스 ARPU 기준)는 3만6천384원이었으나 2016년 3만5천861원, 2017년 3만5천268원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올 1분기에는 3만3천355원, 2분기는 3만2천721원을 기록하며 더 낮아지는 추세다.
이에 대해, 김남수 LG유플러스 PS부문 마케팅그룹 마케팅전략담당은 “결합가입자와 선택약정 증가로 ARPU 하락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에는 선택약정 고객 신규 유입 비중과 누적 비중이 상쇄될 것으로 보이고, 고가요금제 가입자를 확대해 성장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미 선택약정을 한 가입자가 많아 신규로 들어올 가입자가 줄고 있는 만큼 조만간 ARPU의 하락세가 멈출 것이란 설명이다.
최근 KT와 SK텔레콤이 잇달아 데이터 요금을 크게 인하하면서 요금 개편에 나선 것과 달리 LG유플러스가 ‘속도·용량 걱정없는 데이터 요금제’ 출시 이후 경쟁사들 요금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맞닿아 있다. 고가요금제로 ARPU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가입자들의 ARPU 하락이 불가피한 요금제 출시를 최대한 늦추고 있는 것이다.
투자비와 마케팅비 축소 등 이 같은 LG유플러스 경영기조가 가장 두드러진 시점이 전임 CEO인 권영수 부회장이 취임한 2015년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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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인수합병(M&A)설이 불거지는 이유도 LG유플러스가 현 경영전략을 유지하면서 최대한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우회 전략이 CJ헬로 인수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마케팅비로 초고속인터넷과 유료방송, 이동통신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선장을 맡게 된 하현회號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여전히 유효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신임 하현회 CEO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