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의 김광수 회장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올 상반기 실적 발표와 동시에 향후 경영전략을 밝혔다.
김광수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받아든 성적은 합격점 이상이다. NH농협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은 2012년 지주 출범 이후 상반기 수익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내겠다는 김광수 회장의 취임 목표가 일부 달성된 셈이다.
그는 이를 안정적 수익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또 디지털 전환과 함께 다른 금융지주사에 뒤쳐졌다고 평가받는 글로벌 부문 성장세를 일궈나가겠다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내년엔 2014년 이후 다시 '5개 금융지주사(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NH농협금융·우리금융)' 경쟁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NH농협금융지주의 영업력이 굳혀질 수 있을 지 금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올해 상반기 NH금융 '어닝 서프라이즈'
26일 서울시 서대문구 NH농협은행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수 회장은 "상반기 실적을 통해 NH농협금융의 안정적 수익 창출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은 8천295억원으로, 전년 동기 5천127억원과 비교해 3천168억원(61.8%) 증가했다. 여기에 NH투자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간주했을 때 당기순익은 1조원 가까이 된다. NH금융지주가 보유한 NH투자증권의 지분은 49%가량으로, 연결 당기순이익은 지분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연결 기준에 따라 NH투자증권의 실적 전부가 아닌 지분율에 맞춰 실적은 2천449억원만 계상됐다.
2분기 실적만 따로 떼어놓고보면 4천394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 전 분기 3천901억원 대비 12.6%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 당기순익이 4천억원을 상회했다.
이번 당기순이익의 개선에는 신용손실충당금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상반기말 NH농협금융의 신용손실충당금은 2천392억원으로 전년 동기 4천735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49.5%) 감소했으며, NH농협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도 1천825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4천275억원)과 비교해 57.3%줄었다.
■ 핵심 아젠다 '디지털' '글로벌'
김광수 회장은 수익 기반이 안정화됐다고 평가하면서 "이제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키워드는 디지털과 글로벌이다. 김 회장은 "디지털 전환(트랜스포메이션)은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의제"라고 덧붙였다.
세부안에 대해 김 회장은 디지털 전략과 IT부문의 통합을 꾀하기 위해 하나의 센터를 마련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김 회장은 "올해 하반기 외부 핀테크 회사는 물론이고 내부의 디지털 전략부와 IT파트가 같이 근무해 협업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며 "서울시 양재에있는 IT센터를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24시간 잠들지 않은 은행으로 만들고, 한번의 애플리케이션(앱) 인증으로 전 계열사에 자동로그인이 되는 통합 인증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빅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 직원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하는 데이터 중심의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문에 대해 김 회장은 "다른 금융사들처럼 국내에서 하는 업무를 해외에서 하는 게 아니고, 농협금융의 특수성과 파트너십을 강조해 갈 계획"이라는 밑그림을 제시했다. 각 자회사가 해외에 별도로 진출하기 보다는 은행·보험·증권·캐피탈을 한데 묶어 종합적으로 진출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부연이다. 현재 지주 차원에서는 중국·베트남·미얀마를 중심으로 전담반을 운영하고 있다.
■ 자회사 간 협업 시너지…"전문적 인재 필요"
김광수 회장이 취임 당시부터 강조해온 자회사 간 협업 시너지는 일단 밑그림 작업이 끝났다. 지난 5일 NH농협리츠운용이 설립되면서 리츠상품과 NH농협은행의 부동산 신탁을 키워나갈 초석이 마련된 것. 증권과 부동산·선물 등 자산관리의 한축도 완성됐다. 김 회장은 "농협의 내·외부의 우량 부동산을 활용해 고유의 리츠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라면서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한 두 상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NH농협리츠운용 외에도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상태기 때문에 자산관리 부문은 더욱 활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김광수 회장은 직원들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 금융지주회사가 같이 있다보니까 비교적 직원의 전문성 문제가 생긴다. (회사 간) 오고 가는 부분"이라며 "업무에 전문성이 필요한 직위에 대해서는 그만한 퀄리티가 필요하다. 전문적인 인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특수 금융지주사' 발목잡을까, 득될까
김광수 회장은 이날 '특수 금융'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농협법에 따라 설립됐다. 이에 자본확충이 경쟁 지주사에 비해 제약이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다른 지주의 자기자본은 30조원인데 NH농협금융지주는 18조원이다. 비교적 자본금 규모가 취약한 측면이 있다"면서 "상장된 회사가 아니고 대주주가 농협중앙회로 돼 있어 비교적 쉽게 자본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거론했다.
특히 비은행 부문의 성과를 견인해온 NH농협생명에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예정돼 있다. 건전성을 위해 자본금을 확충해야 함과 동시에 비은행과 은행의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도 깨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자본 제약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김광수 회장은 자회사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장기성장동력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회장은 "자회사 사장 임기가 다른 데에 비해 짧은 편이다. 각 자회사들이 중기 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하는 부분 등에 대한 노력에 무게를 두고 자회사 사장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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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김 회장은 "NH농협금융이라는게 특수 금융회사다. 다른 회사는 지주회사라 관련 법 지배를 받는다"면서 "농업에 관련된 금융, 상품 등은 무엇이든 결국 NH농협금융에서 할 수 있도록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회장은 "다른 데서 하지 못한 NH농협금융만의 고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걸 하겠다. 간접지원 외에 자금 지원 등 직접적인 지원을 구상 중"이라며 "농업과 관련된 증권사의 펀드, 자산운용사의 주가연계증권(ETF)등을 개발에 역점을 두고 추진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