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감만 키운 동물보호단체의 ‘치킨 습격 작전’

[백기자의 e知톡] ‘난 맞고, 넌 틀리다’ 착각의 오류

인터넷입력 :2018/07/24 15:22    수정: 2018/07/25 08:39

지난 주말 배달의민족이 주최한 ‘치믈리에 자격시험’ 행사에 한 동물보호단체가 난입해 “치킨을 먹지 말라”는 기습 시위를 벌였습니다.

동물보호단체는 “치킨도 소중한 생명이다"는 걸 알리기 위해 시위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이날 시위는 오히려 동물보호 단체에 반감만 키우고 말았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입장에선 시위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셈입니다.

그 뿐 아닙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단체 또는 개인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됐습니다. 그들의 생각과 의도는 순수했을지 모르나, 누구 하나 득이 되지 않는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치믈리에는 배달의민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개최한 치킨 알아맞히기 행사입니다. 배달 음식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음식 중 하나가 치킨이라는 데 착안한 행사입니다. 이를 활용해 사람들에겐 즐거움을 주면서 배달의민족 브랜드도 알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행사입니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도 약 500여명의 참석자들과 가족 등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동물보호단체 소속 6~8명 가량의 사람들이 행사장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첫 시험이 시작되기 직전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닭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일장연설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냥 어리둥절한 상태였습니다. 회사 스텝들은 예정에 없던 인물들이 불쑥 튀어나오자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반면 행사 참가자들은 "이게 뭔가"란 생각을 했을 겁니다. 워낙 위트있는 배달의민족의 행사라 몰래카메라인일지 모른단 생각도 했을테죠.

하지만 무대에 오른 사람의 목소리가 격앙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이상한 쪽으로 흘렀습니다. 그러다가 “닭의 죽음을 희화화 하지 말라”며 치믈리에 행사를 반대하는 구호까지 외치기 시작하자 행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곳곳에 숨어있던 활동가들이 일어나 닭을 먹지 말라는 종이를 들고 무대까지 올라갔습니다. 종이에는 ‘치킨은 살 안 쪄요. 치킨은 죽어요’, ‘음 이 맛은 30일 된 병아리 맛이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닭을 먹기 위해 참석한 사람들을 향해 “닭의 시체를 먹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현장에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의 참석자들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배민 치믈리에

이로 인해 수개월 전부터 수억원을 들여 행사를 준비한 배달의민족도, 소정의 참가비와 교통비를 들여 먼 곳에서 행사장을 찾아온 참가자들은 강한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치킨을 시식해보고 어떤 브랜드의 어떤 맛인지를 맞혀야 하는 참가자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갖게 됐을까요. 동물을 먹는다는 죄책감이 컸을까요, 아니면 행사를 망친 동물보호단체에 대한 원망이 컸을까요.

아마도 그 동안 맛있게 먹었던 삼겹살부터 치킨, 나아가 생선과 야채까지 도대체 어디까지가 먹어도 괜찮고, 문제인지를 머릿속으로 열심히 따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내가 찬반 논란이 있는 사철탕을 먹은 것도 아닌데, 이런 비난을 받고 죄책감을 느껴야 하나”라는 생각에 번뜩 정신을 차려 동물보호단체를 원망하지 않았을까요.

배달의민족이 입장문에서 밝혔듯 동물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개인 또는 단체의 의견은 무척 소중하고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그 동물이 어떤 동물이든 생명 자체로서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에 동의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생각과 의견을 가진 누군가가 형식과 절차를 무시한다면 어떤 누구에게도 울림을 주지 못하고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지 않을까요. 치믈리에 행사장에 습격한 동물보호단체가 바로 이런 경우라 보입니다.

관련기사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행사가 준비되고 홍보되는 기간 동안 해당 동물보호단체는 회사 측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기습시위였습니다. 행사를 망치는 것이 자신들의 메시지를 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라 판단한 듯 보입니다. 세간의 비판도 ‘정의’란 이름으로 감수해야 한다는 착각을 했는지도 모르겠군요.

남성혐오와 여성혐오에 빠져 서로의 주장과 논리에 빠진 단체들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이들의 메시지와 행위는 날로 과격해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심해져만 갑니다. 모두가 “나만 맞고, 너는 틀리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너무 뻔한 거 아닐까요. 앞으로 나올 경찰 수사와 법적 판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