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째 이어져 온 삼성전자의 신기록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증권사의 전망치보다 낮은 14조원 후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사업 수익 하락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3분기에는 부품 사업이 신기록을 또 다시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6일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14조700억원)보다 5.19% 증가한 14조8천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매출액은 58조원으로 전년 동기(61조원) 대비 4.92% 감소했다.
이는 지난 1분기 달성했던 15조6천400억원의 최고 영업이익보다 1조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또 증권가에서 하향 조정했던 컨센서스(추정치)보다도 낮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예상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 60조555억원, 영업이익은 15조2천704억원이다.
■반도체·TV·가전 '맑음'…휴대폰·디스플레이 '흐림'
삼성전자는 2분기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사업 부진에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8천억원 가량 오른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슈퍼 호황이 지속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이순학 연구원은 "2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가전 사업부를 제외한 부문의 영업이익은 모두 전분기 대비 감소할 전망"이라며 "휴대폰 사업부와 함께 특히 디스플레이의 수익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역대 최고치인 11조5천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2분기에도 11조원 후반대에서 12조원대를 기록하며 이 기간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D램 사업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낸드와 비메모리 반도체 영업이익은 기존의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D램은 성수기를 맞아 제품 가격이 견조하지만 낸드는 인텔, 마이크론 등 경쟁사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출하가 제품가격 하락 유발이 예상된다”며 “비메모리 반도체는 가상화폐 채굴 수요와 미국 고객사향 출하 견조에 힘입어 파운드리 실적은 양호하지만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하 부진의 영향으로 시스템LSI의 실적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디스플레이 패널(DP) 부문은 저조한 실적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DP부문은 2분기 1천억~2천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액정표시장치(LCD) 매출이 성수기를 맞아 증가하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이 플렉시블 OLED의 저조한 가동률로 영업이익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IBK투자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디스플레이는 2분기 OLED 부진이 심각하지만 사업 환경이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전망"이라며 "LCD 부진은 예상보다 골이 깊고 오래갈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은 2분기 2조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600억원의 영업이익보다 2조 가량이나 낮아진 수준이다. 이처럼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데는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9의 부진한 판매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갤럭시S9은 지난 1분기 조기 출시, 초기 출시국 확대 등 영향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 갤럭시S9의 출하량이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갤럭시S3 이후 역대 최저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갤럭시S9의 2분기 출하량 추정치를 기존 1천500만대에서 950만대로 대폭 낮췄으며, 연간 출하량은 3천1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갤럭시S8의 연간 판매량은 3천850만대였다.
생활가전과 TV를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 부문은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전년 동기보다 1천억~2천억원 가량 늘어난 4천억~5천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QLED TV 등 신제품 판매 효과로 영업이익률도 7%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예측됐다.
유진투자증권은 이 기간 삼성전자의 TV 세트 출하량을 전년 동기와 비슷한 900만대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생활가전 사업도 여름철 에어컨 등 성수기를 맞았다.
■3Q 부품사업 영업익 13조 전망…신기록 기대감 상승
3분기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부가 실적 개선을 견인하면서 또 다시 영업이익 신기록이 예상된다. IM부문은 부진 속에 프리미엄 전략 신제품의 영향으로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거나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증권가는 3분기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이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은 1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D램 가격 상승과 물량 증가로 반도체 사업이 호조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3분기 초부터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신규 모델이 출시되면서 OLED 가동률이 급증, 디스플레이 사업의 수익성도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IM 부문은 비용 절감 확대와 일회성 이익으로 실적이 전분기 대비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8월에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이 출시될 예정이다. 갤럭시노트9의 공개 시기도 전작인 갤럭시노트8 대비 2주 가량 앞당겨졌다. 이는 스마트폰 비수기에 출하량을 끌어올리고 하반기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CE부문은 TV, 생활가전 등 계절적 성수기를 맞는다.
송 연구원은 "2분기에는 낸드 ASP 낙폭이 확대되고 D램 ASP 인상도 소폭에 그치겠지만 기저 효과에 따라 출하량 증가율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며 "IM 부문에서는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기 때문에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예상치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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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연구원은 "3분기는 원화약세 효과, 견조한 D램 업황, OLED 실적 개선 등으로 이익이 다시 증가할 것"이라며 "다만 낸드 가격 약세와 지속되는 LCD 적자,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개선 정도가 기대 수준에 못 미칠 가능성도 높아져,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2%와 3%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이번 실적발표는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해 추정한 잠정치이며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이다. 사업부문별 실적이 포함된 최종 영업실적은 이달 말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