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나 경제나 똥볼만 차지 말자

[이균성 칼럼] 힘 빼는 게 예술

데스크 칼럼입력 :2018/06/26 08:26    수정: 2018/11/16 11:20

축구에도 품격이 있다. 자칫 허벅지 근육이 파열될 정도로 거친 게 축구지만 좋은 경기는 예술의 경지에 올라 있다. 포지션별로 적당한 리듬에 맞춰 하모니를 이루는 팀플레이를 보면 오케스트라 공연 못지않다. 포물선을 그리면서 달리는 선수의 발 앞에 떨어지는 공은 한 폭의 그림을 방불케 한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클럽 축구에 환호하는 까닭은 그것이 단지 승부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축구가 예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기본기, 여유, 그리고 배려다. 기본기는 잘 달리고 제대로 차는 게 핵심이다. 여유는 상대편의 움직임을 살필 줄 아는 눈이다. 배려는 우리 편의 마음을 읽는 지혜다. 상대의 움직임과 우리 편의 마음을 읽어 필요한 곳으로 달려가고 거기에 맞춰 공을 보내면 된다. 상대 움직임을 알고 속일 줄 알면 금상첨화.

한국 축구가 이런 아트 사커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또 그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즐김’이 배제된 게 가장 커 보인다. 우리 선수는 공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공이 자꾸만 몸에 맞고 튕겨져 나간다. 달리는 것으로만 봐서는 남미나 유럽 선수와 비교해 전혀 부족할 게 없어 보이는데 공 앞에만 서면 여전히 시험을 치는 학생과 같다. 한 마디로 딱딱하다. 공을 즐길 줄 모른다.

똥볼 앞에서 전략 전술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들 한국 축구에 수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축구에 대한 관점부터 바꾸자. 축구를 진짜로 즐기게 하자. 춤추는 것부터 가르쳐보자. 삼바든 탱고든. 특히 유소년 축구부터 그렇게 하자. 한시도 발에서 공이 떨어지지 않도록 춤추며 즐기게 하자. 공을 미치도록 좋아하면 발을 손처럼 쓰게 될 날이 꼭 오게 될 거다.

러시아 월드컵 한국팀 예선 1차전 장면(사진=뉴스1)

우리 경제도 요즘 축구만큼 답답한 상황이다. 각종 지표들이 경직됐다. 특히 실업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이 문제를 간파하고 일자리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지만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적어 보인다.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경쟁력도 차츰 약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반도체와 화학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다면 역성장하고 있다는 지표들이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다.

선수에게 전략전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풀어놓고 춤추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듯, 경제에도 좀 더 많은 기업할 자유가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유소년 축구 환경부터 크게 바꿔야 하듯, 기술 트렌드에 맞춰 작고 새롭게 출발하는 기업에 그 자유도가 컸으면 한다. ‘네거티브 규제’란 그런 것을 의미할 게다. 우리 축구에 더 많은 손흥민이 필요하듯, 우리 경제엔 카풀앱 풀러스가 더 많이 나와야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정파와 이권에 너무 경직돼 있다는 점이다, 축구로 비유하면, 잘 닦인 기본기 아래 여유와 배려를 갖고 하모니를 이뤄 팀플레이를 하기보다는, 각 경제주체들이 자기 입장만 내세우며 중구난방으로 씩씩거리며 냅다 지르고 달리는 꼴이다. 특히나 경제주체의 체력이 점점 약해지면서 서로 네 탓 공방에만 혈안이 돼 있고 이를 총화할 총체적인 지도력은 잘 발현되지 않고 있다.

이 난국을 돌파할 방법은 별로 없다. 소통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이 핵심 방법론이다. 그것이 경제가 선순환 구조로 가는 길이다. 최저임금 상향이나 52시간 근로제 등을 비롯한 각종 규제 이슈들이 특히 그러하다. 규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늘 찬성과 반대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또 정책은, 늦으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고, 지나치게 빠르면 똥볼이 될 수 있다. 장단기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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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화와 번영을 위해 손을 잡고 대타협에 나서는 세상이다. 노(勞)와 사(社)의 갈등이 있을 테고, 신(新)과 구(舊)의 다툼이 있을 테지만, 어찌 ‘철천지 원수’들과 비교나 될 수 있겠는가. 우리 경제 주체들도 갈등이 있다면 더 많이 더 솔직히 무릎을 맞대야 할 때이다. 그리하면 우리 모두 우리 일을 춤추며 즐길 수 있는 날도 반드시 오지 않겠는가.

한국 축구나 경제나 너무 뻣뻣하다. 경직된 채로 힘쓰면 부상 입기 십상이다. 잘 해야 똥볼이다. 힘을 빼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