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널리 쓰이는 저장장치인 SD카드가 속도와 용량 면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번 달 말 공식 발표될 SD 7.0 표준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SD카드의 최대 읽기 속도는 800MB/s, 최대 쓰기 속도도 400MB/s 이상으로 향상될 전망이다.
마이크로SD카드는 기존 SD카드보다 면적이 작아 대용량 구현이 어렵다고 여겨졌지만 이마저도 옛 이야기가 될 전망이다. 대만 메모리카드 제조사들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최대 용량을 512GB까지 끌어올린 제품을 다수 출시할 예정이다.
■ SD협회, SD 7.0 표준 다음 주 발표
SD카드 표준을 만드는 업계 단체인 SD협회는 다음 주 26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되는 MWC 상하이에서 차세대 SD카드 규격인 SD 7.0을 발표할 전망이다.
이 규격의 핵심은 PCI 익스프레스 3.0을 바탕으로 해 속도를 대폭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플래시 메모리 기반 저장장치인 SSD가 SATA3 인터페이스 대신 PCI 익스프레스 3.0을 적용해 속도를 두 배 이상 높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올 초 WD는 PCI 익스프레스 3.0으로 작동하는 SD카드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시제품은 UHS-Ⅱ용으로 설계된 핀을 PCI 익스프레스 형식에 맞게 배열하고 일부 전압도 조정했다. 그 결과 최대 읽기 속도는 880MB/s, 최대 쓰기 속도는 430MB/s까지 뛰어올랐다.
현재 출시된 SD 카드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WD 샌디스크 익스트림 프로 SD UHS-Ⅱ가 읽기 최대 300MB/s, 쓰기 최대 260MB/s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에 가깝게 속도가 향상된 것이다.SD 7.0 규격이 발표되면 사진 한 장당 용량이 20MB(JPEG)에서 40MB(RAW) 이상을 훌쩍 넘는 전문가용 카메라, 또 방송용 4K 영상을 담는 카메라에 먼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기존 UHS-Ⅱ 규격에 비해 전력을 많이 소모한다는 점에서 저전력 설계를 우선하는 스마트폰이나 카메라에 탑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다. 여기에 기존 SD카드를 그대로 읽고 쓸 수 있는 하위 호환성을 갖추려면 설계도 한층 복잡해진다.
이런 문제 때문에 새로운 규격인 SD 7.0을 탑재한 기기의 보급 속도는 상당히 느려질 것으로 보인다.
■ 출시 앞둔 512GB 대용량 마이크로SD카드
일찌감치 512GB 제품이 나온 SD카드와 달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널리 쓰이는 마이크로SD카드는 대용량 제품을 찾기 힘들었다. 카드 면적이 넓지 않아 충분한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셀에 3비트씩 데이터를 담는 TLC 플래시 메모리가 보편화되고, 여기에 플래시 메모리를 층층이 쌓아 올리는 3D 낸드 기술이 가세하면서 면적의 한계도 점차 극복되고 있다.
이미 올 초 영국 인티그럴 메모리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 투인원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512GB 마이크로 SDXC 카드를 출시했다. 최대 전송 속도는 80MB/s, 가격은 299달러(약 34만원) 수준이다.
PNY와 ADATA 등 대만 메모리카드 제조사도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용량을 512GB로 끌어올린 메모리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들이 내놓는 메모리 카드는 최대 전송 속도가 90MB/s로 풀HD는 물론 4K 영상 녹화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다.
단 이들 카드 중 일부는 안드로이드 앱을 직접 SD카드에서 실행하는 데 충분한 속도를 내는 표준인 A1(10MB/s)을 지원하지 않는다. 또 일부 보급형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512GB 용량을 모두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 속도와 범용성에서 밀리는 XQD 메모리카드
SD카드가 고성능화·고용량화로 접어들면서 차세대 저장장치를 내세웠던 XQD 메모리카드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XQD 카드는 과거 디지털 카메라에서 널리 쓰이던 CF(콤팩트플래시) 포맷을 만들던 CF연합이 개발한 차세대 규격 메모리카드다. 2010년 처음 등장할 때 최대 속도는 500MB/s로 당시 모든 메모리카드를 압도했고 2012년 버전 2.0 규격에서는 PCI 익스프레스 3.0 지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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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XQD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능이 아닌 확대 저변이다. 규격 초기부터 XQD 메모리카드를 만들었던 회사는 소니와 렉사 두 회사였지만 2017년 렉사가 메모리카드 사업에서 철수했다. 현재 XQD 메모리카드를 제조하는 회사는 오직 소니 뿐이다.
최근 출시된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SD카드와 달리 XQD를 쓰는 디지털 카메라는 니콘 DSLR 카메라인 D5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또 이를 읽고 쓰기 위해서는 전용 메모리카드 리더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