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금감원에 삼성바이오 조치안 보완 요구

'고의냐 과실이냐' 주목...결론 따라 제재 강도 크게 달라질 듯

디지털경제입력 :2018/06/21 16:28    수정: 2018/06/22 08:03

기업의 회계 부정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기구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처리 논란을 심의한 2차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 했다.

3차 회의는 다음달 초 진행된다.

논란의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회계연도에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관계를 고의로 변경하는 분식회계를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한 판단을 넘어 과실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과실로 결론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악의 제재인 대표 해임과 대표, 법인에 대한 검찰 고발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과실 여파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중요한 공시를 일부러 빠뜨렸다는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과정에 불공정한 영향을 줬으며 삼성바이오에피스 몸값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의혹도 불거질 수 있다.

증권선물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7일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 관련 심의 회의에 참석했다.(사진=뉴스1)

21일 금융위원회(금융위)에 따르면 증선위는 전날 오전 10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처리 의혹을 심의하는 2차 정례회의를 시작해 오후 10시가 넘어서까지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1차 회의 때처럼 금융감독원(금감원) 검사부서와 제재 대상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외부감사인 삼정·안진 회계법인 관계자들이 일반 재판처럼 동석해 소명할 수 있는 대심제로 진행됐다.

증선위는 쟁점별 사실관계 파악과 각 당사자들이 제시한 증거 확인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주장한 금감원에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지적 내용과 연도별 재무제표 시정 방향을 더 구체화 시킨 조치안도 요구했다.

금감원이 이같은 요구를 반영한 수정 안건을 제출하면 증선위가 그간 논의한 조치안과 합쳐 수정안을 심의한다는 계획이다.

추가 자료가 필요한 데다 수정 안건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법인 의견을 청취해야 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2~2014년 재무제표까지 검토하게 되면서 이번 논란 결론은 7월 중순까지 미뤄졌다.

금융위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한 증선위 최종 결정은 다소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7월 4일 예정된 차기 회의 후 필요하면 임시회의를 개최해 7월 중순까지는 안건 처리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20일 개최한 정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위원들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 2012년에 미리 적용했어야 했다?

증선위가 지난 12일 임시회의에 이어 금감원에 주장 근거를 재차 요구하면서 논란 쟁점 범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분식회계 여부에서 과실로 확장됐다. 증선위는 금감원 조치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임시회의를 여는 것은 물론 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증선위는 해당 회의서 “피투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배력 판단과 관련해 금감원이 마련한 조치안에는 2015년도 회계변경 문제만 지적하고 있다”며 “(2014년) 이전 기간 회계처리 적정성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공개했다.

이번 사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재무제표에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한 ‘지분법’ 적용의 타당성이 핵심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2년 함께 설립한 미국 바이오제약사 바이오젠이 주식을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회사 지배 관계를 미리 변경했다는 방어 논리를 펴고 있다.

바이오젠은 합작 계약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발행주식을 49.9%까지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가졌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이 줄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공동 경영회사 즉 관계사로 바뀌게 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말부터 올 4월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특별감리한 후 지분법 적용에 타당성이 없다며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다. 바이오젠이 2015년 재무제표가 나오기 전 2015년 하반기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혔다고 하지만 실제 행사시기는 이달 말로 예정돼 시간차가 너무 큰 까닭이다.

그러나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2~2014년 재무제표까지 들여다보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간 관계를 처음부터 연결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나올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회계연도에 고의로 지분법 적용이라는 분식회계를 한 것이 아니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2012년부터 재무제표에서 지분법 적용을 해야 할 것을 잘 못해 뒤늦게 적용했다는 결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받게 될 제재 강도가 가벼워진다. 금감원은 고의적 분식회계를 전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해임 권고, 대표와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원 부과 등 제재를 건의했다.

그러나 고의성 대신 과실 또는 중과실로 판단되면 과징금과 담당 임원 해임 정도로 제재 수위가 낮아진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20일 열린 증권선물위원회 참석을 앞두고 취재진 물음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 공시 누락 여파, 얼마나 커질까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불리한 점은 남아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투자자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 보유라는 정보를 2015년 4월 공시된 2014년 감사보고서 전에는 단 한 줄도 공시하지 않았다.

감리위원회에서도 위원 8명 중 7명이 이같은 공시 누락을 두고 ‘중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고의로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중과실 제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판단이 참여연대 등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문제로까지 이어지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당시 당사 지분 46.79%를 보유한 최대주주 제일모직이 유리한 합병 조건을 가질 수 있도록 콜옵션 보유 여부를 2012년부터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올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이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현재 시장에서 거래된다고 가정하고 평가한 기업 가치)으로 바뀌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일모직으로 지배구조에 따라 기업 가치 상승효과가 발생한다. 시장에서 높은 몸값으로 평가될 만한 회사 지분을 많이 가질수록 해당 지분을 보유한 기업 몸값도 올라가는 원리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은 제일모직 주식 가치가 삼성물산보다 더 높게 책정돼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일부 주주들과 시민단체, 정의당 등이 불공정 합병을 주장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은 당사가 설립 초기로 직원수가 100여명 수준이며 회계 처리에 대해 잘 몰랐던 만큼 콜옵션 공시 누락은 ‘단순 실수’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공정가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4년 말 4천621억원이던 전체 지분 공정가치가 2015년 회계연도에 지분법이 적용되면서 5조2천726억원으로 급등했다. 이 금액 자체도 고평가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2012년에 지분법 적용이 맞다는 결론이 나오면 삼성바이오에피스 공정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2012년 회계연도 당시 시장 상황이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연구 성과가 2015년 회계연도 때와 다른 만큼 공정가치가 더 낮은 수준으로 나올 확률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로부터 얻는 몸값 상승 효과 즉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율 만큼 얻는 영업외이익 등 회계결산도 달라지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회계연도 때 삼성바이오에피스 공정가치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을 1조9천49억원을 달성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적자 성적이었다.

한 회계 전문가는 “콜옵션 보유는 아주 중요한 공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걸 빠뜨렸다는 건 중대한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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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회계 전문가는 “삼상바이오로직스 실적을 뛰게 만든 2015년 회계연도 때 삼성바이오에피스 공정가치는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이라 객관적, 공정하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간 관계를 2012년부터 관계사로 잡는 게 맞았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 공정가치는 2015년 회계연도 때 나온 공정가치와 분명 다를 것이다. 오히려 미리 지분법을 적용했다면 2015년, 2016년 등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적자였을 가능성도 있다”며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2012~2014년 재무제표를 검토하려는 이유도 이 점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