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이 된 기분이에요."
최근 SK텔레콤 가입자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다. KT와 LG유플러스가 내놓은 LTE 무제한 요금제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속도 제한 없는 LTE 무제한 요금제를 월 8만8천원에 출시, 요금제 경쟁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지난달 말 KT가 무제한 요금제 제한선을 월 4만9천원 선으로 끌어내리면서 대응했다. 월 3GB의 데이터를 다 사용하면 속도제한(QoS) 1Mbps를 적용하는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다.
또 월 100GB 데이터 소진 시 QoS 5Mbps가 적용되는 월 6만9천원 요금제, 월 8만9천원짜리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동시에 출시하면서 LTE 요금 경쟁을 본격화했다.
기자도 SK텔레콤에 월 7만1천원을 내고 '밴드 YT 퍼펙트'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기본 데이터 12GB에 소진 시 일 추가 데이터 2GB를 사용하고 이마저도 소진하면 QoS 3Mbps로 데이터를 사용한다. KT 가입자라면 2천원 더 저렴한 가격에 기본 제공량 100GB를 사용할 수 있고, QoS도 더 높다. 위약금이 두려워 약정에 묶여 있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요금제 인하 개편은 사실 SK텔레콤이 먼저 언급했다. 지난 2월 세계 최대 모바일 ICT 관련 전시 컨퍼런스 'MWC 2018'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자사 요금제에 대해 "손을 엄청 대야 한다"며 전면적인 개편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6월 중순이 지나가는 현재 소문만 무성할 뿐 요금제 변동은 없다.
MWC에서 박정호 사장은 LG유플러스의 무제한 요금제를 거론하면서 "모든 가입자가 월 8만원대 요금제를 쓰지 않는다"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후발 사업자들의 요금제 인하 도발에도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1위 사업자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됐다.
SK텔레콤은 전체 요금제 구간을 대상으로 개편안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타사 대비 요금제 개편이 늦어진 것에 대해 이유가 없진 않다. 시장점유율 50%를 보유한 만큼 요금제를 수정하면 매출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납득이 아예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주주가치를 지켜야 하는 SK텔레콤 입장에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요금경쟁은 SK텔레콤이 먼저 언급한 일이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할 거면 빨리 하지'라는 불만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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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은 취임 이후 가입자가 줄더라도 구태적인 보조금 위주의 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들로부터 욕 먹지 않는 이통사가 되겠다고 밝혀왔다.
소비자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면 SK텔레콤이 요금제 개편에서 좌고우면 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