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대법원은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다'며 음란사이트를 운영해 얻은 비트코인을 범죄 은닉 재산으로 포함, 몰수·추징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비트코인을 재산으로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례인만큼, 암호화폐(가상화폐·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인식이 재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산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은 세금을 메길 수 있다는 것이며, 결국 코인공개상장(ICO·Initial Coin Offering)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더 고민해봐햘 쟁점도 남아 있다. 비트코인을 어떻게 처분할 것이며, 범죄 과정 중 비트코인에서 누린 시세 차익 역시 몰수하고 추징할 수 있는지, 시세가 변하는 만큼 언제, 어떤 거래소의 시세로 가치를 매길 수 있는지 등이다.
관련업계는 대법원이 비트코인을 재산으로 인정한다는 판결에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분석한다. '법정화폐'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재산(Asset)으로 봤다는 점은, 결국 제도권 안으로 암호화폐 논의를 끌여들였다는 주장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한서희 변호사는 "원심 판결을 대법원이 확정한 것으로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재산 근거를 인정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원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비트코인을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해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이라고 정의했다.
재산으로 보는 근거로 ▲거래소를 통해 일정한 교환 비율에 따라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것이 가능 ▲법정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지급 수단으로 인정하는 비트코인 가맹점이 존재하는 등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꼽았다.
이밖에 눈여겨 볼만한 대목은 '온라인 게임업체가 발급하는 아이템 거래시 사용되는 게임머니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유체물과 무체물을 의미하는 옛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에 해당한다'는 2012년 4월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재산을 메길 수 있으며, 세금도 낼 수 있다는 근거로 보인다"며 "아직 전면 금지된 ICO의 논의의 물꼬도 틀 수 있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ICO에서 기업이 차익을 얻고, 발행하는 암호화폐 등을 발행되는 코인(암호화폐)에 대해서도 세금을 책정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현 정부가 ICO에 대해선 국제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어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다.
또 대법원이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것과 다르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1일 "재산적 가치가 있다는 건 그럴 수 있다"면서도 "금융상품으로 보고 금융규제 대상으로 삼을 거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고 종전의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재산으로 인정받았지만, 논의해야할 과제도 있다.
피고 변호 측은 ▲비트코인을 몰수할 근거 규정의 부재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거래 기록의 갱신성으로 보관한 비트코인과 압수한 비트코인과의 불일치 등을 주장했었다.
특히 그들이 주장한 '시세 변동성으로 인한 객관적 가치 산정 불가능'은 일리가 있다. 시세도 다르며, 거래소마다 가격도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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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시세 차익도 추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번 몰수·추징의 근거 법인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범죄 수익의 대가로 얻은 재산 및 이들 재산의 대가로 얻은 재산도 포함도 범죄수 수익으로 규정된다.
앞서 미국에서는 2014년 범죄로 취득한 비트코인을 몰수한 바 있다. 당시 미국 뉴욕지방법원은 마약 밀거래 사이트인 '실크로드' 서버에서 사이트 운영을 통해 취득한 것으로 확인된 14만4천 비트코인을 몰수했다. 당시 비트코인은 경매를 통해 환가 처분해 국고로 귀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