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중개자 없이 개인과 개인을 바로 연결해 주는 것이 강점이다. 이런 강점을 잘 활용할 경우 사회 구조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다양한 산업들이 블록체인 시대에 맞춰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미디어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미국 같은 곳에선 블록체인과 저널리즘을 결합한 시빌(Civil) 같은 실험도 등장했다.
미디어 산업, 특히 언론이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관점은 20년 전 인터넷 시대를 접할 때와 비슷하다. 뭔가 거대한 흐름을 몰고 오는 것 같은데, 그 파장이 어느 선까지 미칠 지에 대해선 여전히 반신반신하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 김익현 소장은 지난 16일 저녁 서울 삼성동 하나금융투자 클럽원에서 열린 '블록체인 소사이어티 인 서울' 밋업에서 "블록체인이 미디어 시장에 어떻게 적용되고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언론이 인터넷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위기의 산업으로 내몰린 뼈아픈 경험이 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블록체인 시대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선 인터넷 대응 실패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인터넷 시대 언론의 실수를 크게 3가지로 지적했다.
먼저 인터넷의 의미를 잘 몰랐다는 점이 큰 실수다. 당시 많은 언론들은 인터넷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 핵심 역량은 여전히 종이신문에 놔둔 채 한 발 걸쳐 두는 보험용으로 생각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기술이 몰고 올 큰 변화를 놓친 부분도 뼈아프다. 그러다보니 많은 언론들은 인터넷의 여러 속성 중 단순히 눈에 보이는 속보성과 상호작용성 같은 요인에만 집중했다. 플랫폼이 바뀌었는데도 전통적인 언론 문법을 버리지 않아, 철저한 생산자 중심 사고를 고수한 점 역시 언론의 실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결과적으로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포털이 등장하고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하는 동안 언론은 제대로 대응할 준비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새롭게 출범한 포털들은 언론이 제대로 보지 못했던 부분을 파고들면서 뉴스 유통의 중심 플랫폼으로 부상했다고 김 소장은 지적했다.
그는 포털은 결과적으로 언론의 경쟁 구도도 바꿔놨다고 주장했다.
포털이란 중립적인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엔 '발행부수'가 매체를 규정하는 신분 역할을 했다. 하지만 포털이란 중립 플랫폼이 공론장 역할을 하면서 '나는 가수다' 같은 형태의 새로운 경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경쟁 구도에도 변화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 기자들이 이젠 (보도 전문가는 아닌) 다양한 여러 전문가들과 콘텐츠만으로 경쟁하는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김 소장은 "나는 가수다의 경쟁 문법이 이젠 '복면가왕'식 경쟁문법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경쟁 구도 변화는 중재자 없이 소비자와 생산자가 연결되는 블록체인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시대 미디어는 어떤게 변모해야 할까. 김 소장은 3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용자들이 미디어 서비스에 참여하게 할 인센티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가 첫 번째 쟁점이다.
참여자에게 암호화폐로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주는 토큰 이코노미도 적용할 수 있겠지만, 미디어 서비스는 토큰 보상 이외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인센티브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게 김 소장의 생각이다. 예컨대 미디어 참여를 통해 개인의 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과 서비스 참여로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는 것 만으로도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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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상품이 낱개로 판매되는 현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소장은 "블랜들이라는 네덜란드 뉴스 판매 서비스는 실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며 "블록체인이 제대로 작동했을 때 뉴스가 낱개로 판매되는 방식으로 미디어 소비 시장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조직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 소장은 "지금 언론사는 철저하게 중앙집중적 조직인데 앞으로는 개인들이 느슨하게 연대하는 조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미래 언론사는 MCN이나 로펌처럼 개인에 무게 중심이 많이 가는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