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5년 내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시티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스마트시티를 8대 핵심 선도 사업으로 지정하고, 특별위원회까지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국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성공은 그곳에서 살아갈 주체인 시민에게 달려 있다. 시민 이해와 공감이 결여된 스마트시티는 정부의 공허한 외침이자 또 하나의 버려진 도시로 남을 뿐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스마트시티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와 산업,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스마트시티 전문가’들을 찾아 나섰다. 스마트시티란 어떤 도시인지, 우리에게 왜 필요한 지 등을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첫 번째 주자는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 산하 스마트시티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갑성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다.
4차위 산하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신설됐다. 특별위는 각 분야 전문가 민간위원 21명과 국토·기재·산업·행안·환경부 등이 함께 참여해 스마트시티 조성·확산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논의한다. 특히, 국가 시범 도시로 선정한 세종 5-1 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를 중심으로 세계적 수준의 스마트시티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사람 중심의 가치를 담은 도시…공동체 의식 회복
김 교수는 스마트시티를 “피할 수 없는 미래 지향적인 도시”라고 소개했다. “이미 도시는 똑똑합니다. 대중교통 시스템과 같은 똑똑한 기술에 우리가 익숙해져 체감하지 못할 뿐입니다. 앞으로 더 발전된 기술로 좀 더 편한 세상, 쾌적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스마트시티입니다.” 김 교수는 스마트시티는 특별한 개념이 아니라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앞으로 다가오게 될 자연스러운 미래 도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도시의 가장 큰 문제로 공동체 사회 붕괴를 꼽았다. “지금 도시는 환경, 교통 등의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공동체 사회가 무너진 것입니다.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면 친근감이 아니라 반대 감정이 생기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스마트시티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유시티(u시티)와 현재 스마트시티와의 차별점도 이 지점에서 온다고 덧붙였다.
“유시티는 기술 중심으로만 추진되던 도시였습니다. 공동체 개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스마트시티는 공유경제, 직접 민주주의와 같은 사람 중심의 가치, 공동체의식 등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해 실현해 보자는 개념입니다. 동네에 이슈가 생기면 온라인 커뮤니티 투표를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기술이 바로 이런 부분들을 지원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스마트시티로 4차산업혁명 선도…일자리, 시민 이익 창출
김 교수는 스마트시티가 지금 화두에 오른 이유로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나가자는 국가적인 아젠다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구조가 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기존 제철이나 자동차, 반도체 외에 뚜렷한 산업이 없습니다. 변화하는 산업구조에 대응하려는 방법을 도시로 해보자는 생각이 스마트시티 산업이 지금 화두에 오르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는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지금은 전 세계 자동차의 95%가 주차장에 있고, 5%만이 돌아다니는데도 늘 교통체증에 시달립니다. 공유 자동차를 이용하면 이런 주차문제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기술은 도시의 공간 자체를 변화시킵니다. 또 도시 전체 시스템을 바꾸면 새로운 산업이 나타납니다. ”
김 교수는 스마트시티를 통해 국가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시민들은 부가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시티 사업을 통해 새로운 기업이 들어오고, 관련 사업들이 많아지면 일자리가 늘어나게 됩니다. 일자리 창출은 스마트시티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어 시민들은 스마트시티 사업으로 생겨나는 부가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일반 시민의 데이터가 알지 못하게 공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데이터가 몇 번 사용됐는지 식별할 수 있게 되면, 그동안 공짜로 사용됐던 자신의 데이터 그 자체가 수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금전적 이익뿐만 아니라 행동이나 생활 양식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회가 투명해져 더 건전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국가 시범도시는 도시 자체가 전시장…규제, 표준화 문제 해결돼야
그렇다면 현재 세종과 부산에 선정된 국가 시범 도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국가 시범 도시를 한다는 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실현할 수 있는 세계적인 모델 하우스를 한번 지어보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특정 기업이나, 특정 사업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가 같이 한번 엑스포 하듯이 그 도시 자체를 전시장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자체 전시장이 된 그곳에서 서비스를 계속 진화시켜 나가고, 거기서 나온 기술을 각 도시가 자신들에 맞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최종 목표는 “내가 원하는 도시가 생기고, 모두가 각자 원하는 도시에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시티 구축에 현재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건 무엇일까.
김 교수는 규제를 꼽았다. “첫 번째 규제는 소프트웨어 진흥법입니다. 공공 IT사업에 대기업 진출이 제한돼 있어 연구·개발이 진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앞장서서 새로운 걸 하지 못하기 때문에 특구에만 제한을 풀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자율주행차가 이용되기 위해서는 도로법이 개정돼야 하는 등 굉장히 많은 법이 관련돼 있습니다.”
스마트시티 표준화 문제도 언급했다. “우리만의 표준화를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시장은 크지 않기 때문에 우리 것만 만들어 놓고 선포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세계 표준을 우리가 리딩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수출하기 위해서도 세계 표준은 필요합니다. 중국은 이미 만들었고, 세종시는 올해 안으로 인증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스마트시티 자체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거버넌스 만들어야…소통과 공감 필요
“지금의 도시는 분양하면 끝나는 구조입니다. 관리는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도시가 자체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김 교수는 스마트시티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소통과 공감대’라고 강조했다. 정부, 민간 기업, 시민이 스마트시티의 필요성을 함께 공감하고 소통해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주고, 스마트시티 기술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줘야합니다. 스마트시티 예산을 또 따로 잡기보다는 스마트시티 정책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법과 컨트롤타워가 확고히 세워져야 합니다.”
김 교수는 민간 기업에 “정부 예산을 따지지 말고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해서 자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여태까지 R&D를 위한 R&D만을 했습니다. R&D가 끝나면 새로운 R&D를 하려 했지, 그걸 상품화해서 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R&D 비중이 세계적으로는 낮지 않았지만, 그 효과는 낮았습니다. 대기업은 국가 시범도시에 투자하고 참여해서, 이곳에서 나온 결과물을 다른 데 팔 수 있도록 비즈니스를 리딩하고 새로운 산업을 찾아가야 합니다. 스마트시티는 별도의 것이 아닙니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존 사업에 스마트시티를 투영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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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과 벤처, 시민에게도 마음껏 실험에 참여해볼 것을 조언했다. “중소기업과 벤처는 이 공간에 와서 마음껏 참여해보길 바랍니다. 시민도 국가 시범도시에서 직접 실험에 참여하고, 우리 동네에 필요한 기술을 지자체에 직접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 스마트시티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스마트시티가 가능한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도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며 “앞으로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에 관련된 공기업, 관련 부처, 기업, 협회, 학회 분들하고 계속 소통하면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