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스 바자르(방글라데시)=박수형 기자> “일시적으로 물자를 전달하고 인프라 구축을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민간 기업의 지원이 끝나더라도 모헤시칼리 섬의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바꾼 점이 가치있는 일이다.”
방글라데시 모헤시칼리 섬에서 진행된 KT의 해외 첫 기가아일랜드 프로젝트를 현지에서 함께 수행한 국제이주기구(IOM)의 채숙희 프로젝트오피서는 이같이 말했다.
모헤시칼리 섬에서 KT와 방글라데시 정부, 국제이주기구,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민간과 공공이 힘을 모은 결과 기업의 사회공선 사업 수준을 넘어선 모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페피 시디크 국제이주기구 프로젝트매니저 역시 “주민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서 시작된 KT의 공유가치창출(CSV) 프로젝트인 기가아일랜드는 도서, 산간 지역에 기가 인프라와 ICT 솔루션으로 생활환경을 개선하자는 목적을 갖고 있다.
임자도에 이어 대성동, 백령도, 청학동, 교동도 등으로 이어진 기가아일랜드 프로젝트는 방글라데시 모헤시칼리 섬으로 뻗어나갔다. 지난해 4월 본격 출범한 모헤시칼리 섬의 기가아일랜드 프로젝트는 해외 지역의 기가스토리 첫 사례다.
무엇보다 낙후된 지역의 생활환경 개선 수준을 넘어 ICT 기반의 사회문제 해결과 자생적 발전 모델을 제시한 점이 이목을 끈다.
■ 인터넷 접근은 물론 전기도 부족했던 섬
모헤시칼리 섬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비행기와 모터보트를 갈아타고 수시간을 내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뱅골만 남쪽 미얀마 국경과 인접한 곳으로 난민 유입도 많은 곳이다.
빈곤 국가인 방글라데시 도심에서도 한참 떨어진 이 곳은 ICT 사회 인프라와는 거리가 멀었다. 제한적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긴 했지만 정부가 보급한 컴퓨터도 제대로 쓸 수 없는 정도다.
KT의 기가 아일랜드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모헤시칼리 섬의 인터넷 평균 속도는 0.2Mbps로, 국내에서 음성통화만 가능했던 2G 통신의 데이터 전송 속도의 인터넷이 가능했던 곳이다.
1년 전 KT가 모헤시칼리 섬에 기가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변했다.
육지에서 유선 통신 인프라를 연결하기 어려운 만큼 백령도와 같이 육지와 섬에 마이크로웨이브를 설치해 인터넷 연결 대역폭을 충분히 확보했다. KT는 또 섬 내부에 유선 인프라를 확충해 섬 안 곳곳에서 인터넷 연결을 가능케 했다.
인터넷 연결 지원에서 끝나지 않았다. 전기와 같은 에너지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하루 여섯 시간 정도나 전기를 쓸 수 있었던 터라 ‘IT 스페이스’로 변모한 마을회관에 태양광 설비를 더해 지속적인 통신이 가능해졌다.
■ 원격 화상교육, 모바일 의료까지 가능한 곳으로 변모
모헤시칼리 섬의 주민들은 열악한 환경 탓에 교육과 의료 복지와는 거리가 멀 수 밖에 없었다. 농사와 물고기 잡이, 염전 일이 전부인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었다.
그런 섬이 기가 아일랜드 프로젝트 1년 만에 학교에서 원격 화상 교육이 진행되고, 또 마을회관 IT 스페이스에서는 무료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도 있게 됐다.
아울러 41만명이나 거주하지만 의사는 세 명 뿐이던 섬의 병원에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진료까지 도입됐다.
직접 찾아본 섬마을 초등학교에서는 현지 교사의 지도와 함께 영상회의 솔루션 ‘케이박스’를 통한 영어회화 수업이 진행됐다. 오지 지역의 교사가 지도할 수 없는 부분이더라도 수도 다카 지역의 전문교육인력의 도움을 받는 식이다.
학생들은 영어회화 전문 강사가 비춰지는 영상과 교과서를 함께 보면서 이전과 다른 수준의 교육을 받게 된 식이다.
학생 뿐만 아니라 현지 교사도 만족하는 표정이다. 이 학교 교사인 루비울 후세인 씨는 “이전까지는 아이들이 모르는 것이 생겨도 선생님들이 해결해주기 어려웠는데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아 지도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정도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KT가 케이박스 솔루션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교무실 내에 교사들의 인터넷 접속을 더욱 수월케 하기 위해 컴퓨터와 별도의 라우터를 설치해둔 덕분이다.
의사 한 명이 하루 500명 이상의 환자를 돌봐야 하는 병원에서는 KT의 ICT 인프라 지원이 더욱 큰 도움이 됐다.
KT가 제공한 모바일 초음파기와 혈액 분석기는 의료 환경이 열악한 모헤시칼리 섬에서도 초음파 진단을 가능케 했고, 조기에 이상을 발견하면 육지의 상급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지 병원의 의사인 쵸두리 씨는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에서 의료 서비스를 보다 빠르고 쉽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 스스로 IT를 배우고, 온라인 상거래 수익도 늘리고
모헤시칼리 섬에서 일어난 변화는 단순히 해외 민간 기업이 지원한 만큼만 덕을 보게 된 것은 아니다. 현지 주민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갈 수 있게 한 점이 눈여겨 볼 부분이다.
ICT 교육장으로 바뀐 마을회관에는 수백명의 컴퓨터 교실 수료생을 배출한 교육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이 곳에는 3개월 단위 과정의 세션별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현지 거주인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3만원 가량의 교육비를 내서라도 수업을 들으려는 이들의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한다.
채숙희 프로젝트오피서는 “교육 과정 수준은 가장 난이도 높은 세션이 워드로 문서를 작성하는 수준에 이르는 정도지만, 주민들의 학구열은 상당히 높다”면서 “더 나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수강생의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ICT 교육을 통해 희망을 품는 이들이 마을회관 IT 스페이스 2층에 자리잡고 있다면, 1층에서는 저소득 상인에서 벗어나 방글라데시에서 유망한 온라인 상거래 사업자로 거듭난 지역 청년을 만날 수 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현지 주민들은 어업으로 잡은 물고기나 농산물을 방글라데시 도시 지역에 팔기 위해 중간 거래상에 높은 수수료를 내야만 했다.
하지만 KT가 KOICA와 함께 구축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수도 다카 지역의 주민과 직접 연결되는 협동조합 형태의 전자상거래 사업이 가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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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직거래를 통해 무엇보다 중간 마진이 사라져 이전보다 세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게 됐다는 사연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청년사업가 요서프 씨는 “이전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온라인 상거래를 시작한 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되면서 더욱 큰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