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는 왜 KT를 ICT 파트너로 택했나

ICT 발전 비전 제시…신남방정책으로 확대

방송/통신입력 :2018/05/14 07:52    수정: 2018/05/14 07:52

<프놈펜(캄보디아)=박수형 기자>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경제 등 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해외 기업의 다양한 접근이 있지만 책임감과 능력을 보고 있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점을 고려한다. 이런 부분이 KT와 잘 맞아 떨어졌다.”

쑥 푸티붓 텔레콤캄보디아 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프놈펜 훈센국립공원에서 열린 공공와이파이 개통식 이후 국내 취재진과 만나 KT와의 협력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텔레콤캄보디아의 회장인 동시에 현지 우정통신부 차관보를 맡아온 인물이다. 즉,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 ICT 발전을 위한 파트너로 KT를 선정했다는 뜻이다.

KT를 두고 책임감과 능력을 갖춘 회사,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 줄 수 회사라고 현지 정부와 기업이 눈여겨 봤다는 점이 주목된다.

캄보디아와 KT의 협력은 공원과 학교 등지의 공공 와이파이로 시작했지만, 개통식 현장에서 KT가 상용화 할 5G 통신도 배워야 한다는 현지 정부 인사들의 발언이 쏟아졌다.

단순히 공공 와이파이 서비스 구축을 위한 파트너가 아니라 KT를 ICT 산업 발전 모델로 삼은 셈이다.

■ ICT 산업 발전을 서두르는 캄보디아

캄보디아를 비롯한 인접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2020년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가지고 다각도의 투자 유치와 산업 발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CT 선도국이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지는 못하더라도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인식이 현지 정부 내에 가득 차있다.

다만 여전히 법 규제 준비 상황이나 기존 인프라 투자가 부족한 편이다.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틀이 필요하지만 현지 통신 관련 법안은 43 페이지 분량에 그친다. 국내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전파법, 정보통신망법 등으로 규정된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과 달리 사실상 해당 산업을 크게 고민하지 않은 흔적이 그대로다.

인프라 구축도 갈 길이 멀다. 캄보디아 첫 공공 와이파이 서비스를 위해 KT가 기가와이파이 장비를 지원했지만 최대 600M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백본 망의 속도가 기가급 장비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프라 준비나 제도 개선이 덜 이뤄졌다고 캄보디아 국민들의 ICT 관심이 낮은 편이 아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미 인구 수를 넘어선 수준이다. 음성통화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쓰면서 별도로 데이터 통신을 위한 스마트폰을 별도로 쓰는 이용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ICT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캄보디아 정부와 국영통신사인 텔레콤캄보디아의 노력이 공공 와이파이 서비스 개통으로 시작된 셈이다.

쑥 푸티붓 회장은 “캄보디아 인구의 평균 연령이 25세에서 26세 사이로 세대 교체시기에 들어와 있다”면서 “캄보디아의 젊은 친구들은 비록 실질적인 ICT 인프라는 낙후돼 있지만 2018년 한국과 똑같은 상황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캄보디아 정부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디씨전 메이커)에서 어느 나라보다 앞서있다고 생각한 한국 정부와 협력을 많이 하려고 한다”면서 “캄보디아도 와이파이로 택시를 부르기 시작했지만 전국 전역을 다루기엔 제한이 있더라도 한국의 스마트시티 솔루션, 빅데이터, IoT 등을 배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쑥 푸티붓 회장(왼쪽)과 임지오 교수.

■ “한국을 넘버 원 파트너로”

쑥 푸티붓 회장은 KT를 두고 자신이 이끄는 텔레콤캄보디아와 유사한 면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텔레콤캄보디아의 히스토리를 보면 유선 통신에서 무선 통신으로 사업 주축이 옮겨가고 있는데 KT의 히스토리를 보더라도 비슷한 점이 있고 이를 현실로 만든 비전이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텔레콤캄보디아 역시 국영 유선 통신 사업자로 시작해 모바일 시장도 이끌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고, KT의 현재 모습이 본받아야 할 롤모델이었다는 것이다.

쑥 푸티붓 회장은 또 “ICT 인덱스 지수를 보면 한국이 가장 앞서있기 때문에 넘버원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황창규 회장이 디지털이코노미 포럼에서 빅씽크를 제시했고 우리 우정통신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차원에서 황 회장의 비전에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파트너 관계 시작 이후에도 수많은 노력이 오갔다.

구현모 KT 경영기획부문 사장은 “캄보디아 정부 부처와 1년 정도 이야기를 했고, 캄보디아에만 직접 다섯 번째 왔다”면서 “현지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결국 중국, 일본과 경쟁을 해야하는데 자금력으로는 중국과 경쟁을 할 수 없고, 우리가 가진 기술이나 비전을 전달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캄보디아에 오면서 느끼는 부분은 이 나라는 ICT에 관심이 높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라며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하면서도 굉장히 빨리 배운다는 점을 알게 됐고,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신뢰, ICT로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비전을 공유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임지오 교수와 구현모 사장.

■ ICT 기반의 신남방 정책 시발점

구현모 사장은 또 “현재 협력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데 당장 통신 인프라가 열악해 인프라 투자가 그 다음 과제로 보인다”며 “캄보디아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은 교육과 의료 등 취약한 면인 만큼 캄보디아 정부의 협조로 사업 협력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와이파이를 시작으로 5G 통신까지, 또 ICT 기반 교육과 의료 서비스 확대 외에도 사업 협력 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캄보디아 통신 정책의 자문을 맡고 있는 임지오 교수는 “공공 와이파이 외에도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 사이버 보안 등도 캄보디아가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며 “통신 인프라를 운용할 에너지도 부족하고 정부 부처 사이트가 쉽게 해킹되고 있는 수준에 있다”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또 “캄보디아는 핀테크와 IoT, e헬스케어 쪽도 해외 기업, 정부와 함께 발전시키고자 한다”며 “캄보디아 국영 통신사와의 협력 모델을 잘 발전시키면, 한국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신남방 정책 중에 가장 큰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아세안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는 신남방 정책이 ICT 분야에서 꽃을 피울 계기가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메콩강 인근의 미얀마나 라오스를 돌아다니면서 보면 옆 나라의 성공 사례가 중요하다”며 “이쪽 지역은 국영 통신사가 (한국과 비교해) 형편없는 수준인데, 하나라도 성공 사례가 나오면 파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사업을 성공시키기 이전에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는 신뢰가 중요한데 KT로서는 공공 와이파이로 신뢰를 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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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푸티붓 회장은 “올해가 캄보디아와 한국의 수교 21주년이고 중국보다 한국이 ICT 기술력으로는 앞선다고 생각을 다들 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코드만 잘 맞는다면 굉장히 좋은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모 사장 역시 “같이 성장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기회를 줄 수 있지만, 통신 산업은 혼자 하는 것보다 정부가 지원을 해주면 더욱 잘할 수 있다는 것이 지난 1년 동안 캄보디아에서 얻은 결론”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효과적인 규제를 통해 산업을 발전시킨 경험을 전달해줄 수 있고, ODA와 같은 정부가 가진 재원을 바탕으로 인프라 개선이 이뤄지면 더욱 많은 협력 사례를 잘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