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혼자 살수 없다…스타트업 키워야"

국내 대표 서비스로봇 업체인 퓨처로봇이 주요 사업 영역인 접객 로봇을 넘어 가정용, 교육용 로봇으로 회사 비전을 넓혀 나가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이던 제품 영역도 로봇용 인공지능(AI)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다. 최근 제휴한 오라클과 함께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가기로 했다.

송세경 대표는 이 모든 도전의 성공 조건으로 '협력'과 '상생'을 꼽았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듯이 로봇산업 역시 기업 혼자, 로봇 하나만으론 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생태계 산업이라는 얘기다. 퓨처로봇을 포함한 국내 많은 유망 로봇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우리 로봇산업이 일어서려면 정부와 대기업이 특히 협력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는 게 송 대표의 평소 지론이다.

정부는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게획처럼 로봇산업의 발전 흐름을 고려한 체계적인 정책을 내놓고 대기업은 보유한 인프라를 스타트업들에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송세경 퓨처로봇 대표가 자사 서비스로봇들을 소개하고 있다.(사진=퓨처로봇)

지난 10일 판교에 위치한 회사에서 기자와 만난 송 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가정용, 교육용 로봇 시장 진출을 보고 있다"며 "10년 정도 지나면 가정용 로봇은 로봇청소기나 AI 기반 음성 인식 스피커처럼 집안에 들어가고 필수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대표는 로봇 사업을 하려면 다른 기업, 산업 분야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정용, 교육용 로봇은 생태계 사업이다. 어떤 기술 하나만으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할 수 없다. 대기업 혼자서도 만들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에 들어갈 부품을 제공받거나 통신 기술이나 교육 콘텐츠가 붙어야 한다. 실제로 여러 국내외 여러 분야 기업들이 (퓨처로봇 신사업 전략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논의한 기업도 있다"고 덧붙였다.

퓨처로봇이 지난달 오라클과 감성지능 서비스 로봇 플랫폼 구축과 최신 기술 공동 연구 개발 업무 협약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퓨처로봇에는 없는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기술을 협력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이같은 오라클과의 협력은 해외시장 진출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송 대표는 확신한다.

"오라클의 새로운 사업, 서비스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너레이션 클라우드 프로그램(generation cloud program)에 퓨처로봇이 뽑혔다. 스타트업이 뽑힌 사례는 전 세계에서 퓨처로봇이 유일하다. 해당 프로그램에 들어간 업체는 마케팅 협력이나 솔루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오라클 행사에 발표자로 나서게 되고 언론 홍보 자료나 동영상도 지원받는다."

퓨처로봇은 오라클과의 협력을 통해 로봇 플랫폼 사업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예전에는 하드웨어 중심의 로봇 제품을 판매하는 데 집중했다면 로봇에 들어가는 AI플랫폼이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로봇업체들에게 판매하고 로봇산업 생태계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API는 음성인식 같은 기능을 쉽게 개발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뜻한다.

"오라클 클라우드를 이용해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클라우드에 얹힌 퓨처로봇의 AI플랫폼 퓨로웨어(FURoware)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상품성 있는 기능이 무엇인지 파악해 여러 기능을 개발, 모듈화해서 판매할 생각이다. 퓨로웨어 묶음(package) 상품도 나올 수 있다. 국내 로봇업체들이 시간, 돈을 들여 모든 로봇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퓨처로봇은 퓨로웨어를 해외시장에도 선보인다. 우선 싱가포르, 미국, 중국에 나선다.

송 대표는 "미국, 중국엔 이미 퓨처로봇 제품이 들어가 있지만 이제는 클라우드와 퓨로웨어가 붙은 로봇으로 사업 규모를 확 키울 계획"이라며 "하드웨어 제품 중심일 때와 비교해 진짜 선수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퓨처로봇은 최종적으로 플랫폼 사업을 지향하고 있다. 여러 기술,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이 사람과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이 된 것처럼 자사 로봇도 사람들에게 접객이나 가정,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경쟁 관계인 소프트뱅크의 서비스로봇 페퍼와 LG전자의 클로이도 플랫폼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봤다.

송 대표는 회사가 이같은 플랫폼 사업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 로봇을 제때 만들어 공급할 계획이다. 향후 대기업 지원이나 투자 등을 받는 큰 규모의 협력 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뛰어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송세경 퓨처로봇 대표(사진 오른쪽)가 이달 4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인트 갈렌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석해 회사 철학과 사업 방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사진=퓨처로봇)

■ "미래는 후세대, 밖에 있다"

송 대표는 퓨처로봇이 미래 청사진을 실현하려면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과 도움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퓨처로봇 외 중소 규모가 대다수인 국내 로봇업체들과 산업 자체가 성장하려면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로봇산업을 키우려면 미래 세대, 후세대에 투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구 개발과 마케팅 지원을 넘어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같은 큰 틀의 로봇 정책을 짜줘야 한다.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 작은 기업들도 로봇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연구 개발 지원도 획일적으로 하지 말고 시장 흐름에 맞춰 계획해야 한다. 연구기관들이 보유한 기술이 기업, 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송 대표는 특히 대형 기업들이 스타트업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구글,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초대형 기업들도 작은 기술기업,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협력하며 로봇 기술력을 키우는 것처럼 국내 대기업들도 보유한 자산, 인프라를 공유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이 국내 작은 로봇업체들에 통신 인프라나 인력, 공간 등을 지원하며 선의의 경쟁이 일어날 수 있게 하길 바란다. 지원한 기업 중 유망한 곳을 발굴하면 더 투자하거나 인수 합병해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지 않나. 혁신은 안이 아니라 밖에서 일어난다. 그동안 국내 로봇업계는 대기업이 들어와도 내부에서만 거칠게 경쟁하면서 자원 소모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