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봇산업 정책의 기본이 되는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 촉진법(지능형로봇법)’이 두달 뒤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오는 6월 30일까지만 효력을 가진 한시법이라 이를 연장하는 개정안이 국회 통과되지 않으면 그대로 일몰된다.
로봇산업계는 정부부처, 국회, 전문가들이 아무리 국내 로봇진흥 방안과 규제 개선을 논의해도 지능형로봇법이 사라지면 실제 정책화할 수 있는 사업이 거의 없다며 최대한 빨리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효과적인 정책 시행을 위해 국내 로봇정책 컨트롤타워 권한을 높여달라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3일 로봇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된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은 3가지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4월 대표 발의한 안과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해 6월 발의한 개정안에 더해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달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현재 지능형로봇법이 오는 6월 말까지만 효력을 가진다는 유효기간 삭제 내용이 포함됐다. 조 의원 법안에는 해당 내용이 들어있지 않지만 앞서 발의된 같은 당 김 의원 법안을 고려해 국내 로봇산업 진흥 정책에 집중하는 법안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로봇업계는 여야에서 공통으로 로봇산업 진흥 법안이 나온 만큼 해당 법안을 5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법상 오는 6월 1월 임시국회가 자동 소집되더라도 6·13 지방선거 때문에 법안 심사·처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까닭이다.
만약 통과되지 않으면 국내 로봇정책 전체에 제동이 걸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우선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5년 주기로 발표하는 지능형로봇 기본계획(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없다. 당장 제2차 기본계획이 올해 마무리되므로 제3차 기본계획(2019~2023년) 마련이 시급하다. 개정안이 올 하반기 통과되면 제3차 기본계획을 급하게 수립할 수밖에 없다.
로봇업계와 정부부처, 국회가 논의해 내놓은 정책 제안을 정책화하고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수행하는 근거도 사라지게 된다. 내년 4월 개장 예정인 경남 마산로봇랜드도 지능형로봇법에 근거해 운영하게 돼 있다.
로봇업계는 김 의원과 박 의원 개정안에 포함된 현재 로봇정책 컨트롤타워인 로봇산업정책협의회(협의회)의 권한 강화도 요구하고 있다. 로봇산업은 제조산업 외에도 의료, 농업, 식품, 통신 등 여러 산업과 융합될 수 있어 정책 사업을 펼치는 데 주무부서인 산업부와 다른 정부부처 간 협력이 중요하다. 현재 산업부 소속이며 산업부차관이 위원장인 협의회가 격상된다면 로봇 정책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현재 협의회를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인 로봇정책심의회로 변경해 로봇 정책 심의 역할을 키우는 법안을 제안했다. 박 의원은 협의회 대신 국무총리 소속 지능형로봇산업위원회를 설치하고 산하조직으로 로봇윤리전문위원회를 두는 내용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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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모든 로봇 정책과 사업이 법 테두리 안에서 만들어지고 이뤄져야 하는데 그 법 근거인 지능형로봇법이 사라지면 국회나 업계에서 로봇 진흥 관련 세미나나 포럼을 계속 열어도 소용이 없다"며 "국회서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이사는 "국내 로봇산업을 제대로 키우려면 컨트롤타워 권한을 높여야한다. 그래야 부처 간 협력이 더 원활해진다"며 "미국에서도 오바마 정권 시절 로봇 정책 관련 컨트롤타워가 대통령 산하였다. 일본도 아베 총리가 챙겼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산하 기구가 된다면 부처 간 노력도 더 잘 이뤄지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