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봇업계서 로봇플랫폼 생태계가 태동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협력해 개방형 로봇플랫폼을 추진하는가하면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과 손을 잡은 곳도 있다. 일부 자본을 갖춘 기업은 자체적으로 로봇플랫폼을 개발했다. 아직 초기상태인 로봇산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로봇 기술력이 집약된 로봇플랫폼 사업이 부상하고 있다.
1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 로봇업체들이 최근 개방형 로봇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활발히 논의 중이다.
참여 기업들은 자본, 인력을 자사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나머지 로봇 기술은 개방형 로봇플랫폼에서 가져다 사용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내 로봇업체 97%가 중소 규모인 상황에서 로봇 제작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개발할 수 없으니 이같은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이사는 “일부 국내 로봇업체들이 웨어러블 로봇 중심으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협력 중이다. 아예 국책과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과거 로봇업체들은 로봇 자체에만 집중하면서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낮았지만 현재는 중요성을 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국내 서비스로봇업체 퓨처로봇은 최근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과 협력하는 전략을 택했다. 양사는 지난 18일 감성지능 서비스로봇 플랫폼 구축 및 최신 기술영역 공동 연구 개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MOU로 퓨처로봇은 오라클 클라우드에 자사 ‘스마트 인텔리전트 로봇플랫폼’을 얹힌 후 자사 로봇으로 얻은 데이터를 수집한다. 오라클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다양한 인프라를 이용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람들에게 정교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퓨처로봇은 오라클과 협력해 로봇용 AI플랫폼을 유료화하는 사업모델도 고려하고 있다. 오라클 역시 로봇플랫폼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국내 다른 로봇기업과의 협력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최창남 오라클 아시아태평양지역 클라우드 플랫폼 비즈니스 부문장은 “퓨처로봇은 이미 상용화된 로봇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MOU가 잘 진행됐다”며 “이제 로봇 플랫폼은 주요한 시장 중 하나다. 오라클 기술력에 관심을 가진 국내 로봇업체가 있다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 전문업체는 아니지만 최근 로봇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곳들도 있다. 산업자동화나 가전제품, 시스템통합 등에 적용했던 임베디드나 음성 인식,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기술을 활용해 신규 사업으로 시작한 것이다.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기업 한글과컴퓨터(한컴)는 지난해 말 한컴MDS을 앞세워 로봇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컴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8에서 한컴MDS가 개발한 ‘로봇 AI서비스 서버 플랫폼(RSSP)’이 탑재된 어린이 교육용 로봇과 AI 물류 로봇, 지능형 전시해설사 로봇 등을 선뵀다.
한컴MDS는 국내외 로봇업체를 타깃으로 로봇 분야별 플랫폼도 제공할 계획이다. 로봇사업 확대를 위해 인수합병과 전략적 제휴도 고려 중이며 관련 매출 목표도 100억원으로 잡았다.
LG전자와 LG CNS, LG유플러스도 로봇플랫폼 기술력을 가졌다. LG전자는 지난해 초부터 서비스로봇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CES 2018에서 자체 개발한 ‘클로이’ 로봇 3종을 공개했다.
LG CNS도 오는 6월 중 인천국제공항에 배치될 AI로봇 ‘에어스타’의 서비스 플랫폼을 직접 개발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0월 일본 소프트뱅크의 서비스로봇 ‘페퍼’에 자체 개발한 AI플랫폼을 탑재하고 LG유플러스 대리점과 우리은행, 교보문고, 가천대 길병원, 롯데백화점, 이마트 등에 고객 안내를 위해 배치시켰다.
업계는 로봇플랫폼은 향후 로봇시장의 핵심 경쟁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로봇은 정교한 음성 또는 영상 인식, 자연스러운 대화, 방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제공 등 온갖 기능이 필요한 만큼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다양한 기술과 인프라가 집약된 로봇플랫폼이 중요하다는 게 업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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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관점에서도 특화 기술 외 나머지는 개방형 또는 유료화된 로봇플랫폼을 활용하면 제품 출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 이득이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 산업은 물론 관광, 의료, 교육, 가정 등 모든 시장에서 로봇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이 시장을 두고 국내외 로봇플랫폼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지금 시장에 먼저 뛰어드는 기업들은 선점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