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엔 어떤 웨어러블 기기가 나오고 우리 삶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국내 웨어러블 기기 기술과 표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할 가치와 발전 방향, 과제를 논의했다.
향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워치, 기능으론 헬스케어가 꼽혔다. 스마트 의류도 부상하면서 입은 사람은 물론 주변, 사물인터넷(IoT) 등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 빅데이터 플랫폼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스마트 의류를 입은 사람이 다쳤거나 위급한 상황일 때 정보를 긴급히 전달해 사람을 돕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싱가포르, 유럽 등에선 일정 정도 파손은 스스로 복구하는 자기재생 기술과 안전한 스마트 의류 세탁법,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표준 연구도 진행 중이다.
국가기술원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협회)는 지난 27일 서울시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2018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국제 표준화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는 IHS마킷, 삼성전자, LG전자, 일본 섬유화학기업 도요보(TOYOBO), 소니 유럽법인, 미국 조지아공대, 싱가포르국립대 소속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 스마트 워치·헬스케어 기능이 강세
사람들이 향후 가장 많이 쓰는 웨어러블 기기는 무엇일까. 이를 전망한 발표자 대다수는 스마트워치를 골랐다. 스마트워치가 웨어러블 시장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며 각광받는 기능은 건강, 의료를 아우른 헬스케어라고 내다봤다.
애플워치, 삼성전자, LG전자 어베인 등과 연동되는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이 증가하는 이유도 시장 선도기업들이 이같은 가능성을 보고 기능을 늘려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IHS마킷이 자체 조사한 애플워치 앱 100위권대 분석 결과를 봐도 헬스케어와 건강 상태(fitness) 관련 앱 매출이 가장 좋았다.
강민수 IHS마킷 애널리스트는 “웨어러블 기기 친숙도를 조사해보니 사람들은 여전히 손목이나 허리에 차는 것을 익숙해했다. 자체적으로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전망해봐도 손목에 차는 기기 비중이 계속 늘어 2020년엔 30.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이나 현재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선 메디컬 모니터링 비중이 크지만 점차 피트니스 비중이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워치가 의료 기능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표자들은 심박수 측정부터 혈압, 혈당, 스트레스, 영유아 생체 신호(vital sign) 측정, 인슐린 투여 등 다양한 기능들이 스마트워치에 탑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미국에서 시범 진행했으며 올해 서비스되는 ‘가상 심장 재활 서비스(Virtyal cardiac rehab service)’처럼 환자들에게 수술 경과를 알려주는 기능도 많아질 수 있다.
스마트워치가 아니라도 발목이나 가슴께에 착용해 사람이 달리는 자세를 측정해주고 넘어지기 전 자세 교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웨어러블 기기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기능들이 스마트워치를 여러 기능이 갖쳐진 액세서리가 아니라 필수품으로 만들어줄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사람들이 스마트워치나 다른 웨어러블 기기의 헬스케어 기능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보상이나 지도 프로그램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사람들은 스마트워치로 다양한 본인 건강, 의료 정보를 확인하면서 자신을 더 건강하게 관리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자들은 기대했다.
우웅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삼성헬스 리드 PM은 “보상 프로그램은 예전부터 얘기가 나왔는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음달부터 삼성화재 가입자가 삼성 헬스를 사용하면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 때 주목 받았던 스마트 글래스, 가상현실(VR) 기기는 스마트워치처럼 범용적으로 쓰이기보단 특수한 목적이나 상황, 콘텐츠에 맞는 웨어러블 기기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스마트 글래스는 공장, 물류 창고 같은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도구로 쓰이고 VR기기는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등 몰입감주는 콘텐츠에 특화돼 쓰일 것이란 설명이다.
■ 긴급 상황, 부상 정도 알려주는 스마트 의류
일부 발표자들은 스마트 의류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스마트 의류는 디지털 센서 등 전자통신기술이 적용돼 웨어러블 기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류다. 스마트 의류 개발에 뛰어든 전문가들은 항상 사람들이 착용하고 있으며 맞춤형 디자인이 가능한 의류를 활용하므로 기술과 표준이 완성되면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스마트 의류를 입은 사람의 다양한 건강 정보 측정은 물론 주변 IoT 데이터 등과 연결돼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전송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 마더 보드(mother board)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예전보다 훨씬 정교한 개인 맞춤 서비스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선더레산 자야라만(Sundaresan Jayaraman) 조지아공대 교수는 “본래 옷은 사람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발명됐지만 미래 옷은 언제나 센서를 통해 정보를 확보하고 사고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할 것”이라며 “새로운 이용자 경험(UX)을 주고 빅데이터 플랫폼, 메타 웨어가 되는 패러다임 변화가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라야만 교수팀은 의류에 임베디드 시스템을 적용하고 정교한 무늬로 전자회로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진행한 연구 중에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와 협력해 개발한 군인의 부상 정도를 알려주는 스마트 의류도 있다. 군인이 전투 중 총상을 입으면 스마트 의류가 부상 정도를 파악해 전송해주는 것이다.
연구팀은 영유아가 돌연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유아용 스마트 의류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소방관이나 우주조종사, 산악인, 환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 의류는 세계를 바꾸게 될 10대 발명품 중 하나라는 평가도 받은 바 있다.
싱가포르국립대에선 자기 재생 효과가 있는 웨어러블 기기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는 디스플레이가 달린 웨어러블 기기를 떨어뜨리면 부품을 교체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사야한다. 하지만 벤자민 티(Benjamin C. K. Tee) 교수팀이 개발 중인 기술은 일정 정도 흡집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복구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외에도 업계에선 신체에 자연스럽게 장착되도록 폴더블 스마트폰처럼 유연하게 구부러지거나 늘어날 수 있고 표면적이 달라질 수도 있는 웨어러블 기기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전에 대한 불편함을 없애도록 수명이 아주 길게 늘어나거나 아예 별도의 충전 작업이 필요 없는 제품도 등장할 수 있다고 예상됐다.
■ 웨어러블 신기술, 산업에 우선 적용 가능성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능이 들어간 웨어러블 기기가 산업용(B2B)으로 먼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산업용은 소비자용(B2C)보다 고려할 요인이 제한적이라 더 신속한 시범 운영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예컨대 대형 트럭이나 고급 자동차 기사의 신체 정보를 측정하면서 졸음 방지 알림을 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올 수 있다.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혁신 LG전자 센서 솔루션팀 리더도 “LG전자 공장 작업자의 심박수로 스트레스를 파악하는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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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다양하고 혁신적인 웨어러블 기기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나 안전, 사용 표준에 대한 고민도 많다. 이미 유럽에선 스마트 의류가 충족해야 하는 세탁 표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표준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독일의 전자전기 분야 표준 기구 DKE와 비 전자전기 분야 표준기구 DIN은 오는 9월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스마트 의류 세탁 표준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요아힘 지엣로(Joachim Zietlow) 소니유럽재료과학연구소 부장은 “스마트 의류를 세탁할 때 발생하게 될 화학적, 기계적 작용이나 온도, 세탁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집에서 세탁을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오염도 고민해 표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