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세번째 운영체제(OS) 푸크시아(Fuchsia)가 개발문서의 공개로 의혹 일부를 걷어냈다. 일단 푸크시아는 리눅스 커널을 쓰지 않았고, 구글 개발자의 취미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라는게 게 확인됐다. 구글 역시 푸크시아의 정확한 용도를 모른다는 게 현재 내릴 수 있는 판단이다.
12일 미국 지디넷은 최근 공개된 구글 푸크시아 개발문서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2016년 여름 처음으로 공개된 푸크시아는 당초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위한 OS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초 공개된 개발문서에서 푸크시아가 크롬북과 스마트폰의 OS로 쓰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구글이 안드로이드나 크롬OS를 푸크시아로 대체할 것이라는 추측이 퍼졌다.[푸크시아 문서 바로가기]
구글의 계획은 정확히 알 수 없다. 구글의 고사양 크롬북인 '픽셀북'과 에이서의 '에이서 스위치12', 인텔 NUC, 라즈베리파이3 등에서 푸크시아가 작동한다.
픽셀북 대부분에 설치된 푸크시아는 많은 기능을 담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초기 개발 수준인 알파 단계에도 못미친다.
푸크시아 개발자 중 한명인 트래비스 지셀브리지트는 푸크시아IRC에서 "푸크시아는 장난감이 아니다"라며 "20% 프로젝트도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20% 프로젝트란 구글 소속 개발자가 본래 업무 외 흥미를 가진 분야에 자신의 개발역량을 투입하는 경우를 말한다. 푸크시아가 어느 개발자의 취미로 만들어진 산물이 아니란 얘기다.
현재까지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푸크시아는 구글에서 개발한 '지르콘(Zircon)' 마이크로커널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이 마이크로커널은 유저스페이스 서비스, 드라이버, 라이브러리 등을 가졌다. 각 요소는 시스템 시동, 하드웨어 통신, 유저스페이스 프로세스 불러오기 및 작동 등에 사용된다. 커널은 몇몇 '오브젝트(Object)' 유형을 관리한다. 시스템콜을 통해 C++ 클래스와 바로 연결된다.
여기서 오브젝트란 개념이 핵심이다. 푸크시아가 모듈형 OS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푸크시아는 오브젝트를 제외하거나 추가함으로써 저전력, 저사양 기기부터 고사양 PC까지 폭넓은 사양의 기기에 사용할 수 있다.
푸크시아의 마이크로커널은 포터블운영체제인터페이스(POSIX) 서브셋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점이 푸크시아를 유닉스나 리눅스처럼 보이게 만든다. 다만 POSIX 지원의 완성까지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푸크시아는 구글 플러터(Flutter)를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로 사용한다. 플러터는 크로스플랫폼 개발도구다. 크롬OS와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할 수 있다. 푸크시아는 또한, 애플 태생의 스위프트 언어도 지원한다.
푸크시아가 안드로이드와 크롬OS를 대체할까? 지금으로선 '아니다'에 가깝다.
안드로이드와 크롬OS는 사용자와 개발자 모두에게 대중적인 OS다. 안드로이드는 세계서 가장 널리 퍼진 OS다. 기존 생태계를 남겨둔 상태로 개발자가 어느날 갑자기 안드로이드 앱을 모두 푸크시아 환경으로 옮긴다고 결정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크롬OS는 리눅스에 기반해 설계됐고, 이미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매해 많은 사용자를 새롭게 끌어들이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구글이 버릴 이유를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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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크시아OS가 확장에 자유로운 모듈형 아키텍처란 점, 기존 구글 OS 생태계가 공고하다는 점을 종합하면, 푸크시아의 용도를 구글도 특정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구글은 현존하는 플랫폼을 대체하려는 용도로 푸크시아를 보지 않는 듯 하다. 현재로선 가상 및 증강 현실(VR, AR)을 혹은 미래의 신규 플랫폼을 위한 준비로 보인다. 커널부터 시작했다는 것이 수년뒤 일어날 변화를 넉넉히 시일을 두고 기초부터 대비한다는 것을 짐작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