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암호화폐 규제는 마치 럭비공을 축구공으로 다루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루기 힘들기 때문에 제어하기 쉬운 모양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다."
빗썸 이정아 부사장은 4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분산경제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대한 기준과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현 규제 방식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부사장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기준이 없다보니 현재 금융기관에 준하는 규제를 받고 있다"며 "보안 시스템, 보안 정책, 회계·재무처리 기준이 금융권 수준으로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의 특성상 기존 금융권에 맞춰진 규제 틀을 100% 맞추기 어렵다는 게 이 부사장의 지적이다.
이 부사장은 "시스템을 갖추는 문제만이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암호화폐 입출금이 필요하고 블록체인과 연결된다는 특징이 있어 현실적으로 금융권의 기준을 모두 맞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부사장은 현재 국내 암호화폐 규제 방식이 "다루기 힘든 럭비공을 컨트롤하기 쉬운 축구공으로 만들어 다루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럭비공이라고 컨트롤 안되는 것이 아니다. 암호화폐가 럭비공인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산업 특성에 맞는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도 거래소 사업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이 부사장은 지적했다.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세무나 회계처리에 대해 모든 기준을 맞추는 게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현재 거래소에 대한 규제의 초첨이 "은행을 통한 원화 입출금 통제에 맞춰져 있다"며 "이 점이 거래소가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 제한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가 합법적인 비즈니스를 다각화하고 싶어도 암호화폐 입출금에 대한 정책이 없어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려면 이 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거래소와 암호화폐 자체에 대한 규제도 제대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빗썸,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 예고
이정아 부사장은 이날 빗썸의 사업 확장 방향에 대해 설명하며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부사장은 "빗썸은 실물화폐와 암호화폐의 통합 결제, 블록체인 R&D(연구개발), 금융 파생상품, 블록체인 기반 송금, 다중화폐 거래소를 합친 통합 플랫폼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빗썸이 지난 4년간 쌓은 사업 노하우와 360만 명에 이르는 회원 수에 기반에 사업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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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사장에 따르면 빗썸은 한국 암호화폐 거래 시장의 40~55%를 차지하고 있다. 누적 거래량은 지난 3월 기준 430조원을 기록했다. 회원 수는 꾸준히 늘어 현재 약 360만 명에 이르렀고, 늘어난 회원을 대응하기 위해 콜센터 직원은 400명 이상 고용했다.
빗썸은 파트너십을 통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전환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이 부사장은 "다양한 파트너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