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된 거래소가 중앙화된 거래소를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암호화폐는 탈중앙 기술로 구현된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매우 중앙 집중적인 구조로 돼 있다. 미들맨(중개자)인 거래소를 거치지 않으면 코인을 사고 팔 수 없다.
최근 이런 모순을 지적하면서 'DEX (Decentralized EXchange)'라 불리는 탈중앙화거래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련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코인원, 코빗, 고팍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최고경영자(CEO)들은 탈중앙화된 거래소가 기존 거래소를 대체하긴 힘들 것이란 공통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이같은 발언은 2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분산경제포럼 중 패널토론에서 나왔다.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은 차명훈 코인원 대표, 유영석 코빗 대표, 이준행 고팍스(스트리미) 대표, 최정우 페쿠니언(Pecunian) 이사가 패널로 참석했고, 액트투 테크놀로지 이강영 기획이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아무리 발전된 DEX가 등장해도 "법정화폐와 암호화폐 간 거래가 이뤄지려면 중앙화된 거래소는 없어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가치안정화 코인)'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중앙화된 거래소 없이 법정화폐와 암호화폐 거래가 가능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날 패널토론에는 이외에도 각 코인이 이루려는 비전이 현실화되고 있는지, 수많은 암호화폐공개(ICO) 프로젝트 중 상장 코인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지난해 말부터 최근 시장 변화를 어떻게 느끼는 지 등 암호화폐 시장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 DEX는 중앙화된 거래소의 대안이 될까?
이준행 고팍스 대표(이하 이 대표): 두 가지 방식의 거래소가 공존할 것으로 본다. 중앙화된 거래소가 꼭 필요할 것이다. 법정화폐는 중앙화된 형태와 맞다. 거래소가 시장에 가져다주는 순기능은 유동성 공급 등이 있는데 다양한 방식의 거래소가 아직은 중앙화된 거래소보다 이런 일을 잘 할 수 있지 않다. 블록체인 이념과는 맞지 않지만, 일정부분 통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 중앙화된 거래소가 효용이 있다고 본다.
또, 제3의 주체를 신뢰했을 때 더 편리한 측면이 있다. 직접 키를 관리하고 분산환경에서 접속하는 과정이 누군가에겐 더 불편할 수 있다. 제 3의 주체가 해주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는 일이다.
분산거래소는 블록체인 이념과 더 잘 맞고, 기술적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지금보다 확장될 것으로 보고 시장 참여자들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이하 차 대표): 중앙화된 거래소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법정화폐는 블록체인으로 관리가 안된다. 중앙화된 거래소에서 법정화폐를 받고 암호화폐로 바꿔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블록체인이 모든 것을 다 분산화할 순 없다. 빠른 거래를 위해선 구조상의 문제로 DEX는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탈중앙화된 거래소는 미래에 '모든 블록체인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 중앙화된 거래소는 법정화폐와 암호화폐의 연결을 만들고 생태계를 이루는 데 여전히 존재할 것 같다.
최정우 페쿠니안 이사 (이하 최 이사): 법정화폐가 중앙화된 거래소를 통해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요즘 실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다이(DAI)는 중앙화된 거래소 없이도 1달러 패킹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아직 (중앙화된 거래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예단하기 이르다고 본다. 스테이블 코인(가치 안정화 코인) 기술이 좀 더 발전한 다음에, 여기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 두 달 이상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시장 전망은?
최 이사: 사람들의 인식은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 바뀐 것은 두 가지, 바로 규제와 해킹이다. 이 두가지 이슈 때문에 시장이 침체돼 있다. 이런 문제는 항상 있어 왔다. 그리고 그 때마다 헤쳐나갔다. 역사적인 증거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 개인적으로 업계엔 더 좋은 시기라고 본다. (암호화폐의 비전에) 신념있는 사람들만 남게 됐기 때문이다.
유 대표: 조정 단계 같다. 시장이 꾸준히 올라가면 좋겠지만 그런 시장은 없다. 자산의 가치가 5% 올라가면 버블이 생고, 그다음 조정이 일어난다.
버블이 있을 때 투자가 많이 들어오는데, 사람들이 거래소도 많이 만들고 블록체인 연구도 많이 하고 있어서, 이번 계기로 실제 블록체인 산업이 확산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차 대표: 지난해는 사실 굉장히 큰 과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재작년까지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안좋았고 블록체인이 뭔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투자가 몰리면서 과열현상이 일어났다. 지금은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 같다.
이 시장 자체가 '과열이냐 버블이냐' 이런 논란을 통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2014년 100만원을 넘었을 때도 그랬다. (이런 논란이) 시장을 성장시키는 좋은 자양분이 될 것 같다.
■ 각 코인의 비전 현실화되고 있는 것인가?
최 이사: 굉장히 많은 프로젝트들이 백서를 만들고 돈을 모으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 실현가능한가란 의문, 블록체인 반드시 필요한가란 의문이 있다. 또, 블록체인이 이 기술과 이상을 감당할 만큼 성숙한가도 의문이다. 아직 미흡하고 부족한 면이 있다고 본다. 블록체인이 분산앱(Daap)과 동시에 발전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선 일어나지 않았고,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대표: 결제 분야에선 어느 정도 진보가 있다. 스텔라는 지금 기존 레거시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발전이 돼 있다. 다만 분산앱을 실행시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 블록체인은 확장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선 명확한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다양한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 대표: 한가지 짚고 싶은 점은 백서를 가지고 미래를 약속할 때 어떤 것이 지금 가능한 것이고, 어떤 것이 희망하는 것이고, 어떤 것이 허황된 꿈인지 구분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IPO할 땐 위험요소를 명확하게 공시해야 하는데, 아직 ICO는 표준이 없으니 사람들이 판단하기 어려운 것 같다.
차 대표: 코인원은 보수적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상장도 많이 하고 있지 않다. 채 1년도 안 된 프로젝트가 많다. 과연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을까란 점에서 걱정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프로젝트들이 목표를 이루기를 기대하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차 대표: 우리나라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 불과 1년 정도 밖에 안됐다. 기술개발이 계속 이뤄져야 하는데, 외국에 있는 것을 카피해서 만드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기술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학계 등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의 역할은 거래소로서 블록체인으로 가는 접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건전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유관 비즈니스 를 확장하는 게 우리 목표다.
유 대표: 거래소가 건전한 시장을 만들 수 있는 스스로의 규칙을 만드는게 좋은 것 같다. 업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제일 건강한 방법으로 시장을 이끌 수 있을지 같이 논의를 하고 있다. 기존 금융시장이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다. 자본 시장에서 알려진 것들을 하고 있다.
이 대표: 개인적으로 한국시장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사람들이 시민의식 수준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또, 열정적이고 빨리 배운다. (이런 특징이)이 시장과 잘 맞고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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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래소로서 우리가 믿음을 받은 만큼 되돌려 주고 지원해주고 싶다.
최 이사: (암호화폐 산업에) 규제가 필요하냐고 물으면 '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섣부른 규제는 위험하다. 시장을 파괴할 수 있다. 전 세계 규제 이슈가 굉장히 많은 사람에게 시련을 줬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충분한 숙고가 필요하다. 거래소, 펀드, 기술 분야 플레이어들은 이 규제가 합리적으로 만들어져 시장을 파괴하지 않도록 자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