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메모리 격차, 삼성·SK 견해 달라…왜?

"인력 유출 문제 심각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4/04 11:05    수정: 2018/04/04 12:26

박병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의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앞서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기술격차에 대해서는 엇갈린 진단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기술력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중국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SK하이닉스는 기술 추격과 인력 유출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3일 경기도 판교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빌딩에서 대한전자공학회 주최로 열린 '차세대 반도체 소자 워크샵'에서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산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3일 차세대 반도체 소자 워크샵에서 임준희 삼성전자 마스터가 강연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기술격차 얼마나 좁혀졌나'…진단 엇갈려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플래시와 휘발성 메모리인 D램으로 나뉜다.

임준희 삼성전자 마스터는 "낸드플래시의 경우, 32단 3차원(3D) 낸드를 준비 중인 중국 업체와 96단 3D 낸드를 준비 중인 삼성전자의 기술격차는 단기간에 좁혀질 수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정수옥 SK하이닉스 연구위원은 "D램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낸드는 중국과 기술격차가 좁다고 본다"며 "그래도 정체되어 있으면 바로 따라올 테니 SK하이닉스로선 꾸준히 좋은 D램을 생산해내야 하는 입장이다. 스케일링(미세화) 등의 기술을 통해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도 "낸드는 중국이 올해부터 생산한다. D램은 낮은 수준의 제품이 수년 안에 나올 것"이라 보탰다.

이처럼 전망이 갈리는 이유는 중국 업체의 기술 경쟁력이 적층기술보다 미세공정에서 취약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낸드와 D램은 같은 메모리 반도체지만 생산 기술은 다르다. 3D 낸드는 웨이퍼에 메모리 셀을 쌓아 올리는 적층기술이 쓰인다.

얼마나 높게 쌓아올렸는지가 관건이 된다.

중국 칭화유니가 올해 말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점쳐지는 2세대 3D 낸드를 삼성전자는 2014년(32단), SK하이닉스는 2016년(36단)에 생산했다. 약 4년의 기술차다.

D램 개발은 나노미터(nm) 단위의 미세공정 기술이 중요하다. 적층기술이 '더 높게'라면 미세공정은 '더 작게'인 셈이다.

정 연구위원은 "차랑용 반도체같이 부품 크기가 큰 경우는 억지로라도 만들려면 만들 수 있겠지만 D램은 워낙 작아서 그럴 수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중국 푸젠진화는 내년부터 30나노급 D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0나노급 2세대 D램을 안정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나노미터는 1밀리미터의 백만분의 일이다. 개인이 32나노와 10나노의 차이를 체감하긴 쉽지 않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30나노급 D램을 양산한 것은 무려 8년 전의 일이다.

3일 차세대 반도체 소자 워크샵에서 정수옥 SK하이닉스 연구위원이 강연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인력 유출…SK '우려' 삼성 '무덤덤'

반도체 인력 유출 문제에 임하는 두 기업의 태도도 달랐다.

이날 정 연구위원은 워크샵이 끝난 후 기자와 만나 "생산 인프라는 이미 중국이 많이 따라왔고 남은 건 인적 인프라"라며 기술인력 유출이 중국발 위협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차이나 리스크는 일종의 시간문제다. 지금 중국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며 인력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인력 유출이 계속될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

기존 인력의 유출뿐 아니라 양질의 인력 유입이 줄어드는 문제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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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우위는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유일한 무기는 머리(인력)와 경험인데, 중국은 워낙 머리 숫자가 많고 우리는 머리 숫자가 줄어드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반도체를 연구하는 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인재양성과 인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임 마스터는 "96단 3D 낸드 등 차세대 메모리 개발은 이미 시장에 공개한 로드맵대로 이루어진다. 이는 고객과의 약속"이라며 "삼성전자는 중국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로드맵대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