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굴기에 시동을 건 중국이 올해 한국보다 더 많은 시설투자를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업계에 위기감을 감돌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이 맹추격전을 펼치고 있지만 단시간에 반도체 왕좌에 오르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공격적인 시설 투자가 장기적으론 전체 업계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국내 업체들과 '기술 격차 좁히기'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이는 미국, 일본, 한국 순으로 재편돼 현재 국내 업체들이 선도 중인 메모리 시장 구도가 아직 견고하다는 것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는 시각이어서 주목된다.
■ 공격적인 투자에도 '성과 미미'…왜?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 4일 발표한 '메모리반도체 경기 전망과 발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메모리 업계의 성과가 기대만큼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반도체 굴기) 실행 과정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올해 시장에 영향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단언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장기적으로는 위협으로 작용하겠지만, 올해는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중국은 매년 2천억 달러 이상의 반도체를 수입해 전세계 생산량의 60% 가량을 소비하는 반도체 최대 소비국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반도체 자급률은 20%대에 머물러 있다. 이에 중국은 지난 2015년 발표한 '메이드인 차이나(Made in China) 2025' 전략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그동안 메모리를 전적으로 해외로부터 수급해온 대신, 시스템반도체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다만 최근 메모리 가격의 급등으로 수급에 부담이 가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정부 당국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 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관련기사☞中 반도체 굴기에 韓 미래 먹거리 '흔들')
대표적인 업체는 푸젠진화와 칭화유니다. 양사는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에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푸젠진화는 대만 UMC를 통해 전수받은 D램 기술로 올해 상반기에 장비 발주를 넣는다. 양산 목표 시점은 내년이다. 칭화유니는 올해 3차원(3D) 낸드 양산을 목표로 우한과 청도, 난징 등에 84조원을 투입, 설비 투자를 진행한다.
■ "기술·IP·인적 자원 등 눈 앞의 문제 해결해야"
중국이 정부까지 나서 반도체에 '차이나 머니'를 쏟아붓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부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크게 벌어진 기술 격차를 쉽게 따라잡을 수 있겠냐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신규 설비에서 사용하는 기술이 적어도 두 세대는 지난 '오래된 기술'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D램의 경우 아직 32나노 수준, 3D 낸드는 32단 기술을 못 벗어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이미 2016년에,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18나노 D램 기술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반도체 업체와 중국 업체의 기술차는 D램의 경우 7~8년, 낸드는 4~5년 정도라고 진단했다. 양국의 기술 격차가 여전한 수준이고, 새로 설비 라인을 꾸린다고 해도 장비 운용과 공정 노하우가 없어 곤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주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발표도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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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트레이시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시니어 디렉터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2018'에 참석해 "푸젠진화 등 중국 업체들이 올해 D램 투자를 시작하는 등 눈길을 끈다"면서도 "중국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앞으로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레이시 시니어 디렉터는 "중국은 지적 재산권 문제, 기술력 부족, 인적 자원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중국이 기술로 해외 기업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점은 좀 더 면밀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