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 찔린 페이스북…타깃광고 아성 '흔들'

獨 은행 광고 중단...이용자, 정보 공개 줄일 듯

인터넷입력 :2018/03/23 17:15

'데이터 강국' 페이스북이 데이터 때문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혔던 정교한 데이터 분석 능력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5천만 개인정보 유출(이하 데이터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페이스북이 이용자 감소보다 광고매출 하락으로 인한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벌써부터 그런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주요 광고주들이 연이어 페이스북 광고를 빼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에게 더 두려운 것은 사용자들의 움직임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개 정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설정을 바꾸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페이스북의 강점인 타깃 광고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광고 캠페인 중단...매출 하락 우려

22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독일의 은행인 코메르츠은행(코메르츠방크)은 데이터 보안 문제 등으로 페이스북 광고 캠페인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파이어폭스 제작사인 모질라도 블로그를 통해 페이스북이 보안 강화를 위한 행동을 취할 때까지 광고를 연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

질라의 덴넬 딕슨 최고운영책임자는 “페이스북 기본 설정이 이용자의 많은 데이터에 접속하게 돼 있으며 특히 타 앱의 정보에도 접근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개인정보 보호 설정을 강화할 것을 페이스북 측에 요구했다.

영국광고주협회 역시 성명을 통해 페이스북의 데이터가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데 깊은 유감을 표하는 등 페이스북의 허술한 데이터 보안을 문제 삼았다.

2004년 설립된 페이스북은 그 동안 '거침없는 하이킥'을 계속해 왔다. 지난 해 매출 406억5천300만 달러(43조5천600억원)에 이른다. 이중 광고 매출은 399억4천200만 달러(42조7천900억원)로, 전년 보다 무려 49% 성장했다.

하지만 데이터 스캔들 사태가 커지면서 광고주들이 소비자 눈치를 보며 페이스북 광고 캠페인 진행을 망설이는 결과를 초래, 페이스북 실적에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광고대행사 M&C사치 데이비드 커쇼 대표는 BBC 라디오에서 “광고주의 관점으로 볼 때 페이스북은 데이터에서 오는 목표의 정확성 때문에 놀랄만한 매체”라면서도 “그 데이터들이 남용되고 있다는 점, 특히 정치적 맥락에서 남용되고 있어기업들이 불안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보 공개범위 최소화...타깃 마케팅 정확도 ‘흔들’

페이스북 광고의 가장 큰 강점은 세분화된 이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한 타깃 마케팅이다. 사용자 이름과 이메일주소, 연령대, 성별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출신 학교와 관심사, 종교와 정치 성향 등까지 파악이 가능해 정확한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다.

그 동안 다양한 개발사들은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를 활용한 정교한 타깃 마케팅으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봐 왔다. 페이스북 역시 이를 광고주들에게 최대 강점으로 홍보해 왔다.

그러나 데이터 스캔들로 사용자들이 입력 및 공개 정보를 최소화할 경우 타깃 마케팅에 대한 정확도가 이전에 비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페이스북 타깃 마케팅 효율 저하는 광고 캠페인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은 다양한 개인정보를 다른 앱에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페이스북은 폭넓은 사교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사용자 소개 ▲생일 ▲가족 및 결혼/연애 상태 ▲종교관과 정치 성향 ▲내 타임라인 게시물 ▲출신지 ▲거주지 ▲학력 및 경력 ▲활동 관심사 ▲내 앱 활동을 제공하는 설정을 권하고 있다.

해당 정보 공개 유무는 페이스북 ‘설정-계정설정-앱’에서 변경할 수 있다.

2013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알렉산드르 코건 교수는 페이스북 측에 성격 검사 앱인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 실험 허가를 받았다. 이 앱을 다운받을 경우위치정보, 친구,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 등의 자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페이스북의 허가를 받은 코건 교수는 27만 명을 대상으로 실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들과 친구를 맺은 사람들까지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피해 인원이 5천 만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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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건 교수는 이 데이터가 학술적인 용도로만 사용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CA에 관련 자료를 넘기면서 결국 트럼프 선거 캠프에까지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에 마크 저커버그 대표는 지난 21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심각한 신뢰를 저버린 일”이라며 “이런 일이 벌어져 정말 유감스럽다. 우리는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보호할 기본적 책임이 있으며,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사람들에게 서비스할 기회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사과했다. 또 “의회에 출석해 증언할 용의가 있다”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