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영미, 영미…."
지난 달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의 최고 인기 종목 중 하나는 컬링이었다. 빗자루처럼 생긴 '브룸'으로 빙판을 문지르면서 스톤의 방향을 조절하는 섬세한 손길에 많은 관중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팀킴'의 정교한 컬링 실력을 인공지능(AI)이 재현해낼 수 있을까?
8일 오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센터에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의미 있는 경기가 열렸다.
이날 컬링센터에선 개발 주관 기관인 고려대학교 컨소시엄이 개발한 컬링로봇과 강원도 춘천기계공고 고등부팀의 컬링 대결이 펼쳐졌다. 컬링 로봇은 이날 경기에서 인간에 완패했지만 만만찮은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 알파고에 사용됐던 몬테카를로 트리분석 활용
컬링 로봇은 전략을 짜는 스킵 로봇과 컬링 스톤을 던지는 투구 로봇으로 구성돼 있다. 무게 86kg에 높이는 2미터 20센티미터 정도다. 한 번에 최대 2시간 30분 동안 컬링을 할 수 있다.
영상 분석을 활용해 컬링 시트 내 로봇과 스톤의 위치를 인식하고, 미리 딥러닝으로 학습한 세계컬링연맹의 국제 컬링 경기 기보 등 DB를 토대로 전략을 짠다. 전략 형성에는 의사 결정 알고리즘의 일종인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 기법이 쓰인다. 구글 '알파고'에 사용됐던 바로 그 기법이다.
정밀한 주행·투구 능력을 지닌 투구 로봇이 분석 내용을 전달받은 뒤 컬링 스톤을 던진다.
이 때도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 기법의 핵심인 정책망과 가치망이 함께 작동한다. 정책망은 유리한 투구 위치를 예측하는 역할을, 가치망은 현 상황에서의 승률을 예측하는 역할을 한다.
스톤을 던질 로봇은 머리 부분에 달린 카메라를 활용해 방향과 위치를 인식한다. 또 로봇 내부 카메라를 통해 투구 제한선인 호그 라인을 인지한 뒤 컬링 스톤의 투구 방향과 속도를 도출해 낸다.
스톤을 던지고 나면 컬링 시트 쪽 로봇이 착지 지점을 판단한다. 이 때는 빙질이나 정확도 등을 분석, 계산한다. 이를 0.01m/s 단위의 속도 제어, 0.05도 단위의 초정밀 각도 제어를 통해 그대로 실현해준다.
또 로봇에는 미끄럼 방지 제어 기술이 적용돼 빙판에서 바퀴가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준다.
물론 로봇들은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을 짠다. 고려대 컨소시엄은 "현재 시점에서는 고등부 정상급의 실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컬링로봇 연구를 이끌고 있는 이성환 고려대학교 교수는 이를 컬링 기술의 정확도로 설명했다. 컬링 기술은 부딪히는 스톤 없이 하우스 안에 넣는 '드로우'와, 상대방의 스톤을 쳐내는 '테이크아웃'으로 나뉜다.
이 교수는 "통상적으로 우수한 국가대표 선수의 테이크, 드로우아웃 정확도가 85% 정도"라며 "현재 컬링 로봇의 경우 드로우는 약 60% 정도, 테이크아웃은 약 85% 가량의 정확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핑 담당 로봇은 현재 개발 중인 상태다. 연구팀은 스위핑 로봇이 개발되면 스톤의 착지 위치를 보다 정밀하게 보정할 수 있는 만큼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라 보고 있다. 연구팀은 올 가을에 스위핑 로봇의 프로토 타입을 개발할 계획이다.
로봇들은 우선 선수들의 훈련용 기기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성환 교수는 "우선 컬링 선수 대상 우수한 훈련 기기가 되게 한다는 게 1차 목표이고, 최근 빙상이라는 제약을 벗어난 스크린 컬링 등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시장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컬링 뿐 아니라 이동 시 시각 인지 기술이 필요한 다양한 AI 분야로 도입이 확산될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 AI 컬링 로봇은…
AI 컬링 로봇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4월 공모를 통해 선정한 컬링로봇 개발 주관 기관인 고려대학교 컨소시엄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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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소시엄이 만든 컬링용 AI 소프트웨어는 연구 반 년 만에 일본 도쿄대, 도호쿠대, 호카이도대, 한국 고려대 등 10개 대학이 참여한 인공지능 컬링 SW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단기간에 우수한 성과를 냈다.
올 가을 스위핑 로봇이 개발될 경우 한층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