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미국을 꺾고 6승1패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승리로 한국팀은 준결승 진출이 확정됐다.
컬링은 ‘빙판 위의 체스’로 불리는 정교한 스포츠다. ‘스톤’을 둥근 원 안에 많이 집어넣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컬링하면 떠올리면 장면은 ‘브룸’으로 얼음 표면을 닦는 모습이다. 브룸으로 마찰력을 조절하면서 원하는 곳으로 스톤을 보낸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팀이 선전하면서 컬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컬링에 숨어 있는 과학’을 분석한 기사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컬링은 1998년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이래 기술적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컬링이 지금처럼 순수하게 선수들의 기량으로 승부를 펼치게 된 데는 세계컬링연맹을 중심으로 한 결단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3년 전 최신 기술을 접목한 ‘브룸’ 사용을 금지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빗자루처럼 생긴 브룸은 ‘스톤’이 지나가는 길을 닦기 위해 얼음 바닥을 닦는 역할을 한다.
물론 계기가 있었다. 밸런스플러스란 캐나다업체가 2015년 10월 선보인 브룸 때문에 컬링 계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계기가 됐다.
밸런스플러스가 만든 브룸은 최첨단 방수 물질을 사용해 얼음바닥을 효과적으로 닦을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그 선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밸런스플러스의 브룸을 사용하면 마치 조이스틱으로 컬링 스톤을 조종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묘사했다. 방향을 자유롭게 꺾을 수 있게 돼 투구자나 스위퍼의 실력보다 장비가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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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세계컬링연맹을 중심으로 방향탐지물(directional fabric)이 탑재된 브룸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의했다.
2015년 세계컬링연맹을 중심으로 한 결단 덕분에 컬링은 ‘하이테크의 공세’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냉전시대 첨단 군비 경쟁 중단 선언만큼이나 중요했던 이 때 결정 덕분에 컬링은 사람의 정교한 손길이 승부를 가르는 ‘순수한 스포츠’로 남아 있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