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vs AI 컬링 대결, 인간이 이겼다

2엔드서 3대0 승리…"로봇, 스와핑 개선 땐 실력 늘 것"

중앙선 부분을 교묘히 막고 있는 노란색 스톤 2개를 피해 중앙부 뒤쪽에 빨간색 스톤 예상 착지점이 떴다. 인공지능(AI) 컬링 로봇의 1엔드 마지막 투구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난이도 높은 전략을 짤 때마다 번번히 컬링 로봇의 스톤은 노란색 스톤과 부딪히면서 연구팀의 아쉬운 탄성을 자아냈다.

AI와 인간의 '빙판 위 체스' 컬링 대결은 3대0, 인간의 승리로 끝이 났다.

8일 오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센터에서는 컬링로봇 개발 주관 기관인 고려대학교 컨소시엄이 개발한 컬링로봇과강원도 춘천기계공고 고등부팀의 컬링 대결이 펼쳐졌다.

이번 경기의 경우 1엔드에서는 고등부팀의 스위핑을 허용하고, 2엔드에서는 로봇처럼 스위핑 없이 컬링 스톤을 시작점에서 던지기만 하는 조건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1엔드는 고등부팀의 승리해 1대0으로 종료됐다. 마지막 정중앙부의 우측 후반 부분으로 교묘히 피해가려던 컬링 로봇의 컬링스톤은 정중앙 라인을 가로막는 두 번째 노란 스톤과 부딪히고 말았다.

이어서 실시한 2엔드 경기에서는 로봇처럼 고등부팀도 스위핑 없이 투구만으로 컬링 대결을 펼치는 만큼, 컬링 로봇의 우세가 점쳐졌다. 오전에 실시된 1엔드 시범 경기에서는 AI 로봇이 고등부팀에 승리했던 것도 이런 추측을 키운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실제 결과에서는 고등부팀이 1엔드 경기보다 더 많은 2점의 점수를 획득, 최종 3대0의 스코어로 경기가 종료됐다.

이에 대해 컬링 로봇 연구를 진행한 고려대학교 컨소시엄 관계자는 "관람객이 많아진 만큼, 빙질의 상태가 나빠져 로봇이 오전보다 경기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로봇과 대결한 춘천기계공고 고등부팀은 "오전 시범경기에는 처음 로봇과 경기를 해보는 만큼 낯설었고, 빙질도 잘 알지 못해 감이 떨어졌던 것 같다"며 "컬링 로봇도 생각보다 스킬이 다양해 당황스러웠고, 한 샷 한 샷에 컬링에 주는 힘과 속도가 일정해서 대단해보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려대학교 컨소시엄을 이끄는 이성환 고려대학교 교수는 "컬링 로봇의 투구 정확도는 약 60~85% 수준"이라며 "향후 스위핑 로봇을 개발하면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