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2년…변방에 있던 AI, 주류가 됐다

네이처 논문이 불씨…4차혁명 주역으로 급부상

컴퓨팅입력 :2018/01/29 10:28    수정: 2018/01/30 14:4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첫 등장 때만 해도 ‘찻잔속 태풍’이었다. 그래봐야 “프로 최고수엔 못 미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게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의 신호탄이란 사실을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바둑계를 뒤흔든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 얘기다.

정확하게 2년 전인 2016년 1월29일 새벽.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에 논문이 한 편 실렸다. ‘심층신경망과 트리 검색으로 바둑게임 정복하기(Mastering the game of Go with deep neural networks and tree search)’이란 제목의 논문이었다. (☞ 알파고 논문 바로 가기)

알파고가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 2단과 5번 대국 승리하는 과정을 다룬 논문이었다. 바둑 문외한이던 알파고가 프로기사 수준의 실력을 갖기까지 거친 훈련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사진=씨넷)

■ 2016년 1월 29일, 알파고가 정체 드러내다

논문에 따르면 알파고는 정책망 지도학습과 강화학습, 그리고 가치망 강화학습이란 3단계 훈련을 받았다. 이 과정을 통해 알파고는 가로, 세로 각 19칸으로 구성된 바둑판에서 최적의 수를 찾아내는 능력을 갖게 됐다.

바둑은 한 경기에 통상적으로 150수 이상 둔다. 바둑 한 수를 둘 때 고려해야 할 ‘공간의 수’만도 250개다. 따라서 바둑 한 판을 둘 때 발생하는 경우의 수는 ’250의 150승’이란 계산이 나온다.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 (☞구글 알파고는 어떻게 바둑경기 이겼나 바로가기)

그 동안 체스를 비롯한 다른 게임이 AI에 정복당할 때도 ‘바둑만은 힘들 것’이라고 자신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네이처 논문이 공개되던 바로 그날 구글은 깜짝 발표를 했다. 3월초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을 하게 될 것이란 발표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판후이에겐 통했지만 이세돌에겐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유럽 챔피언과 바둑 중심지 한국을 대표하는 이세돌 9단은 차원이 다르단 생각 때문이었다.

‘인간 최고수와 AI의 대결’은 3월9일 시작됐다. 대회 장소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이었다. 대회 시작 전 이세돌 9단은 “5대 0으로 이기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구글 알파고 프로그램의 훈련 개념도. 지도학습과 강화학습을 거친 뒤 가치망 훈련을 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사진=네이처/ 구글)

하지만 알파고의 내공은 인간이 생각하던 범위를 뛰어넘었다. 첫 판을 186수 만에 불계패한 이세돌 9단은 심기일전한 두 번째, 세 번째 판도 연달아 불계패했다.

이세돌 9단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본 바둑계는 충격에 빠졌다. 어떤 프로 기사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알파고의 반란’이 던진 충격파는 강했다.

심기일전한 이세돌 9단이 네 번째 판에선 180수만에 불계승을 했다. 하지만 이미 승부의 추는 기울었다. 알파고는 마지막 5번 대국마저 불계승으로 마무리하면서 4대 1로 최종 승리자가 됐다.

결국 그 때 이후 알파고는 인간 프로 기사와의 대결에서 단 한 차례도 패배하지 않았다. 결국 이세돌 9단을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프로기사로 남게 됐다.

알파고는 단순히 바둑계만 흔들어놓은 게 아니었다. 때 마침 스위스 다보스에서 불어온 ‘4차 산업혁명’ 바람과 맞물리면서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구글 알파고와 판후이 2단이 대국을 하는 장면. 알파고가 수를 놓으면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 대신 바둑판에 놔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 거대한 AI+4차 산업혁명 바람, 알파고가 더 부추겨

물론 세계적인 기업들은 알파고 이전부터 AI 쪽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AI가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 덴 알파고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기치를 내걸었던 4차 산업혁명 화두에 유독 한국이 강하게 반응한 것 역시 ‘알파고 충격’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점을 빼놓곤 생각하기 힘들다.

현재 세계 AI 시장은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바이두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의 ‘AI 굴기’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선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이버, SK텔레콤 같은 기업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유럽 쪽에선 AI와 더불어사는 삶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미 AI를 법 테두리 내에 들여놓으려는 준비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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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AI 바람이 알파고 때문만이라고 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가 AI란 엄청난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건 분명해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DC 전망치엔 이런 부분이 잘 담겨 있다. IDC는 전 세계 AI 시장이 2022년 까지 연평균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대로라면 2016년 80억 달러 수준인 AI 시장은 2022년엔 1천1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성장하게 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