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30분 전에 이미 알파고의 승리를 확신했다.”
이세돌과 구글 알파고 간의 세기의 바둑 대결 1차전에서 인공지능이 승리했다. 이세돌 9단이 186수 만에 돌을 던지면서 승부가 마무리됐다. 경기 시작 3시간 30분 무렵이었다.
현장을 지킨 상당수 해설자들은 막판까지 접전이라고 분석했다. ‘인간 대표’를 응원하는 심정이 포함돼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판세를 잘못 읽은 셈이었다.
하지만 구글의 분석은 달랐다. 구글은 3시간 쯤 지날 무렵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 무렵 한국의 유창혁 9단이나 미국 해설자 마이클 레드먼드 9단은 전부 ‘박빙 승부’라고 판세 분석을 하고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은 ‘네이처’ 취재팀으로 데미스 하사비스와 함께 경기를 지켜본 탄구이 추어드 ‘네이처’ 편집자가 그대로 전해줬다. ‘네이처’는 구글 알파고가 지난 해 10월 판후이 2단을 꺾는 과정을 분석한 논문을 게재한 잡지다.
추어드는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하사비스와 핵심 개발자인 데이비드 실버 옆에 앉아서 직접 관전한 평을 ‘네이처’ 블로그에 게재했다.
■ 네이처 편집자 "3시간 지날 무렵 통화한 하사비스 회심의 미소"
이날 VIP 룸에서 경기를 관전하던 하사비스가 경기 세 시간이 지날 무렵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그런 다음 다른 구글 임원에게 자기 아이폰을 넘겼다.
추어드는 이 장면이 결정적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하사비스와 구글 임원이 만면에 미소를 짓는 모습을 확인한 것. 그 순간 구글 측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고 추어드가 전했다.
이어지는 얘기는 더 흥미롭다. 구글 측이 승리를 확신하던 바로 그 순간 TV 해설을 하던 바둑 고수들은 여전히 판세를 명확하게 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일부 해설자들은 이세돌이 돌을 던지기 직전까지도 혼란스러워했다고 추어드가 주장했다.
하사비스는 VIP 룸에서 경기를 관전하면서 계속 구글 기술팀의 판세 분석을 보고 받았을 것이다. 하사비스는 일반인들에겐 공개되지 않는 구글의 판세 분석 정보를 계속 접했을 것이다. 여기엔 일반인들은 접할 수 없는 알파고의 판세 평가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추어드는 주장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추어드는 하사비스가 통화하는 장면을 보면서 옆자리에 있던 데이비드 실버에게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좋게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날 그들은 미국 해설자 마이클 레드먼드가 해설하는 대국 중계를 관전했다. 레드먼드는 서양 바둑 기사 중 유일하게 9단에 이른 고수. 하지만 레드먼드는 막판까지 판세가 박빙이라고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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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해설을 듣던 하사비스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추어드가 전했다. 하사비스는 이미 그 때 알파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30분이 지날 무렵 이세돌이 돌을 던졌다. 경기 시작 3시간 30분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