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연료 코발트 대란…가격 1년만에 4배

"더 오를 듯"...업계, 물량확보·대체재 발굴 총력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3/07 08:02    수정: 2018/03/07 10:55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코발트가 때아닌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스마트폰과 배터리 등 전자 업계가 시급히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삼성SDI, LG화학 등은 자원 재활용 업체 투자를 고려하는 한편, 코발트 비중을 낮춘 대안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애플은 광산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코발트를 수급받기로 결정했다. 다만 코발트 가격 인상은 수요 증가와 정치·사회적 요인으로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기준 코발트 가격은 1킬로그램(kg) 당 86달러(약 9만5천원)로 기록됐다. 지난달 평균가인 78달러(약 8만6천원)보다 더 오른 가격이다. 업체들이 코발트를 톤(t) 단위로 구매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광물의 1톤 가격은 8만 달러(약 8천900만원)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해 초 2만 달러(약 2천300만원) 대비 4배 오른 가격이다.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코발트가 때아닌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스마트폰과 배터리 등 전자 업계가 시급히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사진=Pixabay)

■ '코발트 대란' 왜?…"수요는 폭발, 공급은 줄어"

코발트 가격 상승의 요인은 간단하다.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정적인 코발트 공급량에 비해 몇년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또 채굴 가능한 국가도 제한적이다. 게다가 채굴 과정에서 '아동착취' 등 사회적인 문제까지 대두됐다.

수요 증가에 한몫 보탠 건 전기자동차의 성장이다. 리튬이온 전지의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코발트는 휴대폰 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이기도 하다.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코발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현재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 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 CRU는 전기차의 향후 시장 점유율은 오는 2030년께 전체 시장의 30%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급처가 한정돼 있다는 점 또한 코발트 가격 안정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코발트는 전세계 공급량의 3분의 2 가량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된다. 콩고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악용해 코발트를 국유화하려고 시도 중이다. 이 정부는 코발트 수출 업체에 2~5%의 세금을 부과하고, 이와 별개로 초과 이득세 50%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생산지인 중국도 코발트 등 '희토류'의 수출에 제한을 가하면서 공급 불안전성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권 침해 논란도 불거졌다. 채굴 과정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노동력이 강제됐고, 즉각적인 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권운동단체인 국제 엠네스티 관계자는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는 수많은 콩고 어린이들이 광산에 강제로 투입돼 채굴하고 있다"며 "이런 제품들이 삼성, 애플, 테슬라(전기차 브랜드) 제품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코발트 물량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동시에, 의존도를 줄이려 시도하고 있다. (사진=씨넷)

■ '더 오른다'…애플·삼성·LG 대응책 구상

코발드 대란은 이미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리튬이온배터리 업체들은 '원통형 18650 배터리'의 가격을 지난달부터 일제히 인상했다. 가격 상승 폭은 평균 15~20% 내외로 추정된다.

업계는 코발트 가격이 현재 1t당 8만 달러에서 앞으로 1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업체들이 물량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동시에, 코발트 의존도를 줄이려는 시도도 함께 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 중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애플이다. 애플은 전세계에서 코발트를 가장 많이 쓰는 업체 중 하나다. 이 회사는 광산 업체들과 코발트 수천 t을 정기적으로 공급받는 계약을 맺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삼성SDI는 수입처를 넓혀 물량 부족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칠레 정부가 진행하는 리튬 양극재 플랜트건설 사업 입찰에 참여 중이다. 또 삼성SDI는 폐휴대폰이나 폐전기차에서 코발트를 채취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인수합병(M&A)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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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3세대 전기차를 원료 가격과 연동된 판매가로 계약하는 등의 대응책을 구사하고 있다. 제품 판매가에 원재료 가격 인상분 만큼을 반영하는 것이다. 앞서 정호영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코발트 등 메탈 가격의 변동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계약구조가 중요하다"며 "고객들도 메탈가 급변화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배터리 업계는 여기서 더 나아가 코발트 의존도를 낮춘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니켈 비중을 높이고 코발트 함량을 줄이는 대체 기술이다. '3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NCM811'은 니켈 비중을 60%에서 80%로 높이고 코발트 비중을 대폭 낮춰 생산된다. LG화학은 올해 이 배터리 양산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