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네이버 매출이 4조7천억원인 반면, 구글은 120조원, 텐센트는 40조원이다. 여전히 네이버는 구멍가게 같다.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지배력 전이를 논하는 게 맞는 건가. 큰 그림을 보고 규제를 논의해야 한다.”(호서대학교 류민호 교수)
“악성 댓글이 이슈인데, 어떤 댓글에 대해 정치적 편향이 너무 심하다고 할 때 여기에서 ‘너무’는 어디까지를 뜻하는가. 악성댓글을 차단한다고 해서 댓글을 달고 싶은 사용자 욕구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고, 외산 플랫폼으로 넘어가면 아예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소탐대실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유니스트 정윤혁 교수)
미디어 전문가들이 최근 정치권에서 강하게 밀어 붙이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 규제에 대해 ‘산업’과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편협한 시각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28일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미디어 산업 미래를 논하다’라는 주제로 두 번째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회는 연세대학교 이상우 교수 사회로 ▲포털 시장에 대한 정의와 ▲경쟁상황 평가 가능성 여부 ▲특정 시장 독점력을 이용한 지배력 전이 ▲또 포털 사업자 규제 이슈 등을 논의했다.
■ “모바일 시대, '포털=관문' 정의하기 어려워”
먼저 토론자로 참여한 패널들은 PC 시장에서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인터넷의 관문 역할을 하는 포털에 대한 정의가 매우 어렵고 모호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에는 웹브라우저 첫 화면이 관문 역할을 했지만, 모바일에서는 개별 앱들을 통해 서비스에 접근하기 때문에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서비스들을 관문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호서대학교 류민호 교수는 “아이한테 인터넷이 뭐냐고 물으면 유튜브라고 답할 것”이라면서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인터넷 관문 개념이 완전히 바뀌어, 포털 정의 자체를 기존대로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니스트 정윤혁 교수는 “페이스북도 포털이 될 수 있다”며 “포털을 네이버 같은 사이트라고 보기보다 페북이나 유튜브 같은 인터넷 중심이 되는 사이트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 “인터넷 경쟁상황평가, 시장 획정 어려워”
최근 정치권에서는 법안 개정을 통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들도 통신방송사와 마찬가지로 경쟁상황평가를 받도록 하고, 발전기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관련 법안도 다수 발의된 상태다.
이에 토론자들은 인터넷 포털에 대한 정의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상황평가를 위한 시장 획정 자체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피력했다.
동국대학교 이경원 교수는 “인터넷은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 포털은 이용자와 광고주 사이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쪽만 갖고 사업을 할 수 없다”면서 “인터넷 포털은 양면 사업 모델이라 시장을 획정하려면 양쪽을 다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한쪽 면만 고려해서 시장을 획정해 적용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역설했다.
또 그는 “단면시장도 시장 획정이 어려운데 인터넷은 양면시장이다”며 “10년 넘게 경제학자들이 노력해왔을 텐데, 일관된 사례들이 정립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 “검색 점유율, 쇼핑으로 지배력 전이…글쎄”
포털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은 네이버가 검색 점유율을 앞세워 쇼핑 시장의 지배력을 높인다는 비판이다. 이에 지마켓이나 11번가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들이 네이버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이에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박사는 현 시점상 검색 점유율이 쇼핑과 같은 다른 영역에 지배력 전이를 일으켰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시장을 명확히 자르기 애매한 점이 있다는 논리다.
이종관 박사는 “나이크클럽에는 만남 주선, 춤, 음악, 술 등 여러 가지가 가능한데, 나이트클럽이 술값을 올려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이용자가 노래방으로 이동했다면 이를 대체시장으로 봐야 하나”라며 “(시장 지배력 전이의) 가능성은 심증적으로 있지만, 과학적 입증 근거과 수단이 없는 상태”라는 말로 추가적인 판단과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류민호 교수는 “글로벌 리더들을 보면 통합을 통해 혁신을 만들어 간다”면서 “네이버가 쇼핑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를 보면 검색 이용자 편의를 위해 시작했다. 지배력 전이를 의심하려면 이용자에게 주는 혜택이 같아야 하는데, 쇼핑을 위해 네이버가 필수도 아니고 네이버가 사용자에게 더 큰 혜택을 줬다면 이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학교 박민수 교수는 “네이버 쇼핑이 소비자한테 이로운 거냐, 해로운 거냐에 대한 조사를 1천명 대상으로 했는데, 네이버로 인해 쇼핑 효용성을 얻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쇼핑 탐색 시간을 줄여주고 가격 비교가 쉬워 판매자들이 가격 경쟁을 통해 가격을 떨어뜨리고, 다양한 구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포털 규제, 산업과 이용자 후생 빠져있어”
포털 규제 이슈에 대해서는 산업과 이용자 중심의 관점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통신사와 같은 경쟁사들을 위한 인터넷 사업자 규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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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관 박사는 “사업자 간 경쟁 측면에서 규제 정당성을 찾으려 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며 “규제의 정당성에서 산업과 이용자 후생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들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류민호 교수는 “기존의 경쟁법이나 이용자 보호법 체제에서도 다룰 수 있는 사안을 도대체 누가, 누구를 위해 굳이 사전 규제의 틀 속에 끼워 넣으려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포털 규제 법안 발의 이유를 들여다보면 경쟁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같다. 규제가 경쟁자를 위해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