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통신단체에 "포털 불공정 조사" 의뢰 논란

포털 업계 “KAIT의 인터넷 시장 조사 부적절”

인터넷입력 :2018/02/20 14:55    수정: 2018/02/20 15:10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플랫폼 불공정행위 사례 조사를 인터넷 사업자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방송통신 이익단체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위탁해 논란이 일고 있다.

포털 업계는 조사 과정에서 심각한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방통위, KAIT에 인터넷 불공정행위 사례 조사 위탁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KAIT에 인터넷 플랫폼 시장 구조와 거래 현황 파악, 부당한 차별ㆍ제한 여부 등 불공정행위 사례 조사를 위탁했다.

최근 포털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목소리가 커진 만큼, 부가통신 시장인 인터넷 플랫폼 시장에서 불공정 및 부당행위를 방지해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인터넷 사업자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이동통신 이익단체인 KAIT가 인터넷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위탁 조사하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조사 위탁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포털의 사회적 책임론을 강조하며, 포털 규제 필요성을 여러 번 언급한 것과 연관된 조치로 풀이된다.

조사 대상은 포털, SNS, 앱마켓, 전자상거래 등 국내외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 업체지만, 사실상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대형 포털에 초점을 둔 조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는 KAIT가 정리한 인터넷 플랫폼 시장에서의 불공정행위 사례를 유형별로 분류, 정책 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KAIT가 내놓을 보고서가 사실상 포털 규제 정책에 기본 자료로 활용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 “통신사 주축 KAIT 조사, 공정성 우려”

포털 업계가 강하게 문제 제기하는 부분은 방통위가 위탁한 조사 기관이 사실상 국내 방송통신 사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KAIT라는 데 있다.

한정된 인터넷 시장을 둘러싸고 국내 방송통신사와 인터넷 포털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인터넷 시장의 문제를 경쟁 관계인 통신사한테 찾아달라고 요청한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1987년 설립된 사단법인 KAIT의 홈페이지 설립목적 페이지에는“회원의 협력과 유대강화를 통해 방송통신의 발전 및 공공복리 증진에 기여한다”로 명시돼 있다. 회장사는 SK텔레콤이 맡고 있으며,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주요 회원사로 포진돼 있다.

KAIT 주요 회원사.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KAIT의 설립 배경이나 조직 구성 등을 봤을 때 통신사와 관련한 조직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조직에서 인터넷 관련 조사를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주축인 KAIT에 조사를 위탁했다는 것 자체부터 공정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며 KAIT 조사 위탁에 대한 의도를 의심한 뒤 “기간통신사업자 위주로 진행하던 공정 이슈 조사를 부가통신사업자로 확대했을 때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사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라고 역설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KAIT 위탁 건은 조사 차원이 아니라 제도 개선을 위한 목적에서 사전적으로 인터넷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사례를 살펴보고 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KAIT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법적 기구로, 통신사들의 완전한 이익단체가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