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메일 수색'…美 대법원도 찬반 팽팽

'MS vs 미국 정부' 공판…판결은 클라우드 새기준 될듯

컴퓨팅입력 :2018/02/28 14:17    수정: 2018/02/28 15:2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해외에 이메일 저장한다면서 고객을 모집할 우려도 있는 것 아니냐?”

“상호조약 통해 해결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클라우드 시대 정보 수색의 중요한 잣대가 될 역사적인 재판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열렸다. IT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재판에서 대법원 판사들 역시 팽팽하게 맞서면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미국 정부 vs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인 이번 재판은 MS가 2013년 12월 아일랜드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 정보 제출을 거부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진=미국 연방대법원)

당시 경찰은 MS 측에 마약 거래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 이메일 계정 관련 정보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있는 MS 본사 수색 영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MS는 아일랜드에 저장된 이메일 내용은 제출할 수 없다고 맞섰다.

1심에선 미국 정부가, 항소심에선 MS가 승리하면서 엎치락뒤치락 승부를 펼쳤다. 결국 연방대법원이 최종 중재자로 나서게 됐다.

■ "MS 승소 땐 해외서버 악용 우려" 지적도

이번 재판의 기초가 된 것은 1986년 제정된 저장통신법(SCA)이다. 이 법에 따르면 영장을 제시할 경우 이메일처럼 서버에 저장된 정보도 제출해야만 한다. 압수수색 범위를 정보화시대에 맞게 확대 적용한 법인 셈이다.

하지만 그 사이 세상은 또 달라졌다. 이젠 해외에 서버를 두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시대가 되면서 이 법 적용 범위가 다시 모호해졌다. 대법원에선 바로 그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대법원 전문 사이트 스카터스블로그에 따르면 대법원 판사들 역시 이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짐 로버츠 대법원장은 정보제출에 불응한 MS에 비판적인 편이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사진=미국 대법원)

MS 측이“해외에 저장된 데이터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집행에 반대했다”고 해명하자 로버츠 대법원장은“해외에 정보를 저장한 것은 정부 탓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짐 로버츠 대법원장은 “서비스업체들이 이메일을 미국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 저장한다면서 고객들을 모집할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 역시 로버츠 대법원장과 같은 의견을 보였다고 스카터스블로그가 전했다.

알리토 대법관은 “(MS가 승리할 경우)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와의 상호조약을 통해서만 범죄자의 (이메일)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면서 “그럴 경우 수 개월에서 수 년까지 소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반대의견을 제시한 대법관들도 있었다.

■ "해외에서 선조치 필요"…법 충돌 가능성 지적

물론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현실적으로 압수수색 영장대로 하려면 해외에서 뭔가 행위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지적이다.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은 “(MS가) 미국에서 이메일을 제출하기 위해선 먼저 그것들이 저장돼 있는 아일랜드에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닐 고서치 대법관 역시 이메일 공개 행위 일부가 해외에서 이뤄져야만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일단 아일랜드에서 관련 이메일 정보를 수집한 뒤 미국으로 보내야만 한다는 얘기다.

반면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대법원보다는 의회가 이번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어떤 결과든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의회가 법을 바꾸도록 하는 게 낫지 않겠댜는 취지였다.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절충안을 제시했다. 연방정부가 해외에 저장된 데이터에 대한 영장을 제시할 경우 MS 같은 업체가 외국법과의 충돌 여부에 대해 법원에 문의하도록 하는 게 어떻겠냐는 주장이다.

연방대법원 재판은 한 차례 공판만 진행한 뒤 판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날 공판을 끝으로 양측의 법정 공방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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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 대법관들은 심리를 한 뒤 최종 판결을 하게 된다. 9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할 경우 5명의 지지를 받는 쪽이 승소한다.

이번 재판에 대한 최종 판결은 대법원 회기가 끝나는 6월말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2차 특허소송 때처럼 회기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럴 경우엔 올 하반기 경에 최종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