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영장 없이 이메일 등을 수색하는 근거가 됐던 법을 대체하는 초강력 사생활 보호법이 미국에서 통과됐다.
미국 하원이 27일(현지 시각) 이메일 프라이버시법(EPA)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테크크런치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하원 의원들은 약 40분 간 법안에 대한 토론을 한 뒤 419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EPA는 앞으로 상원을 통과한 뒤 대통령 서명을 받을 경우 공식 발효된다.
이날통과된 EPA는 지난 1986년 제정된 ‘전자커뮤니케이션프라이버시법(ECPA)’을 대체하는 법이다. 하원 의원들이 EPA를 제정한 것은 기존 법인 ECPA에 대한 비판 때문이다. 그 동안 ECPA는 달라진 IT 기술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위헌 공방이 끊이지 않았다.
■ "현행 법에선 이메일이 캐비넷 속 서류보다 더 허술"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토론에서 수잔 델빈 의원은 “현행 법 하에서는 서버에 있는 이메일보다는 캐비넷에 들어 있는 서류가 더 강력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ECPA의 대표적인 시대착오적인 조항은 ‘180일 지난 이메일’에 대해선 영장 없이도 마음대로 수색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1986년 당시엔 이메일 검색이나 보관 개념이 없던 때였기 때문에 만들어진 조항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IT 전문 매체 기즈모도가 잘 지적했다. 기즈모도는 “ECPA 제정할 땐 180일 이상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생각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ECPA에선 180일 지난 이메일 자료를 볼 때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 소환장만 제시하면 된다. 법무부나 증권거래위원회(SEC) 같은 기관들은 그 동안 이 조항에 의거해 이메일을 자유롭게 열람해 왔다.
새롭게 제정된 EPA는 180일 지난 이메일 등에 대한 수색을 할 때도 반드시 영장을 제시하도록 규정했다.
구글은 “1986년 제정된 ECPA는 2016년 프라이버시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구분을 하고 있다”면서 “새 법인 EPA가 통과된 것은 인터넷 이용자들에겐 결정적인 승리”라고 의미 부여했다.
그 동안 ECPA는 인터넷 압수수색의 면죄부 역할을 해오면서 원성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 뿐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기업들도 이 법을 21세기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 MS, 현재 적용되는 ECPA 위헌 청원
특히 MS는 최근 ECPA에 대해 위헌 청원까지 접수했다. MS는 수사기관들이 클라우드 서버에 보관돼 있는 고객 정보를 수색한 사실을 통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이 법이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국가와 싸우는 애플과 MS가 부러웠던 이유2016.04.28
- '막강' 아이폰 잠금장치 누가 뚫었을까?2016.04.28
- 애플 vs FBI "만능키냐, 문앞 개냐"2016.04.28
- FBI-애플 공방, 한국에도 불똥 튈라2016.04.28
MS는 법원 제출 문건을 통해 ‘수색 당하고 말도 못한 사례’가 얼마나 되는 지 공개했다. 최근 18개월 동안 총 5천624건의 요청을 받았는데, 그 중 절반에 가까운 2천576건에 대해선 ‘함구령’이 내려졌다는 것.
MS는 수사상 필요할 경우 비공개 요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ECPA 275조 b항이 수정헌법 1조와 4조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언론의 자유, 4조는 부당한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을 자유에 해대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