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범죄 사건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될 이메일에 대해 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영장을 제시받은 해당 업체는 관련 메일 정보를 제공했다.
그런데 수색 대상 메일 중 일부가 해외 서버에 저장돼 있다. 이럴 경우 영장을 받은 업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미국 정부가 수년 째 계속하고 있는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CNN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이 2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정부 vs MS’ 사건 심리를 시작한다. 디지털 통신 제공업체들이 해외에 저장된 정보에 대해 미국 사법기관의 수색 영장에 응해야 하는 지 여부를 다룰 이번 재판은 벌써부터 엄청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MS "국경 넘어가면 큰 문제" vs 법무부 "클릭 한번이면 접속"
이번 사건은 2013년 마약 수사가 발단이 됐다. 수사를 하던 경찰이 MS에 단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 이메일 정보를 요구했다.
수색영장을 받은 MS는 서버에 저장돼 있던 관련 이메일 정보를 경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아일랜드 서버에 저장돼 있는 이메일 정보는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자 사법당국이 곧바로 MS를 제소했다. 1심 법원은 미국 정부 편을 들어줬다. 1986년 제정된 저장정보법의 적용 범위를 폭넓게 해석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제2 순회항소법원은 “저장통신법은 국경의 경계를 넘을 순 없다”면서 MS 편을 들어줬다.
결국 미국 사법당국이 상고하면서 연방대법원이 이 문제를 다루게 됐다.
해외 서버에 대한 수색에 반대하는 MS의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수색에 응할 경우 국경, 조약, 국제법을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둘째. 해외 정부가 미국 서버에 있는 이메일을 요구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다.
브래드 스미스 MS 최고법률책임자(CLO) 겸 사장은 “미국 바깥에 있는 이메일에 대해 일방적으로 수색영장을 사용할 수 있다면, 다른 정부가 미국 내에 저장된 이메일에 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걸 어떻게 막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법무부를 비롯한 사법기관들의 입장은 다르다. MS를 비롯한 IT 기업들이 클라우드에 있는 데이터를 넘겨주길 거부하는 건 수사 방해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법당국은 또 “해외에 저장돼 있더라도 미국 내에서 컴퓨터 마우스 클릭 한번만으로 접속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 "저장정보법 적용 한계는 어디까지" 관심
이번 소송의 이론적 토대가 된 것은 1986년 제정된 ‘저장정보법’이다. 저장정보법은 미국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을 경우 비공개 정보 공개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영장의 효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MS는 미국 국내에만 적용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법무부를 비롯한 사법기관은 전방위로 적용된다고 맞서고 있다.
세기의 재판이 시작되면서 개인 정보보호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 내 IT기업과 시민단체들은 법무부의 요구가 과하다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법무부가 승소할 경우 해외 다른 국가들의 미국 내 데이터 요구가 빗발칠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럽연합(EU) 역시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번 소송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EU는 소송 당사자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이번 재판이 전 세계의 데이터 보호 관행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만 언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방대법원이 아니라 의회가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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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몇몇 의원들은 해외 서버에 저장된 각종 데이터 활용 관련 문제를 규정한 법안 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합법적인 해외 데이터 이용 분류법’ 이다.
이 법은 미국 정부와 디지털 정보에 대한 상호 국경 접속 조약을 체결한 국가에 한해 영장이 적용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개인 정보보호 및 인권 기준을 충족시킨 국가에 한해 조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