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 관련 방침을 180도 뒤집었다." (업계)
"가상화폐 실명제가 시행되는 등 투자 환경이 달라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의 가상화폐 관련 입장이 최근 들어 변화 조짐을 보이면서 그 배경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지난 해 말 "비트코인은 거품이다"고 했던 때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비판한다. 반면 금감원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명하고 있다.
논쟁의 불씨를 제공한 것은 최흥식 금감원장이었다. 최 원장은 20일 출입기자 오찬간담회서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 실명 확인) 시스템을 구축했다는데 거래를 안한다"며 "독려를 할 거다"라고 발언했다.
최 원장은 지난 해 말 "비트코인은 형태가 없고 거품이 터질 것이다. 이를 두고 내기를 해도 좋다"고 발언한 적 있다. 따라서 이날 금감원장의 발언은 그 때와 완전히 달라진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렸다.
■ "정책 명확치 않은 상황서 자율 강조 당혹"
일부에선 금감원장의 입장이 갑작스럽게 뒤바뀐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특히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은행권이다. 갈지자 처럼 변하는 금융감독당국의 방침 때문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이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해야 하지만 금감원이 독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구두 개입으로 해석하는 곳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하는 데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바로 정부다"라며 "정부 정책이 명확하지 않은 시점에서 은행에게 자율적으로 하라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식 공문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최흥식 금감원장 발언의 뒷배경에 정부 방침 변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거래소 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피력한 작년 말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감원도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거래소 폐쇄가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1월 12일)며 "가상화폐 거래 투명화가 최우선 과제"(홍남기 국무조정실장·2월 14일)라고 말하자 금감원의 상황도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최흥식 금감원장이 취임 후 첫 단행한 조직개편 당시 없었던 '블록체인연구반'이 2월 12일 신설된 점과 23일 처음 열리는 블록체인자문위원회 회의가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1월 18일 금감원은 유광렬 수석부원장 직속인 IT·핀테크전략국을 만들고 핀테크지원실을 신설했지만 당시에도 블록체인연구반은 없었다.
■ 금감원 "새로운 감독 수요 발생하면 맞게 대응 당연"
하지만 금감원은 작년말과 올해초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말에는 가상화폐 실명 인증제가 도입되지 않았고 투자 광풍이 불었다는 점 등을 염두에 둬야한다"며 "최흥식 원장의 발언은 투자를 독려한다거나 해야한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블록체인연구반에 대해서도 "조직개편이 끝나더라도 새로운 감독 수요가 발생하면 이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문위원회 회의는 작년말부터 염두에 두고 준비해오던 것이며, 블록체인 기술이 빠르게 변해 학계와 업계, 언론의 얘기를 듣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상화폐 거래소에 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는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모두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KB국민은행은 "검토 중"이라고 답했으며, KEB하나은행은 "정부 시책과 은행권 상황을 고려해서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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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신한은행은 빗썸과 코빗에 신규 계좌를 발급하고 있으며, NH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과 거래 중이다. 업비트에 가상계좌 계약을 맺은 IBK기업은행은 현재 신규 계좌 발급은 중지된 상태다.
IBK기업은행 측은 "업비트의 기존 사용자들에게 실명 전환 서비스만 제공 중이다"며 "56만명 정도로 거래자 수를 추정하는데 모든 고객이 실명 전환하지 않은 상황이라 신규 계좌 발급은 이후에나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