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TV용 대형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LCD 패널 시장에서도 국내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발(發) LCD 공급 과잉으로 업계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세대 전환을 시도 중이지만, 이 역시도 중국이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9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6억2천만 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21%나 늘어난 수치다.
■ 中 티안마, LGD 뛰어넘고 점유율 2위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 업체인 티안마가 지난해 처음으로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점유율 2위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티안마는 총 1억500만 대의 LTPS LCD를 공급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17%를 기록했다.
티안마의 성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이 업체의 점유율은 1년 만에 6%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반면 2위 자리를 유지했던 LG디스플레이는 전년 대비 점유율이 4%포인트 하락한 16%를 기록해 3위로 밀려났다.
1위인 재팬디스플레이(JDI)도 안심할 순 없다는 평가다. JDI는 지난해 시장 점유율 26%를 기록해 선두 자리를 유지했지만, 점유율이 전년 대비 무려 10%포인트나 하락했다. 4위인 일본 샤프의 점유율 역시 다소 하락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5위를 기록한 중국 BOE는 되려 전년 대비 3%포인트 상승한 점유율 9%를 차지했다. 시장 상위 5개 업체 중 중국 업체 2개만 제외하고 전부 점유율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 中에 시장 넘겨주는 LTPS LCD 3强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중소형 LCD 가운데에서도 LTPS LCD는 고밀도에다가 전력 소모도 적어 '프리미엄 패널'로 불린다. 애플이 전면으로 내세웠던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LTPS LCD 패널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시장의 대세가 되면서 LTPS LCD 시장도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LG디스플레이와 JDI, 샤프 등이 나눠가졌던 시장에 중국 업체들이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중국이 엄청난 물량을 쏟아붓기 시작하면서, 이들 3개 업체의 점유율을 조금씩 가져간 것이다. 이는 LG디스플레이와 JDI 등이 OLED로 세대 전환을 가속화하는 이유가 됐다.
OLED 시장은 업계에서 아직 중국 업체들의 손이 뻗지 않은 '최후의 보루'로 통한다.
다만 OLED 시장 주도권마저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론도 나온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DSC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OLED 업체의 생산능력 점유율은 오는 2022년에 63%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 2016년과 비교했을 때 무려 31%나 감소한 전망치다.
반면, 중국은 2016년 4%에 불과했던 OLED 생산능력 점유율이 2022년 36%로 뛰어오를 것으로 DSCC는 예상했다.
한편, OLED의 등장으로 국내 LTPS LCD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프리미엄 모델에 주로 탑재됐던 이 패널이 OLED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중저가 모델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수익성 문제가 대두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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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LTPS LCD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플래그십이나 프리미엄 모델에만 탑재됐던 값비싼 패널"이라면서 "그러나 OLED가 대세로 변하면서 프리미엄 제품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는 결국 LTPS LCD를 프리미엄 모델이 아닌 중급형·저가형 모델에서 채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