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진압 기술, 법제 정비도 함께 이뤄져야"

"개발 후 현장 도입까지 3년 넘어"

방송/통신입력 :2018/02/08 07:42

화재 진압 기술이 건축법·소방법 등 규제에 가로막혀 현장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산하 화재안전연구소는 7일 전문가·현장 소방 인력과의 간담회를 개최, 향후 기술로 화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 자리에서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술과 조화를 이루는 정부 소방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산하 화재안전연구소는 7일 전문가·현장 소방 인력과의 간담회를 개최, 향후 기술로 화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교수는 "단순히 가연성이 높은 재료 사용을 금지하는 식의 규제는 국민들에게 비싼 단열재에 대한 비용 부담을 감내하라는 것"이라며 "막연히 위험하다는 인식으로 정책에 접근하기보다는 여러 기술을 접목해 가장 적합한 안을 제시하도록 해야 하고, 신뢰도나 안정성 문제로 인해 소방 체계에 IoT 등의 기술 도입이 걸음마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석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현재 기술 도입 과정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신기술이 받아들여지고 예산을 할당받아 결과적으로 현장에 투입되기까지 2~3년이 넘게 걸린다"며 "현장 소방 요원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제품을 소방 본부에서 인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게 제도 상의 가장 큰 문제"라고 입장을 냈다.

박미상 경기재난본부 화재조사사법팀장은 "화재 현장에서 국민들이 어디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투시경 등의 기술 개발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화재 현장에 들어가 불길을 진압할 수 있는 로봇도 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소방 인력들은 화재 연구가 이뤄져도 실제 현장에 개발된 기술이 도입되기 위해 거쳐야 할 많은 규제들이 장벽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건축법·소방법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재난 분야에도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규제 샌드박스는 신사업의 초기 진입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특히 규제 혁신 토론회는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며 3개월 내에 보고회를 다시 열기로 한 만큼, 각 부처들이 관련 업무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과기정통부는 화재와 같은 국민 안전·안심 분야의 연구 개발을 위해 연구 개발 전 과정에 국민이 참여하는 연구 개발 체계 정립과 선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화재안전연구소는 실물화재 시연도 선보였다. 이날 시연에 사용된 벽면은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제작된 단열재가 사용됐다. 밀양 세종병원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피해를 키운 주범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화재안전연구소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스티로폼 등 가연성 높은 화학물질을 중심으로 외벽 단열재를 만든다. 미국 회사 드라이비트에서 만들어졌으며, 저렴하고 단열 효과가 좋아 그간 한국에서는 '기형적인 수준으로' 많이 사용돼 왔다는 게 김홍열 화재안전연구단장의 설명이다.

드라이비트 단열재 구조 단면

화재안전연구소에 따르면 실물 화재 시연은 벽의 외부 마감재를 평가하기 위해 이뤄진다. 해당 재료의 착화 과정이나 화재 확산 속도, 마감재의 붕괴 속도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이날 실험에서 드라이비트 단열재는 6분만에 2.5미터 높이에서 벽 외부까지 불길이 퍼져나갔다.

관련기사

연구소는 "만약 실제 화재 현장이라면 해당 벽면에 창문 등 외부로 통하는 창구가 있다면 이를 통해 위층까지 불길이 번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벽면 내부에 사용된 스티로폼도 불타면서 내부에서 발생한 불길이 외부로 퍼지고, 또 다시 내부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실물화재 시연 현장. 4분 경 2.5미터 높이에서의 측정 온도가 300도를 넘어섰다.

이날 시연은 10분도 채 안돼 끝이 났다. 8분 40초 경 5미터 높이에서 600도를 넘어가자 대기하고 있던 소방대원들이 불길을 진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