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스펙터·멜트다운 보안버그를 품은 자사 중앙처리장치(CPU)에 보안패치를 적용한 PC에서 테스트 결과 일정수준의 성능저하가 발생한다는 점을 공식 인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테스트 결과를 통해 모든 사용자에게 성능저하 수준은 크지 않다고 재차 밝혔다.
인텔은 지난주 취약점 공개 초기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반 사용자 환경에서 보안패치 후 뚜렷한 성능 저하는 없을 것이라는 태도를 보여 거센 비판에 시달렸다. 그간 인텔칩 기반 PC 사용자는 패치를 했을 때의 성능 손실 우려와, 패치를 거부했을 때의 보안 위협 모두 불만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내용을 보면 인텔 임원은 테스트 결과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주요 시스템에서 6~7% 가량의 성능 저하가 CPU 보안패치 후 발생했다는 점을 뒤늦게 인정하면서도, 이는 '작은(small)' 영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전세계 PC 사용자 다수가 이런 표현에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 인텔, 여전히 "성능 영향 크지 않다"…과연?
나빈 셰노이 인텔 총괄 부사장(EVP) 겸 데이터센터그룹 총괄 매니저는 지난 10일 인텔 공식사이트 뉴스룸을 통해 6~8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윈도PC의 패치 전후 성능 측정치 대조표를 공개했다. 구체적인 수치로 성능저하가 있음을 인정하긴 했지만, 종전대로 주류 사용자의 손해는 심각하지 않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원문보기]
인텔은 지난 2015년 3분기 이후 최근까지 공개된 코어 프로세서 가운데 6~8세대 CPU별 고성능 모델인 i7 시리즈 CPU 4종으로 6가지 시스템을 구성하고, 그 성능 측정을 위해 문서작성 등 일반 사무, 그래픽 콘텐츠 제작, 게임, 웹서핑 등의 사용 시나리오를 모사하는 4가지 벤치마크 툴을 사용했다.
인텔은 6가지 시스템의 패치 전후 성능을 측정한 벤치마크 결과값을 '백분율'로 표기했다. 100%라면 패치 전후 성능이 동일한 것, 숫자가 그보다 낮으면 그만큼 패치 후 성능이 떨어진 것이다. 다만 ±3% 범위의 오차를 감안해야 한다.
2017년 4분기 나온 8세대(커피레이크) 데스크톱용 코어i7 8700K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은 윈도10 및 SSD 사용 컴퓨터였다. 이 시스템은 툴별 종합점수 기준으로 적게는 0%에서 많게는 8%의 성능손실을 보였다. 세부항목점수 기준으로는 최대 손실폭이 커져 12%를 기록한 항목이 있었다.
2017년 3분기 나온 8세대(카비레이크) 모바일용 코어i7 8650U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도 윈도10 및 SSD 사용 컴퓨터였다. 이 시스템은 툴별 종합점수 기준으로 적게는 1%에서 많게는 10%의 성능 손실을 보였다. 세부항목점수 기준으로는 최대 손실폭이 길어져 14%를 기록한 항목이 있었다.
그런데 셰노이 총괄부사장은 이 결과에 대해 "SSD를 사용하는 8세대 플랫폼의 성능에 미친 영향은 적었다"며 "다양한 워크로드를 아울러 볼 때 그 영향은 최대 6%보다 작을 것이나, 복잡한 자바스크립트를 동원하는 웹애플리케이션 사용자는 최고 10% 수준의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1분기 나온 7세대(카비레이크) 모바일용 코어i7 7920HQ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은 윈도10 및 SSD 사용 컴퓨터였다. 이 시스템은 툴별 종합점수 기준으로 적게는 1%에서 많게는 7%의 성능손실을 보였다. 역시 세부항목점수 기준으로는 최대 손실폭이 늘어나 14%를 기록한 항목도 있었다.
이에 대해 셰노이 총괄부사장은 "7세대 카비레이크-H의 모바일플랫폼 성능을 측정한 결과 (패치후 성능하락의) 영향은 시스마크2014 SE 벤치마크에선 대략 7% 수준으로 8세대 플랫폼과 비슷했다"고 평했다.
■구형 CPU 패치후 성능 저하가 더 크다
2015년 3분기 나온 6세대(스카이레이크) 데스크톱용 코어i7 6700K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은 툴별 종합점수 기준으로, 최대 10% 성능손실을 보였다. 툴별 세부항목점수 기준으로는 손실폭이 21%에 달하거나, 오히려 패치 후 6%까지 성능이 올라간 항목도 있었다.
다만 6세대 코어i7 시스템의 테스트 결과는 어떤 OS 및 저장장치를 사용했는지에 따라서도 편차를 보였다. 이 테스트는 OS 및 저장장치 구성에 따라 윈도10과 SSD, 윈도7과 SSD, 윈도7과 HDD, 3가지로 나뉘었다.
6세대 코어 컴퓨터의 윈도10과 SSD 사용 컴퓨터는 성능손실이 가장 많을 때 90%였고, 가장 적을 때 100%를 초과한 101%였다. 윈도7과 SSD 사용 컴퓨터는 성능손실이 많을 때 94%, 적을 때 100%였다. 윈도7과 HDD 사용 컴퓨터는 성능손실이 많을 때 92%, 적을 때 100%였다.
셰노이 총괄부사장은 이 결과를 놓고 "6세대 스카이레이크-S 플랫폼을 측정한 결과 성능 영향은 약간 높지만 통상적으로는 8세대와 7세대 플랫폼의 관찰결과와 마찬가지(로 영향이 크지 않았)다"라며 "우리는 사무환경에서 일반적인 구성과 동일한 윈도7 플랫폼의 성능도 측정했는데 관찰된 영향 수준은 (시스마크2014SE 기준) 6%로 작았다"고 지적했다.
인텔은 위 6가지 시스템의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 PC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시스마크2014 SE, PC마크10, 3D마크 스카이다이버 그리고 웹브라우저 성능 측정툴 웹XPRT 2015를 사용했다. 백분율 계산에 적용한 벤치마크 프로그램의 측정값에 3% 범위의 오차가 있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원문보기(PDF 파일)]
■패치 후 전반적인 컴퓨터 반응속도, 웹앱 사용 느려질 듯
툴별 세부 측정 항목을 보면 시스마크2014 SE는 오피스를 비롯한 업무용 생산성 소프트웨어, 데이터 및 재무분석과 미디어 제작용 윈도 애플리케이션 사용 성능을 측정했다. PC마크10은 최소 기능 및 콘텐츠 작성과 생산성 관련 윈도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측정했다. 3D마크 스카이다이버는 다이렉트X11버전 게임 구동 성능을 측정했다. 웹XPRT 2015는 브라우저의 HTML5 기반 사진보정, 앨범정리, 주식정보, 노트 암호화 저장, 매출데이터 그래프, DNA염기서열 분석 등 6가지 웹애플리케이션 구동성능을 측정했다.
실제 일반적인 PC사용자에게 주목할만한 부분은 시스마크2014 SE의 세부항목 중 반응성(Responsiveness)과 웹XPRT 2015 툴의 측정 결과다.
우선 시스마크2014 SE의 반응성 항목에선 6가지 시스템 중 5가지 시스템이 패치후 일제히 두자릿수의 성능저하를 보였다. 성능저하를 보이지 않은 나머지 1가지 시스템은 유일하게 HDD를 쓰는 윈도7 컴퓨터였다. 반응성이 떨어지는 컴퓨터는 다른 모든 연산성능이 뛰어나더라도 체감상 느리게 느껴지기 쉽다. CPU 패치 후 일반적인 SSD의 장점이 상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웹XPRT 2015 툴의 측정 결과도 광범위한 사용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툴의 측정치는 윈도10에서 엣지(Edge) 브라우저를, 윈도7에서 인터넷익스플로러(IE)를 기준으로 진행한 결과다. MS가 윈도10에서 가장 최적화를 잘 한 브라우저의 성능이 적게는 7%, 많게는 10%까지 떨어진다면 실사용자에게 더 인기가 많은 타사 브라우저의 성능 변화 폭은 더 클 수 있다.
관련기사
- 인텔, CPU보안패치 성능저하 예상했다2018.01.12
- 엔비디아, 스펙터 취약점 완화 패치 배포2018.01.12
- MS, 인텔CPU 보안패치 후 윈도 성능저하 확인2018.01.12
- 패치 내놓은 인텔, 'CPU 결함' 해결될까2018.01.12
11일(현지시간) 이를 보도한 미국 지디넷의 아드리안 킹슬리 휴즈도 "스펙터, 멜트다운 패치의 최대 영향은 웹브라우징과 전체 시스템 반응성이며 이는 사용자 대다수가 패치 후 컴퓨터의 버벅임을 느낄 거란 뜻"이라고 지적했다. [☞원문보기]
성능이 떨어질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일반 PC 사용자들은 여전히 CPU 보안패치를 적용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