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실생활로'...AI 패권 전쟁 막 올랐다

[CES 2018 폐막] AI 비서-스마트홈-미래車-로봇 기술 향연

홈&모바일입력 :2018/01/12 17:54    수정: 2018/01/12 18:05

[라스베이거스(미국)=이은정 기자] 인공지능이 도시를 점령했다. '스마트 시티'를 화두로 개최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8이 9일(현지시간)부터 나흘 간의 미래 첨단기술 향연을 마치고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다.

올해 CES는 전세계 4천여개 업체와 150여개국 18만4천여명이 넘는 참관객이 참여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이번 전시회는 메인 테마에 맞게 ▲스마트홈 등 홈&패밀리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보여주는 로보틱스 ▲오토모티브 등 분야의 차세대 기술과 제품들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다양한 IT산업군을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하나로 연결하는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능형 사물인터넷, 스마트홈 산업 점령

올해 CES 2018에서도 수많은 기업들이 혁신 제품들을 선보였지만 가장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였다. 각 부스에 전시된 첨단 제품들 옆엔 이 두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아마존과 구글은 CES에서 처음으로 공식 부스를 마련하고 AI 플랫폼 확장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두 회사는 컨벤션센터(LVCC) 야외 센트럴플라자에 전시부스를 마련했다. 오전 오후 할 것없이 부스 앞엔 수십명의 방문객들이 대기줄을 이어 AI 솔루션의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두 회사는 각각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로 연결된 스마트홈을 체험하고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부스를 조성했다. 이 곳에서는 글로벌 유수 가전 업체의 제품이 대거 전시됐다.

아마존과 구글이 이처럼 확장된 연결 생태계를 강조한 것에서 전세계 AI 플랫폼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현재 AI 시장에서 아마존은 약 67~68%, 구글은 25%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국내외 기업들도 자체 AI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곳곳에 포진한 아마존과 구글의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에 아마존, 구글이 이룬 AI 진영에 손을 내밀어 협력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들과 독자적인 AI 솔루션으로 시장 지배를 꾀하려는 진영의 행보가 엇갈리면서 향후 어떤 그림이 그려질 지 주목된다.

CES 2018 센트럴플라자에 위치한 구글 부스.(사진=지디넷코리아)

올해 CES 센트럴홀 중심에 자리잡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자체 AI 음성 솔루션 '빅스비'를 가전에서 자동차 전장까지 적용하고 이를 '스마트싱스 앱'으로 통합 연동되는 공간을 조성했다. LG전자도 부스에서 회사 인공지능 플랫폼인 '딥씽큐'와 사물인터넷 '스마트씽큐'를 아우르는 AI 브랜드 '씽큐' 생태계를 그리고 있지만,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 음성인식 비서를 적용, 외부 기술 협력도 함께 지향한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독자 솔루션과 외부 협력 솔루션으로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축하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술 경쟁력의 우위보다는 어떤 솔루션이 소비자에게 더 높은 효용성과 실용성을 보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중국 화웨이는 스마트홈 솔루션을 소개하는 '화웨이 하이링크 스마트 홈(Huawei HiLink Smart Home)' 공간을 마련했다. 화웨이는 해당 부스에 독자 인공지능 기술로 가전을 컨트롤하는 시연을 진행했다. 현재 미국 월풀, 중국 하이얼과 창홍 등 100여개 가전 업체와 협력하고 있으며, 파트너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이얼은 오픈 플랫폼 기반의 홈 헬스 매니지먼트 솔루션, 히팅 솔루션, 스마트 에어 솔루션 등 스마트홈 솔루션을 선보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초연결 시대가 다가오면서 CES에서도 제품 전시보다는 전체 기기 간 연계성을 통해 줄 수 있는 소비자 가치와 관련한 메시지 전달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TV쇼, 아직 죽지 않았다…韓·中·日 신경전 '치열'

올해 CES 2018에서도 글로벌 TV 시장 주도권을 두고 차세대 TV와 디스플레이 기술 격전이 치뤄졌다. 전세계 선두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퀀텀닷(양자점) 기반 QLED TV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진영에 참여한 중국, 일본 업체들이 국내 제품과 유사한 플래그십 TV 모델들을 대거 공개하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삼성전자 146형 모듈러 TV 더 월(The Wall)(사진=삼성전자)

TV 신제품이 공개되는 '삼성 퍼스트 룩 2018' 행사에서는 올해 출시할 2018년형 4K QLED TV와 LG전자의 가장 최근 출시된 2017년 OLED TV의 비교 시연도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QLED TV보다 진화된 기술을 적용한 최상위 프리미엄 라인업인 마이크로 LED TV '더 월'을 CES에서 최초로 들고 나왔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화질·내구성·효율성 측면에서 우수해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인공지능 기술로 고화질을 최적화하는 85인치 8K QLED TV도 선보였다.

LG전자는 OLED TV 주요모델에 독자 개발한 화질칩 '알파9'을 장착했다. 알파9이 적용된 올레드 TV는 노이즈를 절반으로 줄이며 영상 데이터를 분석, 명암비, 선명도, 입체감 등을 개선해 선명한 이미지를 표현한다. LG 씽큐 TV는 '자연어 음성인식' 기능으로 화면모드 변경, 채널 변경, 볼륨 조절 등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소니는 4K HDR 이미지 프로세서 'X1 익스트림'을 탑재한 4K OLED 브라비아 A8F 시리즈를 공개했다. 기존 A1 시리즈의 화면 진동을 통해 소리를 내는 '어쿠어스틱 서피스' 기술을 탑재했다. 새로운 X-모션 클래리티기술도 탑재해 역동적인 영상을 최대 85인치 대형 화면에서도 선명하게 시청 가능하다. X1 얼티미트 프로세서가 탑재된 8K 디스플레이도 전시됐다.

CES 2018 TCL QLED TV.(사진=지디넷코리아)

중국 TCL은 85인치 QLED TV 'X6' 등을 공개했다. TCL은 행사장 전면에 QLED TV를 대거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제품은 돌비 애트모스 몰입형 사운드 기술과 하만 카돈 사운드 시스템을 지원하는 UHD TV다. 특히 삼성전자의 '더 프레임'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이 적용된 모습이었다. 곡면 UHD 스마트 TV 'P5'도 공개했다.

하이센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해상도를 개선한 레이저 TV를 전시했다. 레이저 TV는 레이저 프로젝트를 이용해 대형 크기의 화면을 만들어내는 제품이다. ULED TV도 공개했다. 회사는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TV 브랜드를 ULED로 명명했다. 8K ULED TV도 전시했다. 회사는 지난해 98인치 8K ULED TV를 전략 제품으로 전시한 바 있다.

■연결·지능형 미래 車 한 자리에

스마트 시티의 핵심 요소로 지능형 교통수단인 자율주행·전장 기술 등 오토모티브도 올해 전시회의 꽃으로 각광을 받았다. CES 2014부터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노스홀에 마련되는 자율주행 부스 규모는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올해엔 전년 보다 23% 규모가 늘었다. CES 2018에서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각종 미래형 콘셉트카와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 전기차 등을 선보이며 경쟁을 펼쳤다.

국내 기업인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포드, 닛산, 벤츠, 토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참석해 자율주행차의 핵심 요소인 센서·내비게이션·연결성·인공지능 기술과 완전 자율주행을 위한 안전·보안, 차량 내 전자결제 등을 소개했다. 또 삼성전자 등 IT 기업들도 회사 전장 솔루션을 탑재한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미래 먹거리 찾기에 본격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SUV 타입의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차 'NEXO(넥쏘)'의 차명을 최초 공개하고 차량을 선보였다. 이 차량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90km를 갈 수 있다. 또 세계 최초로 일원화된 3탱크 시스템으로 설계된 수소저장시스템을 적용됐다. 또 기존 수소차의 거주공간 불편 해소를 레이아웃 최적화로 해결했다.

닛산 리프.

현대차는 CES 기조연설에서 '신 자율주행 상용화 로드맵'을 공개하기도 했다. 회사는 스타트업 기업인 오로라(Aurora)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2021년까지 3년 내 업계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인 레벨 4(미국 자동차공학회 기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스마트시티 내에서 우선적으로 구현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메르세데스-벤츠 유저 익스피리언스(MBUX)'를 소개했다. 이 차량은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 등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 비서와 연동이 가능하다. 기존에 공개됐던 ’메르세데스-미‘ 등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성능을 높였다.

혼다는 자동차를 비롯해 세 가지 종류의 로봇을 메인으로 선보였다. 사고 등 여러 재난 현장 속에서 AI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표정이 담겨있는 로봇, 휠체어 타입의 로봇, 짐을 실을 수 있는 다기능 소형 로봇 등을 볼 수 있다. 증강현실(AR) 기술로 드라이빙 체험도 할 수 있다. 토요타도 자율주행 기반의 콘셉트카를 대거 공개했다.

이밖에 삼성전자, 기아차, 파나소닉 등의 디지털 콕핏도 눈길을 끌었다. 차량용 디지털 콕핏은 디지털 전장제품으로만 구성된 운전석과 조수석 전방 영역을 디지털 차량 운전 장치를 의미한다. 이 밖에 지프, 닛산, 테슬라 등 자동차 업체들이 각 사의 미래 전략 차를 선보였다.

■말 잘 듣는 로봇에 탄성…하늘을 나는 드론도

CES 2018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로보틱스를 주제로 한 전시관이 운영됐다. 인공지능 기술이 가시화되는 만큼 한층 똑똑해진 각종 로봇들을 볼 수 있었다. 업계는 로봇을 통해 글로벌 업체들의 드론 기술 향연도 이어졌다.

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서빙 로봇, 포터 로봇, 쇼핑 카트 로봇 등을 공개했다. 로봇 포트폴리오를 총칭하는 브랜드 ‘클로이(CLOi)’도 공개했다. 회사는 인공지능 경험이 집 밖의 공공시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상업용 서비스를 위한 로봇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소니 강아지로봇 '아이보'

강아지 모습을 하고 있거나 춤을 추는 로봇 등 흥미를 이끄는 로봇들도 다양하게 전시됐다. 소니는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선보인 엔터테인먼트 로봇 '아이보(aibo)'를 공개했다. 에로스는 입력 값을 넣어주면 걸어가면서 장애물을 피하는 동거형 로봇과 댄싱 로봇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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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RI가 공개한 인공지능 로봇은 현장에서 단어 맞추기를 하기도 했다. 수면 보조 로봇도 눈길을 끌었다. 스포츠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로봇도 있었다. 옴론은 탁구 로봇과 탁구공 수거 로봇을 선보였다. 슬라이트 테크는 보안용 감시 로봇 신제품과 안내형 로봇을 전시했다. 국내 기업의 경우 한컴이 사진 인화 로봇, 전시장 안내 로봇을 공개했다.

인텔이 CES 2018 기조연설에서 드론을 선보였다.(사진=씨넷)

이 밖에 인텔은 CES 2018 기간동안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의 상징적인 벨라지오 분수(Fountains of Bellagio) 앞에서 야간 공연과 함께 최초의 드론 조명 쇼를 선보였다. 250대의 인텔 슈팅 스타 드론 함대가 노래에 맞춰 움직였다. 대표적인 드론 업체 DJI는 별도 시연 공간을 만들어 행사장 내에서 드론을 날렸다.